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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에피소드] 옥 목걸이 세상을 살다 보면 특별한 체험을 할 때가 있다. 책 속에나 일어날 법한 일들을 경험하기도 하며 좋아하는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나에게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냥 멍하다. 내가 나인지, 혹은 지금 나는 어디서 왔을까, 그것도 아니면 나는 참으로 위대한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착각과 망상을 한동안 쥐고 살게 된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절대 나쁘지는 않다. 지루하고 따분했던 일상에 시원한 청량제가 되기 때문이다. 한때 홍콩 영화가 시대를 주름잡았을 때가 있었다. 이소룡, 성룡, 홍금보라는 배우가 인기 가도를 달라지면서, 나오는 영화마다 히트를 쳤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뛰어난 도사나 스승을 만나 무술의 달인이 되어 부모님의 원수를 갚거나 못된 놈들을 혼내 준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뛰어난 스승은..
[에피소드] 초보 미용사 부쩍 많이 자란 머리카락을 보면서 오늘은 미용실을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외투 안에 지갑만 집어넣고 집을 나섰다. 자주 가는 미용실이 휴일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말이다. 도착해 보니 미용실은 문이 닫혀 있었고 그때서야 ‘아뿔싸! 화요일이었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참 걸어온 길도 있고 그냥 되돌아가기는 뭔가 억울한 듯싶어 주위에 있는 미용실을 찾았다. 마침 가까운 곳에 미용실이 하나 있었다. 평소 재고 따지는 성격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갔다. 코로나 사태 때문일까? 매장 안은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미용실이라면 커트 정도는 다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다. 다소 젊은 미용사가 다가왔다. “어떻게 해드릴까요?”라는 물음에 “앞머리는 기르고 있어 그에 맞게 잘..
[에피소드] 어휴, 힘들어 누군가 부탁을 하면 거절을 못 해서 언젠가는 이 성격부터 고쳐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짐과 결심은 채 하루를 가지 못했다. 며칠 전이었다. 친구가 어려운 부탁이라며 운을 띄었다. 이렇게 시작하면 불안하다.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머릿속은 순간 복잡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꼭 확고한 나의 의지를 보여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숨을 깊게 들여 마셨다. 그리고는 친구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책 몇 권을 선물 받았는데 혼자 가져오기 힘들어서 함께 가달라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양이기에 함께 가야 하는지를 물어보았다. 여러 권은 아니지만 무게가 제법 나가는 책이라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친구의 말속에서 ‘무게’나 ‘두꺼움’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것으..
[에피소드] 뜻밖의 선물 12월 초순 바쁜 일상을 소화하고 있는 와중에 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뜨고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려 댔다. 순간, 지역번호 063이 어딜까 생각했다. 그러나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받을까 말까 망설임의 시간이었다. 평소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는 그냥 무시해 버리곤 했던 탓에 이번에도 받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 한 공기업에서 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 공모전 당첨을 축하한다는 축하 메시지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궁금해졌다. 과연 무엇이 입선을 했고 어떤 상품이 기다리고 있을까. 참을 수 없어 서둘러 메일을 읽어 나갔다. 슬로건 장려상 입선을 한 관계로 50,000원권 상품권을 보내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는 문의 사항이 있으면 전화해 달라면..
[에피소드] 드라마 토요일 밤 10시 30분. 어떤 이들에게는 초저녁으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나에게는 별나라로 꿈나라로 가서 한참 단잠을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다. 그런 시간에 커피를 서너 잔까지 마셔가며 버티고 있는 것은, 좋아하는 드라마가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끝나면 12시에 가까워질 테고, 잠 때를 놓친 나로서는 1시간여를 뒤척여야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바늘까지 꾹꾹 찔러가며 TV 앞을 사수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참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드라마를 놓치고 나면 다음 날 하루 종일 무기력증에 시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엄마가 보시기라도 한다면 “그놈의 드라마가 뭐길래!” 하실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절박하다. 가마솥에서 갓 지은 쌀밥을 먹기 아깝다고 하루 지나서 찾으면 고슬고슬한 ..
[에피소드] 사탕 가방 안에서 책을 꺼내다 며칠 전 길거리에서 얻은 사탕 하나를 보았다. 교회 선도를 위해 작은 쪽지와 함께 건네주었던 사탕을 가방 안에 쑥 밀어 넣고는 깜박 잊고 있었다. 때마침 입안이 허전하던 차였는데 잘 됐다 싶어 봉지를 뜯고 자그마한 사탕을 입안에 넣었다. 달달함이 온몸으로 번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마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예전 같았다면 커다란 사탕이라도 우두둑 부서서 빨리 먹으려 했겠지만, 하나밖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최대한 아껴 먹고 싶어졌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 보니 10여 분이 훌쩍 지나갔다. 참 재미없을 거 같았던 이동 거리가 사탕 하나로 인해 즐거울 수 있었다. 언제였을까? 뜨거운 뙤약볕에서 온종일 일을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날씨에 허..
[에피소드] 아버지의 면도기 남자들이 귀찮아하는 일이 하나 있다. 하지만 싫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바로 ‘면도’다. 여성들이 매일매일 화장을 하고 고치고 지우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갖고 있다면, 남자들에게는 이 면도가 참 골치 아픈 일이다. 수염이 빨리 자라는 친구들은 아침에 한 번 하고 오후에 다시 한번 면도를 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이라면 깔끔한 이미지는 필수이기 때문에 면도는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거품을 내서 얼굴에 바르고 면도기로 이쪽저쪽 오가며 면도하는 일이 귀찮아서 큰 마음먹고 전기면도기를 사는 친구들도 종종 봤다. 여성들에게 화장품만큼이나 필수품이며 매일 함께해야 하는 친구와 같은 물건이 면도기인 것이다. 내가 면도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화장실 거울 ..
[에피소드] 무대에 서 봤니? 며칠 전, SBS 스페셜 방송을 보게 되었다. 아이돌 스타였던 멤버들의 이야기였다. 아이돌 1세대 스타였다던 HOT 토니안부터 최근까지 잘 나가던 스텔라 가영까지, 많은 아이돌 가수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GOD, 신화, SES, 핑클, 소녀시대나 얼마 전 재결합했던 HOT와 젝스키스는 아직도 그 명성이 식지 않고 있지만 우후죽순 생겼났던 기획사들과 그 안에서 활동했던 가수들은 잠깐 반짝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멋진 의상과 춤으로 많은 팬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기도 했지만, 그들에게도 남모를 고통과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프로그램이 막바지로 진행될 때쯤, 그들에게 공통 질문이 하나 주어졌다. “언제 가장 행복했었나요?” 그들 대부분은 “무대에 등장하는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