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봄은 그 계절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넘친다. 여기에 더해 꽃구경과 더불어 다양한 먹거리까지 더해져 사람들은 봄나들이를 나서게끔 하기에 충분하니,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곳 필리핀에서 제일 아쉬운 것 중의 하나는, 가족과 함께 그런 봄나들이를 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필리핀에는 딱히 한국의 봄 같은 계절은 없으므로 그와 같은 정취를 느끼긴 어렵지만, 그래도 가끔이나마 현지직원들 집을 방문하거나 동네잔치에 초대되어 가면서 교외로 나가곤 한다. 이럴 때면 각 가정집에서 준비하는 현지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된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먹거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빠지지 않는 요리가 있다. 이름은 ‘아도보’라고 한다.
▲ Peruvian adobo chicken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이 음식을 먼저 소개하기에 앞서서, 필리핀은 식수로 사용하는 물에 석회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석회질을 녹여주기 위해서도 식초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필리핀에는 식초가 많이 발달해 있다. 식초는 보통 사탕수수나 코코넛 등으로 만들어지고, 필리핀 어딜 가나 길거리에서 식초를 늘어놓고 파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필리핀 음식은 이러한 식초를 이용한 음식이 많다. 그 대표적인 필리핀 음식이 방금 언급한 ‘아도보’인데, 스페인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렇다고 스페인 음식이라기보다는 필리핀 전통음식에 속한다.
▲ Chipotles en adobo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아도보는 재료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주로 가장 보편적인 ‘육류’를 기본재료로 한다. 돼지를 이용한 것이 ‘포크 아도보’, 닭을 이용한 ‘치킨 아도보’, 그리고 닭과 돼지고기를 같이 넣어 만든 ‘치킨포크 아도보’가 있다. 이외에도 채소를 이용한 것들과 오징어를 이용한 아도보 등, 응용된 음식 종류가 매우 다양한 편이다.
▲ Lomo en adobo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아도보는 만드는 방법도 간편하다. 프라이팬에 식초, 간장소스, 마늘 그리고 향신료의 일종인 월계수 잎(Bay leaves)을 같이 넣고 볶아준다. 취향에 따라서는 통후추도 같이 넣어준다. 여기에 고기재료를 넣고 센 불로 먼저 끓인 다음에 점점 불을 줄이고 적당히 졸이면 완성된다. 메인 소스가 간장이다 보니 자칫 잘못 하면 짜서 못 먹는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된 아도보는 역시 필리핀에서 흔히 서빙되는 방식인 흰 쌀밥과 같이 내거나 우리나라의 덮밥같이 흰 쌀밥 위에 올려 내기도 한다.
▲ Filipino adobong manok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일반적으로 보통 가정집에서 밥 먹을 때 보면, 여기도 주식이 쌀이다 보니 흰 쌀밥은 빠지지 않는다. 필리핀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밑반찬이라는 개념이 없다. 쌀밥 이외에 하나 또는 두세 개 메인요리를 반찬으로 놓고 먹는다. 한국의 것보다는 큰 개인별 앞 접시를 놓고 쌀밥을 놓고 메인 반찬을 덜어 먹는다. 우리나라로 보면 제육덮밥이나 오징어덮밥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손님들을 초대할 때는 물론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지만, 보통 때 그냥 일상적인 식사를 할 때는 보통 한두 개의 메인요리와 쌀밥을 함께 먹는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채소를 먹는 비중도 낮은 편이어서 어떻게 보면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 못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설거지하기가 수월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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