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숨어있는 숫자들 속에서 의미 있는 나만의 숫자 찾아내기
빼곡한 글자 사이에 숨어 있는 숫자들은 눈에 확 띕니다. 예를 들어 ‘어제보다 오늘은 기온이 좀 올라간대.’라는 문장보다는 ‘내일은 기온이 5도나 올라간다며.’라고 쓸 때 살갗에 닿는 추위의 느낌이 조금 더 명확해지지요. 문장 속에 들어있는 숫자들은 그만큼 눈길을 끌기 쉽고, 자극적입니다. 오늘은 숫자가 갖는 힘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숫자가 갖는 힘 중에서 으뜸은 명확함입니다. 기자들이 기사에 숫자를 명시할 때는 정확하고 신뢰감을 주는 기사를 작성하기 위함입니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기획안을 쓸 때라던가, 마케팅을 할 때에도 눈에 확 띄는 숫자를 일부러 집어넣습니다. 작년 대비 00% 성장을 했다던가, 비용이 얼마 감소했다는 사실을 눈에 띄게끔 크게 타이핑하지요. 광고 카피에 숫자를 집어넣기도 합니다. ‘2% 부족할 때’라던가, ‘대한민국 1%’라는 카피는 눈에 쏙 들어옵니다. 제품의 이름을 ‘17차(茶)’라고 짓는다거나, ‘자연은 365일’이라고 짓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장 사이에 숫자가 들어가면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면서 신뢰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한 번에 각인시킬 수 있어요. 우리가 기억하는 숫자로 된 영화 제목도 몇 가지 있습니다. <300>이라는 블록버스터 영화라던가, 왕가위 감독의 <2046> 같은 영화들은 오로지 숫자를 내세워 우리의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책의 제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책의 제목에 숫자를 명확하게 밝혀서 독자가 원하는 바를 시원하게 꼬집어 주는 숫자 마케팅을 할 때가 많습니다.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 같은 유명한 동화책도 있고,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5000원으로 손님상 차리기」라는 요리책도 있지요. 「1일 1식」이라는 책이라던가, 「하루 15분 정리의 힘」은 제목이 가진 명쾌한 힘 때문에 더 많이 회자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명한 소설의 제목에도 숫자가 들어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11분」은 세상 사람들이 침대 위에서 평균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해서 붙여진 제목입니다. 이유를 듣고 나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제목이 되겠지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28」은 숫자가 들어간 제목으로 연달아 베스트셀러에 등극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의 베스트셀러로 옮겨가면, 제목에 숫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훨씬 많아집니다. 내용을 숫자로 전달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던가,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같은 책들은 물론이요, 「백만 불짜리 습관」이라던가, 「1년만 미쳐라」, 「죽기 살기로 3년만」 같은 책들은 숫자의 명확함을 무기로 삼습니다. 마치 7개의 습관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고, 1%만 달라지면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10년이 아니라 딱 1년만 미치면 뭔가 해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심지어 20대, 30대, 40대라는 숫자가 들어가야 책이 팔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20대가 꼭 해야 할 00가지」, 「30대가 꼭 해야 할 00가지」 이런 식의 제목이 넘쳐났지요. 요즘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이런 식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나 명확한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바람에 가끔 책을 쳐다보기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라던가 「남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라니, 30대 이후에는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요? 「인생의 격차는 30대에 만들어진다」고요? 그럼 나이 마흔에는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요? 「부자는 20대에 결정된다」 라던가 「부자는 30대에 결정된다」라는 책들은 너무나 명확한 숫자를 제시하는 바람에 책을 집어 들기도 전에 기분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숫자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그래서 힘이 있지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의 제목이 그저 「잔치는 끝났다」였다면, 우리가 그토록 이 시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그러니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요. 나만의 의미 있는 숫자를 올해의 키워드로 삼는 겁니다. ‘하루 1컵 물 마시기’, ‘커피는 1일 1회만’, ‘하루 1천 원 저금하기’, ‘하루 10분 일찍 출근하기’, ‘1주일에 30분 운동하기’처럼 그동안 세웠던 자질구레한 목표에 숫자를 집어넣어 보세요. ‘다이어트하기’라던가 ‘금연하기’라는 두루뭉술한 다짐에 비해 아주 선명하고 또렷한 목표로 변모합니다.
이번 달에는 숫자의 힘을 이용해 변화를 도모하는 책들을 골라보았어요. 올해, 당신을 일으켜 세우고, 응원하고, 힘을 보탤 숫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절실한 독서로 마법 같은 인생역전
「독서 8년」
황희철 지음, 차이정원
책은 참 이상하지요. 똑같은 책인데도 어떤 사람에겐 감명 깊은 인생의 명작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시간 낭비에 불과한 종이 쪼가리가 됩니다.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책에서 배울 것을 찾아내는 사람, 책에서 배운 것을 독서일기에만 적어놓는 것이 아니라 올곧게 실천하는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월급 67만 원의 계약직 사원에서 9번의 사업 실패, 장기매매에 자살까지 생각하던 한 남자가 성공한 CEO로 변모합니다. 그리고 성공한 원인을 책 제목으로 달았습니다. 그게 바로 「독서 8년」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진짜 독서를 말합니다. 그는 세상을 저버리고 싶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인생에서 절실한 마음으로 책을 붙들었습니다. ‘책을 읽는다고 밥이 나오냐, 돈이 생기냐’는 말도 수없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절실한 사람에게 독서는 생존입니다. 삶이 달라지는 활동입니다. 진짜 독서를 해 본 사람은 책이 주는 인생의 변화를 실감합니다. 삶의 변화를 절실하게 꿈꾸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
「1만 시간의 재발견」
안데르스 에릭슨, 로버트 풀 지음, 강혜정 옮김, 비즈니스북스
‘1만 시간의 법칙’은 워낙 유명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1만 시간의 연습을 한다면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있다며 희망을 줍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분석하고, 비틀스와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을 예로 들어 10년간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을 해온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주장했지요.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도 어떤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3시간 이상 10년을 투자하며 쉼 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지요. 1만 시간의 법칙이 회자한 이후 우리는 역시나 노력만이 살길이라며 꾸준하고 묵묵하게 ‘노오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종종 남들보다 적은 시간 노력하면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천재들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는 없었지요. 이 책은 우리가 가졌던 의구심을 해명해 줍니다.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는 ‘1만 시간의 법칙’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냐’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이냐’라고 말합니다. 무턱대고 열심히 해서 1만 시간을 채우는 것보다 1만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했는지, 얼마나 의식적으로 연습했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노력의 양보다 노력의 방법과 질에 대해 고민해 봅시다.
나만의 3시간을 만드는 46가지 작은 습관들
「당신의 하루는 27시간이 된다」
기무라 아키라코 지음, 김혜영 역, 한스미디어
하루는 24시간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27시간이랍니다. 하루에 3시간을 늘려서 살 수 있다니, 얼마나 끌리는 제목인지요. 똑같은 24시간을 살아가면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하루 3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3시간 동안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잠을 잘 수도 있고, 데이트를 할 수도 있어요. ‘시간 나면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저자는 46가지 습관으로 이뤄진 4주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본인이 일상생활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6년 동안 실천하며 만들어낸 프로그램이에요. 먼저 하루의 리듬을 바로잡고, 하루의 생활습관을 개선합니다. 그리고 업무량과 처리 속도를 바로잡은 후 업무의 효율을 높입니다. 그런 다음 효율적인 환경을 정비하고, 업무 속도를 높여갑니다. 적절한 그래픽과 편집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독서의 효용은 읽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고 적용하는 데 있다는 걸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여유롭게 일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는 8가지 방법
「1등의 습관」
찰스 두히그 지음, 강주헌 역, 알프레드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이라는 저자로 유명합니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에서 700여 편의 학술 논문과 연구 자료를 분석하고, 300여 명의 과학자와 경영자를 인터뷰한 다음, 습관의 원리를 이해하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나와 세상을 간단하고 완벽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나자, 찰스 두히그는 너무 많은 일에 파묻혔습니다. 살인적인 일정 때문에 집필 의욕마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일을 더 스마트하게, 빠르게, 완벽하게 해내는 데 필요한 개념들을 찾았습니다. 동기부여, 집중력, 목표설정, 창의력 같은 개념들이지요.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많이 일하거나, 더 많은 땀을 흘린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가 제시하는 8가지의 개념을 적절하게 나의 상황에 맞도록 적용한다면 더 스마트하게, 빠르게, 완벽하게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쓴이 배나영은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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