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by 앰코인스토리 - 2016. 8. 9.

 

영국의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은 하루 4시간만 밥벌이를 위한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엔 자체로 즐거운 무언가를 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4시간만 일을 하라니, 무슨 그런 팔자 좋은 소리가 다 있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 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밥벌이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머지 시간’입니다. 과연 우리에게 일을 하지 않는 시간, 여가의 시간에 할 수 있는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훌쩍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커피를 내리고, 누군가는 향초를 만들고, 누군가는 살사를 배웁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전문성을 인정받거나, 제2의 직업으로 삼거나, 파워블로거가 되어 책을 펴내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늘었습니다.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꾸준히, 끝까지 하는 힘이 절로 솟아납니다. 누군가는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한다더라, 누군가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다더라 하면서 남들의 취미를 기웃거릴 필요가 없답니다. 그저 작은 선인장 화초를 키우거나, 손바닥만 한 자수를 놓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어도 좋지요. 취미는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이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 시간만큼은 참 행복하고 즐거워서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나만의 취미가 됩니다.


작년에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에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50세 이상, 잔액 1천만 원 이상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지요. 수많은 대답 중에서 1위는 ‘평생 취미를 못 가진 것(18%)’이었습니다. 이어서 ‘더 많은 도전을 못 한 것(15%)’과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한 것(14%)’이 그 뒤를 이었지요. 그러니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이 있다면, 지금부터 시작해 보세요. 취미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 평생 밥벌이로 삼을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것을 찾는 시간이니까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윤대현 교수는 취미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합니다. 뇌에는 ‘일하기 회로’와 ‘놀기 회로’가 있는데, 일하기 회로만 계속 가동하다 보면 두 회로가 협력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경쟁 관계가 된다고 해요. 그래서 일만 하다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을 겪게 된 사람들은 갑자기 놀아보려고 해도 불안해서 잘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평소에 연습과 훈련을 통해 ‘노는 능력’을 키워야만 잠시의 휴식에도 에너지가 급속 충전된다고 합니다. 윤대현 교수가 말하는 ‘논다’는 개념은 그냥 일을 안 하는 상태가 아니에요. 즐기고 몰입하는 것 외엔 어떠한 목적도 없는 활동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지요. 그런 활동을 우리는 ‘취미’라고 부릅니다. 중요한 것은 놀기 회로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시하는 창조적 사고와 공감 능력을 담당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놀기 회로가 활발히 작동해야 일도 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도,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는 직원을 회사가 칭찬해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름 휴가철인 7∼8월에는 건강과 취미 분야 도서의 판매가 증가합니다. 조사결과 5월과 6월보다 건강과 취미 분야의 도서판매량이 전월 대비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서점에 가보면 컬러링이라던가 캘리그래피(손 글씨)에 관한 책이 엄청 늘었습니다. 자수, 매듭, 요리에 대한 책들의 판매도 증가했지요.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법을 알려주거나 다이어트를 돕는 책들은 여름이면 더욱 사랑받습니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이력서에 쓰기 위한 취미, 남들에게 내세우기 위한 취미가 아니라, 정말 평생 즐기고 싶은 취미가 있나요? 취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취미를 응원해 줄 책이 곁에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이번에는 여러분에게 읽어볼 만한 취미 분야 도서를 추천합니다.




「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 웅진지식하우스


윤광준 작가는 사진작가이기도 하고, 오디오 평론가이기도 하고, 글도 잘 쓰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요즘엔 누구나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보정하고, 편집하는 시대이지요. 그러면서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이 늘었습니다. 똑같은 핸드폰으로 찍는데도, 누군가는 굉장히 감각적인 사진을 찍지요. 그런 사진을 보면 나도 조금 더 잘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광준 작가는 사진을 찍는 모든 사람이 사진 전문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며, 삶의 의미와 자기표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매력을 지닌 사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사진은 고가의 장비나 사진 실력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 진정 중요한 것은 사진 안에 담길 내용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작고 예쁜 그림 한 장」 

민미레터, 큐리어스(넥서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작고 예쁜 그림 한 장이 마음에 주는 효과가 대단합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미술 시간마다 그림을 그려도 8절지를 채우기가 막막했는데, 이 작가는 그림 솜씨가 없어도 몇 가지 요령만 터득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예쁜 수채화를 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잘 그린 그림보다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이 더욱 가치 있는 그림이라는 작가의 응원에 ‘나도 한 번?’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음 가는 대로 쓱쓱 그리다 보면 눅눅해진 마음이 보송보송해질 것 같습니다. 실은, 꼭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책 속의 알록달록한 감성 수채화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좋아지는 기분입니다.




「셀프 인테리어 아이디어」 

이시 가나에, 싸이프레스


인테리어라고 하면 굉장히 대규모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작고 사소한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에요. 특별히 공구가 필요하거나 공들여 페인팅하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는 DIY 노하우도 공개합니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에코백 몇 개만으로도 수납할 수 있고, 도어 스토퍼로 활용할 수 있는 손쉬운 아이디어가 가득해요. 특별히 손재주가 뛰어나거나 센스가 뛰어나지 않아도, 머물기에 편안하고 행복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음을 배워봅니다.




「레고 아트 어떻게 디자인할까」 

조던 슈워츠 지음, 나경배 역, 인사이트


레고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 좋아하는 장난감입니다. 최근에는 레고를 조립 설명서대로 만드는 대신, 나만의 레고 아트를 만들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레고 속에 들어있는 설명서만으로는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그대로 따라 하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왜 그런 식으로 디자인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지요. 이 책은 창작가의 사고 과정에 대한 부분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유명 레고 아티스트들의 작품세계와 인터뷰, 대표작품 사진들을 볼 수 있어요. 레고 아티스트가 어떤 방식으로 자기 생각을 3D로 펼쳐내는지 알 수 있습니다.




「멘사 추리 퍼즐」 

캐롤린 스키트, 데이브 채턴 지음, 보누스


멘사는 표준화된 지능검사에서 일반 인구의 상위 2%에 드는 지적 능력만을 가입조건으로 하는 국제적인 단체입니다. 이 책은 영국 멘사의 핵심 멤버들이 위트, 시각, 논리, 수학, 추리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천재성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목적으로 출간된 책이에요. 그렇다고 이 책은 아주 어렵지 않습니다. 계산력이나 요령이 아니라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에요. 요즘 같은 ‘뇌섹시대’에 문제적 남자에 열광하기보다, 자신의 잠재적 천재성을 깨워 뇌섹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추천 책읽기 이벤트 이번 호에 소개된 책 중에 읽고 싶은 책과 이메일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신 독자님 중 선발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