앞서서 알아보았던 돔 페리뇽, 뵈브 클리코 외에도 무수히 많은 샴페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유명인들이 사랑했던 샴페인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나폴레옹이 사랑한 샴페인 : 모엣 & 샹동 (Moet & Chandon)
사진출처 : https://www.moet.com
사진출처 : 위키백과https://en.wikipedia.org/wiki/Mo%C3%ABt_%26_Chandon
우리나라에서 아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 중 하나가 바로 모엣 & 샹동이다. 1743년 클로드 모엣(Claude Moet)이 처음 샴페인을 생산했을 때 루이 15세와 마담 퐁파두르가 좋아해서 유명해졌고, 나폴레옹도 1814년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모엣의 샴페인을 즐겼다고 한다. 특히 클로드의 손자 장레미 모엣(Jean Remy Moet)은 나폴레옹과 동기동창생으로 각별한 친분이 있었는데 황제가 되어 전투에 나가는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서 샹파뉴 지역에 베르사유를 본 따 만든 작은 궁전을 지어 샴페인을 대접하였다고 한다. 황제 나폴레옹을 기리는 의미에서 나폴레옹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던 해에 임페리얼(Imperial)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와인을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샴페인이 되었다. 모엣 & 샹동은 미국과 호주에 스파클링 와인회사를 설립하였는데 Chandon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샴페인과는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가격도 많이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처칠이 사랑한 샴페인 : 폴 로저 (Pol Roger)
사진출처 : http://www.polroger.co.uk/history-of-pol-roger
폴 로저(Pol Roger)는 1849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 좋아했던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승자는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자는 샴페인을 마실 필요가 있다.”라는 말을 남길 만큼 알아주는 샴페인 마니아였던 처칠은 하루에 두 병의 샴페인(작은 병)을 마실 정도로 샴페인 애호가였다. 그러던 그가 폴 로저 샴페인을 처음 마신 후에 자신이 평생 마실 샴페인을 한꺼번에 주문했다고 한다. 아울러 자신의 경주마의 이름도 폴 로저로 지었다고 하니 그의 폴 로저 샴페인 사랑이 어땠는지 짐작이 갈 정도다. 처칠이 사망하자 폴 로저사는 샴페인 병목에 검은 리본을 매달아 조의를 표했으며, 그를 추모하기 위해 서거 10주년이 되는 해에 ‘뀌베 써 윈스턴 처칠(Cuvee sir Winston Churchill)’이라는 최고의 샴페인을 출시하였고, 아직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메릴린 먼로가 사랑한 샴페인 : 파이퍼 하이직 (Piper Heidsieck)
사진출처 : http://piper-heidsieck.com/en/age-verification
파이퍼 하이직은 1785년 플로렌스 루이 하이직이 설립하여 하이직이라는 이름으로 샴페인을 출시하였으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좋아한 와인으로 유명해졌다. 설립자가 죽은 후 루이의 사촌과 조카(파이퍼)가 사업을 이어받으면서 이름이 파이퍼 하이직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후 메릴린 먼로가 좋아하는 샴페인으로 유명해졌는데, 그 당시 최고의 섹시 심볼이었던 메릴린 먼로는 샴페인으로 목욕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와인이 바로 파이퍼 하이직이었다. 그녀는 “나는 샤넬 넘버 5를 뿌리고 잠자리에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고 말할 정도로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을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난히 붉은 라벨로 유명한 파이퍼 하이직, 가격 대비 맛도 좋아서 전문가가 선정한 10만 원 이하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2016년)에 선정되기도 했다.
007이 사랑한 샴페인 : 볼랑저 (Bollinger)
1822년 설립된 볼랑저(Bollinger)는 가족 회사로, 다른 샴페인 회사와는 달리 스테인레스 스틸통이 아닌 오크통에서 샴페인을 숙성하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지키며 피노 누아(Pinot Noir)를 주 품종으로 샴페인을 생산한다. 1884년 이후 영국 왕실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볼랑저는 공식 샴페인 자리를 지켜오고 있으며, 이제는 추억의 영화가 되어가는 007시리즈에서도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를 포함해 2015년까지 총 5명의 제임스 본드가 나왔지만 모두가 사랑한 와인은 바로 볼랑저 와인이었다.
필자도 최근에 볼랑저 와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그 지역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던 중 볼랑저 샴페인을 발견했다. 숙소에 와서 짐을 정리하고 저녁 식사 후 마시는 시원한 샴페인 한 잔과 눈 앞에 펼쳐지는 자연이 주는 하모니는 그 어떤 마리아주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이제야 샴페인이 주는 매력에 조금씩 눈을 떠가는 것 같다. 그토록 많은 샴페인 러버가 있는 이유는 바로 연노란 맑고 투명한 액체가 버블과 함께 선사하는 깔끔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이로써 다섯 번에 걸친 샴페인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좀 부담되는 가격이긴 하지만 겨울철에 자주 찾는 해산물, 특히 과메기, 굴, 새우구이 등에 샴페인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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