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지금 그들이 일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캄테크(Calm-Tech)
요란한 예고편이나 전주곡 없이 우리의 365일 속으로 찬찬히, 그리고 고요하게 스며듭니다. 일상의 리듬을 파괴하지 않은 채, 숨죽인 배려로 사람의 행복을 오롯이 지켜냅니다. 그 소리 없는 움직임은 마치 호수 가를 휘젓는 백조의 보이지 않는 발놀림과도 같습니다. 가장 조용하고 우아하게 침투하는 그 기술력이면, 매우 분주하고 열정적인 첨단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캄테크(Calm-Tech)란 ‘캄(calm)’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조용한 상태에서 편리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기술을 말합니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필요한 때가 되면 도움을 주는 기술이기도 한데 인공지능, IOT, 웨어러블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화두들과 어우러져 이름 그대로 조용하게 파란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그저 끓는 순간을 먼저 알려줬던 휘파람 주전자의 캄테크 1세대를 지나 이제는 그 바운더리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몸체가 훌쩍 커버린 상황입니다.
▲ 밀접하게 관련된 캄테크와 사물인터넷(IOT)
캄테크는 무엇보다 다른 여타 IT 기술보다 ‘배려심’이 매우 강한 테크놀로지 분야입니다. 기술이 사람보다 앞서 있지 않으며 가장 먼저 사람을 헤아립니다. 이러한 기술방식 때문에 ‘무자각성, 확장성, 융합서비스’라는 캄테크 만의 법칙이 존재하곤 합니다. 사용자의 최소 관심만 끌며 일상에 물 흐르듯 스며들어야 하는 무자각성, 가상과 현실의 합체를 의미하는 확장성, 또 다른 첨단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더 고차원 세계를 창출하는 융합서비스. 이처럼 철저한 세 가지 필수 항목의 상호작용 가운데 캄테크 만의 우아한 기술력이 만개합니다.
▲ 일상 속 조용히 움직이며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캄테크와의 접목과 융합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분야는 바로 헬스케어 시스템이 장착된 웨어러블 아이템입니다. 그중에서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의 캄테크는 발전을 거듭하는 중인데요. 특히 스마트워치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인 애플워치2의 경우, 매일 심장박동수를 기록해 놓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운동을 알려주는 등 조용한 분석과 건강 체크 기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 캄테크와 많은 교감을 나누는 분야, 스마트워치
▲분석과 체크에 뛰어난 애플워치2
또 GPS 스마트기기 업체 가민 역시 GPS와 손목 심박 수 기능이 탑재된 멀티 스포츠용 스마트워치 ‘포러너 735XT’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평소 조용하게 사용자의 일상과 함께 하는 가운데 근력 운동 등의 다양한 활동 모니터링, 손목 심박 수 측정 등을 통해 스트레스 지수와 같은 종합 데이터를 전합니다. 아울러 ‘LG워치 스포츠’와 ‘LG워치 스타일’, ‘화웨이워치2’ 등을 내놓은 글로벌 대기업들 역시 스마트워치 속 캄테크를 차곡차곡 실현해 나갑니다.
▲가민의 손목 심박수 기능이 탑재된 멀티 스포츠용 스마트워치 ‘포러너 735XT’
하지만 캄테크의 특징 자체가 ‘사람’에 맞춰져 있다 보니, 단순히 스마트기기 관련 시장에 한정되기보다는 우리의 첨단 라이프가 영근 다채로운 분야 곳곳에서 목격되곤 합니다. 사용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또 의식하지 않은 채 24시간을 흘려보내도 센서나 네트워크 등,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장치와 장비들이 평소 조용히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며 삶, 사람, 일상이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러한 리빙 캄테크의 일종인, IOT 기술이 접목된 코웨이의 가습공기청정기 ‘아이오케어’는 평소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내외 공기질 모니터링, 분석을 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공기 분석에 따른 24가지의 유형을 진단한 후 세부적으로 공기 분석 리포트를 만들고, 기기에 내장된 센서를 통해 실내 오염 정도를 평가, 풍량을 알아서 조절합니다. 또 인공지능이 탑재된 ‘LG 휘센 듀얼 에어컨’의 경우 사람이 주로 생활하고 있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스스로 구분해내 사람이 있는 공간에만 집중적으로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며, 바람의 세기와 방향도 조용히 알아서 조절합니다.
▲조용히 스스로 생각하는 에어컨, ‘LG 휘센 듀얼 에어컨’
조금은 생뚱맞을 수 있지만 침대 분야에서도 캄테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에몬스는 사용자가 수면하는 동안 심박 수와 호흡수, 코골이, 뒤척임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웰 스립 센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사용자는 고단한 몸을 뉘이고 단잠을 청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침대에 장착된 센서가 알아서 수면 상태를 파악한 후 이 정보를 바탕으로 침대를 움직여 올바른 수면 자세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또 관련된 별도의 장비를 활용해, 일반 기기에 부착함으로써 캄테크를 경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4cm의 원형 모양을 가진 LG전자 스마트씽큐 센서의 경우, 스마트 기능이 없는 일반 가전에 탈부착이 가능한 장치입니다. 가전 부착 후 스마트폰으로 제품의 작동 상태를 파악하고 원격으로 제어하는 가운데 구형 세탁기, 로봇청소기, 냉장고 등의 기능을 첨단으로 만들어 줍니다. 냉장고 내 식품 유통기한을 조용히 파악했다 알려주기도 하고, 세탁 횟수를 기억해 세탁통 세척을 챙겨주며, 실내의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기도 합니다.
▲캄테크를 실현하는 센서 장치, LG전자 IoT Smart ThinQ
캄테크는 이처럼 이미 우리가 발을 디딘 삶의 기반 속 깊숙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용하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 어디서나 이용과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직장인을 위해 거북목이나 일자 목, 어깨 통증, 나쁜 자세 등을 교정해 주는 웨어러블부터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아이와 보호자의 각종 정보 확인이 가능한 미아방지 NFC(Near Field Communication) 태그까지. 공간과 시간, 연령대와 대상을 초월해 조용하고 똑똑한 집사처럼 마법 같은 기술력을 펼쳐내며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는 틈새와 찰나마다 반짝반짝 발현됩니다.
하지만 캄테크에도 분명 기술의 명암은 있습니다. 누구보다 사려 깊고 지혜롭게 일하는 기술이지만 그렇기에 그 조용한 정보 분석과 수집 가운데 사생활 침해의 우려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센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사용자의 다양한 정보를 소리 없이 체득하는 과정에서 나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위험 또한 가진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테크의 영역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고공 행진하던 스마트 기술에 대해 대중들은 찬사를 보내는 가운데 또 한 편으론 부담감과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는 이중성을 선보여 왔습니다. 그렇기에 사람을 지배하지는 않지만 그 무엇보다 뛰어난 감각과 촉으로 사람이 가장 살기 좋도록 어루만지는 따스한 집사 캄테크에 대한 호감도는 날로 올라갈 것입니다. 첨단 도시의 화려한 기술 전쟁에 지친 많은 이들이 조금 더 세련되고 차분한 라이프 파트너를 원하고 있습니다. 마당 위로 침묵처럼 내려앉는 정오의 햇살처럼, 창가에 말없이 포개지는 한 줌 바람처럼 그렇게 소리 없이 세상을 덮는 캄테크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는 캄테크
글쓴이 김희진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에디터, 작가, PT&콘텐츠 기획자, 칼럼니스트로서 광고·온오프 에디토리얼, 매거진, ATL 및 기타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기업과 오랜 기간 소통하며 일해 오고 있다. 그 어떤 포지션으로 불리건, 글밭 가득 생생한 들숨과 날숨을 불어넣어 행간 이면 아로새긴 꿈을 전하는 것이 문장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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