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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어금니 안녕!

by 앰코인스토리 - 2017. 7. 18.


병원을 가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치과는 가장 싫어한다. 한때는 큰 비용 때문에 주저하는 이가 많았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 치과에 가면 다 돈이라는 생각으로 아픈 것을 참고 참다가 결국 못 버텨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된다. 요즈음은 과거와는 달리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비용도 많이 절약할 수 있어, 치과에 대한 극도의 공포가 엄습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시끄러운 기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오금이 저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한때 나는 치과와 문을 닫고 살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과를 처음 찾았던 것이 고등학교 때였으니, 나의 치아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건강을 자신하던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큰 병을 진단받고 망연자실하듯, 나 역시도 심한 치통으로 치과를 찾고 나서야 나의 치아 상태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었다. 유난히 초콜릿을 좋아해서 자주 간식으로 먹었던 것이 큰 화근이 되었다. 양치질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어금니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었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결과를 알려주는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많이 굳어 있었다. 어금니의 한쪽 뿌리가 다 녹아 있고, 염증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저절로 탄식이 새어 나왔다. 더욱더 문제가 되었던 것은 비용이었다.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는 말씀에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수없이 먹었던 초콜릿들이 원망스럽기까지 느껴졌다. 어금니 한쪽 뿌리가 없어지기 전에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 소견을 내놓은 터라, 그 해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치과를 찾아야 했다. 어금니를 최대한 살려 보겠다는 의사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힘들고 아팠지만 견뎌낼 수 있었다.


이후 10년을 버텨 내고는, 드디어 어제 어금니와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인공 뼈를 삽입하다 보니 큰 힘을 줄 수 없어 되도록 반대편 어금니를 사용하여 음식물을 씹기 위해 노력했고, 딱딱한 음식을 최대한 피하려고 애를 썼다. 처음 의사선생님은 오래 쓸 수는 없을 거라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나름대로 있는 것을 최대한 오래 쓰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었다.


머지않아, 어금니가 빠진 빈자리에는 임플란트 인공치아가 자리를 차지하게 될 거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부모님이 주신 신체를 절대 자를 수 없다며, 머리카락마저도 자르지 않고 소중히 간직했던 그 선조들의 마음이 어금니를 뽑으면서 그 서운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남은 이들을 최대한 잘 보전하여 이가 아파서 치과를 찾는 일이 없도록 가슴속 깊이 새겨본다.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