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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와인 라벨 이야기, 이탈리아 편


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와인은 이탈리아 사람들 생활의 한 부분이고, 또 자부심과 독립심이 강한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라벨에 나타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라벨에 포도 품종도 나타나 있지 않고 생소한 지역 이름이 나와서 이탈리아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필자가 와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할 때, 이탈리아 와인에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또 마트 직원이 추천해주는 와인을 먹어보면 대부분 시큼한 맛이 특징이었다. 시큼한 것을 싫어하는 필자에게 이탈리아 와인 하면 신맛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떠올라 일종의 거부감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와인 동호회 모임을 통해 여러 종류의 이탈리아 와인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탈리아 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신맛도 이제는 멋스럽게 느껴진다. 이번 호에서는 이탈리아 와인라벨을 읽는 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 전에 이탈리아 와인의 라벨을 이해하려면 이탈리아 와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하겠기에, 아래에 간단하게 설명을 하겠다.


▲ 피에몬테 포도밭 


이탈리아는 국토 전체가 와인 재배를 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 300여 종이 넘는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그런 이유로 정말 다양한 와인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지역을 꼽으라면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와 닿아있는 피에몬테(Piemonte) 지방과 중부에 있는 토스카나(Toscana) 지방을 들 수 있다. 이탈리아에는 훌륭한 화이트와인도 많지만, 레드와인 위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 이탈리아 와인 지도

사진출처 : https://goo.gl/g7mexS


이탈리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유명한 두 가지 적포도 품종은 바로 ‘네비올로(Nebbiolo)’‘산지오베제(Sangiovese)’이다. 네비올로 품종은 피에몬테 지역에서만 주로 재배되는 품종인데, 이탈리아 대표와인인 바롤로(Barolo),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의 재료가 된다.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레드 품종으로, 중부 토스카나 키안티, 키안티 클라시코의 와인들이 유명하다. 그리고 산지오베제의 변종인 ‘부르넬로’는 몬탈치노 지방에서 재배되어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표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와인 이름이 지역 이름과 같다는 것이다. 즉, 바롤로가 포도 품종이 아니라 피에몬테 지역의 이름인데, 그 지역에서 나오는 네비올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바롤로라고 부르는 것이다.


피에몬테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두 가지만 고르라고 하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꼽는데 바롤로가 더 유명하다. 바롤로는 이탈리아 통일시대인 1860년대부터 왕들이 즐겨 마셨고 그들이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왕들의 와인’이라는 별명이 있다. 바롤로는 최저 2년을 전통적인 대형 나무통에서 숙성하고 병에서 다시 1년을 숙성해서 최소 3년이 지나야 출시가 된다고 한다.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와 인접한 마을이지만 포도밭이 좀 더 낮은 곳에 있어서 바롤로보다는 좀 더 여리고 섬세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피렌체에서 시에나까지 160km에 걸쳐서 펼쳐진 키안티 지역은 이탈리아 대표 품종 중 하나인 산지오베제라는 적포도로 레드와인을 만드는데, 그 와인을 키안티 와인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와인을 만들다가 와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 지역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원래 키안티 지역의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로, 그 외 주변 지역은 키안티 와인으로 불린다. 오리지널인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좀 더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병목에 ‘갈로 네로’라는 검은 닭 표시가 있으면 바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인 것이다. 검은 닭이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상징으로 쓰이게 된 이야기는 재미있다.


1380년대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을 두고 오랫동안 전쟁을 벌인 피렌체와 시에나는 결국 전쟁 대신에 내기를 통해 승패를 결정하기로 했다. 참 우스운 방법이지만 먼저 닭을 울게 만드는 쪽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고, 시에나는 닭을 배불리 먹이면 일찍 일어나서 모이를 더 달라고 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피렌체 측은 그 반대로 생각하고 닭을 굶겨서 재웠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 배가 고픈 닭이 먼저 일어서 울었고, 결과에 승복한 시에나는 순순히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을 포기하고 물러났다고 한다. 그 이후로 검은 수탉이 키안티 클라시코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피에몬테(Piemonte), 키안티(Chianti) 외에 기억해야 할 곳은 바로 몬탈치노(Montalcino) 지역이다. 1970년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 지역은 비온디-산티(Biondi-Santi) 와이너리가 산지오베제의 변종인 브루넬로 포도로 와인을 만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hino)를 성공시키면서 유명한 와인 산지가 되었다. 특히 사이프러스 나무가 길가에 늘어서고 언덕의 풍경이 너무 멋져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 숙소에 묵으면서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필자도 이 지역을 다녀왔었는데, 그 풍경이 너무 멋있어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은 토스카나 해안 지역에 위치한 볼게리(Bolgheri) 지역이다. 이탈리아에서 와인 등급(DOC 제도)을 잘 받으려면 나라에서 지정한 포도를 써야 하고 또 양조법도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이 지역 와인들은 등급 하락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을 중심으로 와인을 만들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와인 애호가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사시카이아, 오르넬라이아, 마세토, 메소리니 같은 명품 와인들이 바로 그곳에서 나온다.


이제 이탈리아 와인의 라벨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1. 라 스피네타 바롤로 깜페 (La spinetta Barolo Campe)

라 스피네타는 피에몬테 지역의 와이너리로, 라벨에 르네상스 시대 독일화가 뒤러의 작품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롤로 깜페는 2000년 출시하자마자 Wine spectator에서 98점을 받아 스타와인으로 떠올랐으며, 레이블에 있는 뒤러의 사자 그림을 통해서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를 표현하려고 한다. 필자가 주최했던 동물라벨 와인 모음 시음회에 가지고 나갔던 와인인데, 맛과 향이 너무 멋지고 훌륭했다. 특히 희미하게 올라오는 낙엽냄새가 정겹게 느껴졌었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낙엽을 밟으며 걸어오는데 계속 깜페의 향기가 함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는 와인이다. 1년에 20,000병만 생산되는, 구하기 쉽지 않은 와인이다.



① 사자 그림 : 독일 르네상스 화가 뒤러의 작품.

② Vigneto : 영어로는 Vinyard, 즉 포도밭을 말한다.

③ 2003 : 2003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④ VURSU : 이탈리아어로 ‘욕망한다’라는 뜻.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라 스피네타의 의지가 느껴진다.


2. 카스텔라레 디 카스텔리나 끼안티 클라시코 (Castellare di Castellina Chianti Classico)

토스카나에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나는 카스텔라레 와인은 필자가 처음 만난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마트 직원에게 이탈리아 와인 중에 저렴하면서 괜찮은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추천받은 와인이었는데, 부드럽고 상큼한 신맛이 특징이었다. 라벨에 그려진 새는 친환경 농법을 지키고 있는 와이너리의 상징으로, 매년 빈티지마다 다른 종류의 새가 그려져 있다. 와인에는 분홍색 띠처럼 둘러진 DOCG (이탈리아가 지정한 최상급 와인의 표시) 띠와 키안티 클라스코를 상징하는 검은 수탉 표시가 있다. 와인 가격도 부담 없고 삼겹살에 곁들여서 먹으면 참 좋다.



① DOCG 마크 : 이탈리아 와인등급 중 최상위급임을 나타낸다.

② Galo Nero (갈로 네로) : 검은 수탉 로고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상징한다.

③ Castellare (카스텔라레) : 와인 이름.

④ 2009 : 2009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⑤ Chianti classic (키안티 클라시코) : 키안티 지역 중에서도 맨 먼저 와인 재배를 시작한 지역을 나타낸다.


3. 피안 델레 비녜 (Pian Delle Vigne)

피안델례 비녜는 이탈리아 중부 지역인 토스카나 지방에서도 몬탈치노 지역(키안티 지방에서 약간 아래쪽)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 안티노리(Antinori)에서 만든 와인이다. 피안델레 비녜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오래된 기차역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검은색과 가까운 병에 검은색 라벨, 그리고 그 위에 빨간 필기체로 새겨진 와인 이름이 너무 멋스러워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와인을 표현할 때 벨벳 같은 타닌의 느낌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 와인을 만나면 그 느낌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자동차를 렌트해서 몬탈치노 지방을 다녀오라고 추천하고 싶다. 중세시대 모습을 간직한 고성과 둥글둥글한 언덕들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 하늘로 춤추듯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반겨주는 길, 그리고 맛있는 와인과 음식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① 와이너리 로고를 뜻한다.

② Pian delle Vigne (피안델레 비녜) : 와인 이름

③ ANTINORI (안티노리) : 이탈리아 와이너리 이름으로 가격대비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강추 와이너리.

④ BRUNELLO DI MONTALCIN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 몬탈치노 지방에서 브루넬로(산지오베제의 변종)으로 만든 와인임을 나타낸다.

⑤ DOCG : 이탈리아 와인 최고등급을 나타낸다.


4. 티냐넬로 (TIGNANELLO)

티냐넬로 포도밭은 키안티 클리시코 지역 중심에 있는데 그 포도밭에서는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이 함께 자라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이룬다. 전통적인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산지인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는 산지오베제로 만든 와인만이 정부 인증을 받아 최고등급 마크인 DOCG를 받을 수 있는데 그 틀을 깨버리고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등과 블렌딩을 시도해 놀라운 맛과 향을 창조한 와인이 바로 티냐넬로다. 그 대가로 DOCG 등급을 받지 못하고 IGT급(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이런 혁신적인 와인을 두고 슈퍼 투스칸이라고 칭송하면서 그 가치는 일반 DOCG와인보다 훨씬 더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1975년에 출시된 티냐넬로가 그 첫번째 슈퍼 투스칸이 되었다. 10년 전, 이건희 삼성회장이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혁신을 요구하면서 사장단에게 선물했던 와인으로 유명세를 탔던 와인이기도 하다.



① TIGNANELLO (티냐넬로) : 와인 이름.

② 2012 : 2012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③ TOSCANA (토스카나) : 토스카나 와인 지역에서 만든 와인임을 나타낸다.

④ IGT : 최하위 와인등급 (이탈리아 와인법을 따르지 않아서 생긴 결과, 하지만 맛으로 최고의 성공을 거둠)

⑤ ANTINORI (안티노리) : 와이너리 이름이다.


이탈리아 와인은 참 복잡하고 종류도 많아서 어떤 와인이 괜찮은지 알기 어렵다. 이탈리아 와인을 구매하기 망설여질 때 안티노리(Antinori)와이너리의 와인중에서 골라본다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참고로 안티노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기네스북에 올라있고, 현재도 26대째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 오랜 기간 동안 이름을 유지하고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와인의 맛과 품질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말에는 안티노리 와인을 만나보는게 어떨까. 독자 여러분들도 이탈리아 와인이 주는 매력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몬탈치노의 풍경

사진출처 : https://goo.gl/WAER5A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