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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35

[에피소드] 김장 코끝이 찡해지는 아침이다. 아직 가을을 제대로 느껴 볼 새도 없었는데, 기온은 급강하했다. 겨울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어도 비집고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을 수 없다. 얼굴에 닿는 공기가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이렇게 갑자기 추워지고 나면, 엄마는 김장 생각이 가장 먼저 나는 것 같다. “올해는 한 30포기 정도는 김장해야 할 텐데...” 그도 그럴 것이, 시골에 살 때는 추위가 일찍 찾아오기 일쑤라 도시에서보다는 김장을 서둘러 하곤 했다. 물론, 그때는 엄마가 한창 젊으셨을 때라, 혼자 100포기의 김치도 다 해내곤 하셨다. 배추를 절이고, 김치 속을 만들고, 일일이 속을 넣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철인에 가까웠다. 그때는 우리는 어렸던지라, 김장을 돕기보다는 엄마가 해놓은 김장김치를 먹는 데 재미.. 2016. 11. 23.
[시 한 편] 꽃잎 [시 한 편] 꽃잎 그리움에 꽃을 꺾어꽃잎 하나를 떼어내 버리며 사랑을또 한 잎을 떼어내 버리며 이별을떨어져 시들어가는 꽃잎 하나하나에가슴 졸이며 남아있던 꽃잎 하나이별만 남았다는 슬픔에 괴로워하고눈을 감으면 들릴 것 같은 너의 음성다시 또 그리움에 꽃을 꺾어꽃잎 하나에 사랑을꽃잎 하나에 이별을마지막 남은 꽃잎 하나외로움을 달랠 길 없어그냥 두고 가련다. 글 / K4 제조5팀 강춘환 책임 2016. 11. 18.
[에피소드] 고향을 먹고 컸잖아 이번 달 초순에 친정아버지 팔순을 맞아 고향을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열 살 때까지 살았던(지금의 친정에서 산골짜기로 6km 더 들어간 오지) 곳이 어떤가 하는 호기심에 남편과 함께 디지털카메라까지 챙겨서 나섰다. 학교 가는 길에 서 있던 느티나무와 정자, 겨울이면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 썰매를 탔던 연못, 아침마다 가장 먼저 가본 연못 옆의 호두나무, 동네에서 가장 큰 기와집이었던 우리 집과 엿장수가 올 때마다 진을 치던 집 앞의 넓은 공터.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60년이 넘은 기와집도 그대로였고, 느티나무도 온전하게 서 있었다. 물론 연못과 호두나무도 50년의 세월에도 꿋꿋이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달라진 것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너무도 작아 보였던 것이다. 마을에서 가장.. 2016. 9. 16.
[시 한 편] 암루 [시 한 편] 암루 작은 새 한 마리가 조그만 새장 속에서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무슨 생각에 그리도 애처롭게하늘을 바라보는 것일까넓게 펼쳐진 하늘은 새에게이리 날아오라고 손짓하고작은 새는 그럴 수 없다고말하듯 흐느끼며 고개를 떨군다.하늘은 손바람으로 새의 눈물을 닦아주고위로해 주려고 하지만새는 아무에게도위로받고 싶지 않은지작은 공간 이곳저곳을날아다니며 눈물을 훔친다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멍하니새장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며 글 / K4 제조5팀 강춘환 책임 2016. 9. 2.
[에피소드] 센베이 과자 우리 집 가까이에 아주 유명하고 오래된 명품과자를 만드는 명장의 가게가 있습니다. 그 집 앞을 지날 때 보면, 늘 손님 한두 분이 과자를 고르곤 합니다. 보이는 과자의 종류만도 상당합니다. 일명 ‘센베이 과자’라고 알고 먹던 그 과자가 진열된 모습만 봐도 가슴이 뛰고 설레어옵니다. 어느 날은 하도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창에 들어가 센베이 과자를 입력해 보기도 했습니다. 진짜 내가 알고 있던 센베이 과자라는 명칭이 맞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으며, 만약 그 명칭이 아니라면 정확한 명칭을 알고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센베이라는 명칭은 일본 지방의 명칭이었고, 그곳에서 만드는 과자라 하여 ‘센베이 과자’ 혹은 ‘센베 과자’라 부르게 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드는 방식이 비슷하여 센베.. 2016. 8. 26.
[에피소드] 뱃살 하루에 여덟 시간은 의자에 앉아 생활하다 보니, 생각지 않았던 뱃살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탓에 편한 복장을 선호하게 되었고, 고무줄이 있는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게 되었다. 그래서 뱃살이 나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같다. 어느 날이었다. 지인 결혼에 가기 위해 양복을 꺼내 입게 되었는데, 불과 몇 개월 사이 넉넉했던 허리둘레가 단추를 채우지 못할 정도가 되고 만 것이었다. 심각해진 상황을 직감하게 되었다. 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올챙이 배 아저씨를 조금씩 닮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안 되겠구나! 운동을 시작해야겠네.’ 다부진 마음으로 그다음 날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공원으로 빠르게 걷기 운동을 했다. 거의 2km 거리를 쉬지 않고 걸었다. 예전에.. 2016.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