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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중어 6호] 오성대반점 : “진실은 이미 예전의 진실이 아니야!”

by 앰코인스토리 - 2015. 6. 23.

‘오성대반점’이라고 하면, 탕수육과 짬뽕, 또는 짜장면을 세트메뉴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동네 중국음식점을 연상하시는 분이 많을 것 같다. 오지 않는 님(짜장 님)을 기다리다, 또 기다리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전화해서 항의하면 방금 출발했다고 상냥하게 안내해 주는 그런 중국음식점. 하지만 이 드라마를 수입한 SBS플러스에서 붙인 제목은 무려 《파이브스타 호텔(五星大饭店 Wǔxīng dà fàndiàn)》이다. (SBS플러스 측의 작명 센스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는 제목이지만, 갈 길이 머니 대강 넘어가기로 하자) 


한자와 영어에 능통한 우리 독자님들은 ‘오성=파이브스타’라는 것을 벌써 알아채셨을 테니, ‘대반점=호텔’ 인 것도 아마 눈치채셨을 듯싶다. 그렇다. 중국에서 주점(酒店, jiǔdiàn), 빈관(宾馆, bīnguǎn), 또는 반점(饭店, fàndiàn)은 ‘식당’이 아닌 ‘호텔’을 말하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생각하는 음식점은 판관(饭馆, fànguǎn)이나 찬청(餐厅, canting)이라고 한다. 영어를 그대로 들여와서 사용하지 않고, 고유어 또는 신조어를 만드는 중국어의 특성상 우리말의 ‘주막’ 같은 느낌의 ‘주점’이 호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급 호텔들의 이름을 ‘호텔’대신 ‘주막’이라고 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쉐라O 워커O 주막, 인터컨티넨O 주막….

우하하


서론이 길었다. 이달의 드라마인 《오성대반점》은 한국배우가 출현하고 중국 본토 드라마치고는 매우 세련된 영상미를 뽐내고 있으며, 주인공들의 미모도 전작의 대만드라마들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으니 기대를 하셔도 좋겠다. 제 칼럼을 즐겨(?) 구독하는 지인이, 대만드라마 주연배우들의 미모에 대해 심한 불만을 가지고 계신 관계로, 이번에는 좀 주인공 느낌이 나는 분들이 출연한 드라마를 소개하기로 전격 결정하였다!



《오성대반점》의 무대는 은해(银海, Yínhǎi)라는 가공의 도시인데, 정황상 ATC공장이 있는 트위스트의 본고장 상해(上海, Shànghǎi)로 생각된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이니, 겨울보다는 여름, 밤보다는 낮에 시청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주제가를 포함한 배경음악까지 좀 음울한 드라마다. 드라마 스케일이 참 상당한데, 간단히 얘기하자면 주인공 반옥룡이 세 명의 여인과 겪는 일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직접 시청을 추천하는 바다.


주인공인 반옥룡(潘玉龙, Pānyùlóng)(장준녕 분, 张峻宁, Zhāng Jùnníng)은 은해 시의 최고급 호텔인 ‘만승호텔(万乘大酒店, wànchéngdàjiǔdiàn)’의 신입 호텔리어다. 그는 이곳에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미모의 한국인 재벌 2세 김지애(金志爱, jīnzhìài) 회장(정유미 분, 郑柔美, Zhèngróuměi)의 전담 직원이 되어 그녀의 아픈 상처까지 어루만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김지애 양은 자연스럽게 옥룡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으니, 내겐 너무 희한한 춤(아이리시 댄스인 것 같은데, 상체는 움직임이 없고 다리로만 추는 특이한 탭 댄스)을 추는 탕두두(汤豆豆, tāngdòudòu)(우맹맹 분, 牛萌萌, Niú Méngméng) 양 되시겠다. 참고로 탕두두 양은 우월한 기럭지를 뽐내는 전형적인 중국인 미녀이고, 댄스 팀 내 아붕(啊鹏, āpéng)은 또 그런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다. 어쨌든 지위와 재력이 있는 지애는 전담직원 옥룡을 데리고 여행도 다니며 알콩달콩한 시간을 만든다. 그리고 또 제3의 여인인 변호사 양열(杨悦, yángyuè)(조희문 분, 曹曦文 cáoxīwén)도 등장해서 사각관계가 된다. (탕두두를 짝사랑하는 아붕은 인지도 및 비중이 너무 낮아 소개를 생략하겠다)


아이리시 댄스팀 ‘진실’의 멤버인 탕두두와 아붕의 대화다. 댄스팀 ‘진실’은 댄스 콩쿠르에서 1위의 성적을 거둔다. 하지만 우승이 그들의 실력이 아니고 대기업 로비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자, 팀 내에 갈등이 생긴다. 탕두두의 춤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다른 멤버들의 출세욕이 맞부딪히고, 탕두두를 짝사랑하는 아붕은 갈등을 조율하려 노력한다.









真实已经不再是原来的真实。

Zhēnshí yǐjīng búzàishì yuánláide zhēnshí。

진실은 이미 예전의 진실이 아니야!


젊음! 열정! 패기! 순수! 그리고, 사랑! 탕두두의 이 대사를 듣고 떠오른 단어들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은 어떤 단어를 떠올리셨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모두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그녀만 내 곁에 있다면, 노래를 부를 수만 있다면, 축구를 할 수만 있다면,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만 있다면 (잉?), 그 무엇도 상관없었던 그 시절! 오늘은 바로 이 표현 ‘~하기만 하면’이라는 뜻을 가진 只要(zhǐyào)에 대해 알아보겠다.


只要는 충분조건을 나타내며 就(jiù), 便(biàn) 등과 호응하여 사용된다. 중국어 예문을 보며 그 뜻을 더 확실히 알아보자.


只要努力学习, 就一定会取得好成绩。

Zhǐyào nǔlì xuéxí, jiù yídìnghuì qǔdé hǎo chéngjì。

열심히 공부하기만 하면, 반드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예문이 너무 진부하고, 마음에 와 닿지 않아 다른 예문을 추가한다.


只要你在我的身边, 我便幸福了。

Zhǐyào nǐ zài wǒde Shēnbiān, wǒ biàn xìngfúle。

당신만 곁에 있다면, 저는 행복할거에요.


더 진부한가? (사실 필자는 이 예문을 적으면서 살짝 부끄러웠다) 그렇다면 오늘은 당신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줄 영화 한 편을 감상하길 추천한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왔었을 것이고, 그 시절에는 그 사람만 곁에 있다면, 나를 바라봐 주기만 한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을 잠시나마 떠올리며, 현재 수위 152.43m(2015.6.16. 기준)로 역대 최저 수위인 151.93m(1978년)에 근접하고 있는 소양강댐처럼 메마른 그대의 감성이 아기피부처럼 촉촉하게 적셔지기를 기원하는 바다.


《오성대반점》은 중국드라마치고는 세련된 영상미를 가지고 있으며, 상당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기대를 뛰어넘는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허무한 편이다.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떨떠름한 마지막 장면 같다. (끝인 듯~아닌 듯~애매하게 후속편의 여운을 남긴다고나 할까)


날씬하고 큰 키의 전형적인 중국미녀인 탕두두, 한국 재벌가의 상속인인 김지애, 헌신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변호사 양열. 이 세 여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반옥룡의 선택은 과연 누구일까? 내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고 싶지만, 필자는 뜻밖에 세 여인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적이 없다. 여러분이 만일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커피한잔

전신, TELEX, 전서구, 파발마, 봉화 등으로 재미있는 댓글 의견을 주신 독자님께는 브런치와 함께 기침에 좋은 홍콩감기약 Nin Jiom Pei Pa Koa를 한 잔 대접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