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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우리는 앰코人

앰코코리아 등산동호회 산사랑, 강원도 밥봉 트레킹!

by 앰코인스토리.. 2026. 5. 27.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어릴 적에는 이 말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그저 학교 안 가는 노는 날이 많아 좋았을 뿐이지요. 이젠 필자도 인생의 희로애락을 어느 정도 겪은 나이가 되다 보니, 5월이 왜 계절의 여왕인지, 날씨와 자연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삶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불과 일주일 전까지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한 날씨가 이어져 점퍼를 꼭 입고 다녔는데, 지금 날씨는 여름옷을 급하게 옷장에서 꺼내어 입어야 하는, 그야말로 계절의 변곡점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정말 야외 활동하기에 너무도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5월의 산사랑 동호회에서는 맑고 푸른 계절의 특혜를 맘껏 누릴 수 있는 멋진 장소로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푸른 하늘과 더 푸른 바다가 있는 곳, 거기에 초록빛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이국적 풍경의 산! 동해안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곳, 강원도 강릉 옥계와 동해시 망상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밥봉’이라는 산입니다.

 

밥봉이라는 단어조차 아주 생소하고 정보도 거의 없는 장소입니다. 보통 등산 마니아들에게 알려진 100대 명산 혹은 백두대간 종주 코스도 아니고, 해파랑길과 같은 트레킹 코스도 아니기에 정보가 없다시피 한 장소입니다. 딱 1년 전에 우리는 밥봉의 일부인 임도를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가 막힌 풍경에 정신 줄을 놓고 사진을 담기에 바빴었던 추억이 있네요. 이번 여정의 코스는 그 멋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고자 정상까지 인증하고 내려오는 산행입니다.

 

밥봉은 원래 강릉시 옥계역 뒤쪽에 있는 320m 정도 되는 나지막한 야산입니다. 동네 주민들만 산나물을 캐며 오르던 해안의 무명 산이었는데, 2019년 방화로 인한 엄청 큰 산불이 나서 산 주위가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화마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될 무렵, 또 다시 2022년에 동해시까지 위협할 정도의 엄청난 산불이 발생해 회복 불가의 피해를 입었던 산이었습니다.

 

두 차례의 자연재해로 가역성이 상실된 줄 알았던 밥봉은, 몇 년이 지난 뒤에 자연 스스로가 조금씩 옛 모습으로 찾아가는 놀라운 회복의 모습을 보였고, 산을 찾았던 일부 사람들에게 알려져 산불 전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 풍경의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입소문을 타고 MTB, 4륜 SUV, 오프로드 마니아 동호회에서 소수의 사람들끼리만 즐기는 명소가 된 것이지요.

 

등산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안내표지판, 진입로조차 등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기에 소수의 산객들만 찾는 숨겨진 명소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봄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오전부터 강한 자외선과 햇볕이 쏟아지고 있군요.

 

▲아침부터 여름 날씨와 다름없습니다.
▲10분 정도만 올라가도 시원한 조망이 반깁니다.
▲산불 때문에 벌목을 해서 그루터기가 많아요.
▲여유있게 멍 때리며 오션뷰를 즐겨봅니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반다나마저 푸른색으로 제대로 깔맞춤을 한 우리 회원님.
▲황량한 초원을 걷는 것 같아요.
▲정상까지 까마득합니다.

밥봉은 산불로 인해 나무가 없다시피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소나무로 인공 조림을 하고 있는데, 사람 키보다 낮아서 멀리서 보면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듯한 착시를 줍니다. 대신 각종 나물과 잡초, 도토리 나무들이 심지도 않았는데 잘 자라고 있어서 황폐해진 대지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자연은 이래서 위대한 것 같아요. 심지도 가꾸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회복을 하고 있다니! 우리가 산행 들머리로 출발한 장소는 동해 휴게소입니다. 동해안을 시원하게 연결하는 동해 고속도로의 휴게소인데, 특이하게도 밥봉을 오르려면 휴게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밥봉은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형적인 산객들이 찾는 산이 아니라 탐방로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보통 입소문 난 들머리가 네 군데 정도 되는데요, 그 중에서 동해 휴게소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휴게소답게 화장실과 식당 매점과 같은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고,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가장 멋진 오션뷰를 자랑하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식당에서 바다를 보며 식사하면 5성급 호텔 뷔페가 안 부럽습니다. 동해 휴게소 뒤쪽에 밥봉을 오르는 작은 오솔길 같은 탐방로가 있습니다. 밥봉을 오르는 탐방로가 아니라 10분 정도 오르면 나오는 전망대까지 가는 탐방로인데, 워낙 인적이 없는 곳이라 말이 탐방로지, 수풀이 우거져 한여름에는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반바지를 입고 왔는데 수풀을 헤치며 가다보니 힘들었어요.

 

그렇게 15분 정도만 오르면 그루터기가 옹기종기 있는 작은 전망대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그 멋진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배낭을 잠시 내려두고 그루터기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 이 순간만큼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저 햇빛에 데워진 온몸의 열기를 산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식히며 윤슬이 반짝이는 먼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됩니다.

 

▲하산길은 아카시아숲을 통과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눈을 뗄 수 없는 풍경이 산행 내내 이어져요.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까마득하네요.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보여요.
▲와! 드디어 정상이다!
▲밥봉은 그 이름답게 정상석과 조형물도 아주 귀엽고 상징적입니다.
▲오늘 가장 체력이 좋았던 친구들! 형제는 용감합니다.
▲전직 락밴드라고 주장하시는 우리 등반 대장님.
▲불에 탄 고사목과 초록빛 잡풀들 희망과 아픔이 공존하는 장소 같아요.
▲시원한 풍경에 피로가 사라집니다.
▲하산길은 발걸음이 가벼워요.
▲엄청난 급경사라 조심조심!

무더위에 평소보다 많이 힘들었지만, 겨우 밥봉 정상까지 올라왔습니다. 가장 높은 봉에는 활공장처럼 야자매트가 덮여 있어서 편하게 누워서 쉴 수 있습니다. 물론 밥봉은 어딜 가도 그늘은 없으니 땡볕은 각오해야겠지요.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감동, 그 자체입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이런 풍경이 없습니다. 소백산 능선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소백산은 저 푸른 동해 바다가 없습니다. 푸른 바다와 황무지를 뒤덮고 있는 초록빛 풀들, 이런 풍경을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없던 감성마저 화산 폭발하듯 뿜어져 나올 것 같습니다.

 

산 정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그 순간은 마음보다 숨이 먼저 멎는 것 같습니다. 바람을 따라 굽이치는 듯한 산등성이 사이로 붉은색 흙길이 이어지고, 그 길 끝에 5월의 햇빛을 가득 머금은 바다가 유혹하듯 반짝입니다. 심신의 피곤함이 한 순간에 리셋되는 것 같습니다. 시원한 풍경에 취해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멀리 작은 마을과 해안선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행복이란 거창한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이런 풍경 앞에 잠시 멈출 줄 아는 마음에 있는 건 아닐까요? 화마로 상처 입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며, 그 자연의 위대함 앞에 우리의 마음도 회복되길 기대해 봅니다.

 

▲이젠 해안을 걸으며 여유있게 걸어봅니다.
▲당장 뛰어들고 싶은 시원한 동해의 모습.
▲망상 해수욕장에서 단체 인증샷!
▲마음만큼은 저 푸른 바다 위에서 서핑을 즐기고 싶지만 오늘은 참아봅니다.

밥봉에서 한 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내려오면 동해안 최대 규모인 망상 해수욕장과 만나게 됩니다. 해변 길이만 2km가 넘으니 그 규모가 가늠이 안 되지요. 이곳은 해파랑길 34코스의 초입이라 해안에 인접하게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시원한 바다를 보며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멋진 둘레길입니다.

 

오늘은 힘든 산행이어서 좀 늦었지만, 이곳 망상 해수욕장에서 간식을 먹고 잠시 쉬어갑니다. 해수욕장 주변엔 편의점, 식당, 캠핑장, 리조트, 화장실, 샤워장 등등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모든 편의시설이 아주 잘 갖춰져 있습니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늘 붐비는 이유지요. 데크길을 따라 그늘이 시원한 송림이 있어서 오늘 같은 더운 날에도 걷기에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마음은 벌써 여름이 온 것처럼 시원한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불을 뿜고 있는데, 참 참기 힘든 유혹이 아닐 수가 없네요. 망상 해수욕장에서 늦은 간식을 먹고 오늘 여정의 방점인 어달삼거리로 이동합니다. 최근 동해시 묵호항 근처가 강릉이나 속초를 제치고 동해안 최고의 핫플로 SNS를 달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어달삼거리의 인증샷 하나가 거의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오늘의 마지막을 그곳에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시원하고 분위기가 있는 전형적인 동해안의 모습이지요.
▲우리도 MZ의 감성을 느껴볼까요?
▲이 사진 한 장이 시골해변을 최고의 핫플로 만들었어요.
▲최신 유행을 따라해 봅니다. 오늘의 기분이 이 사진 한 장에 다 들어있어요!

사실, 어달해변은 10여 년 전부터 여행 고수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진 동해의 작은 어촌이었습니다. 필자도 7년 전 여름휴가 때 입소문을 듣고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갯바위와 낮은 수심으로 아이들 놀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라 스노우 쿨링 및 해루질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지요. 그런 물놀이 명소였는데, 최근 묵호 쪽에서 내려오는 내리막길 뷰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지브리 감성의 어촌 풍경을 묘사하는 듯해서 SNS를 타고 급속도로 유행처럼 퍼져나가 동해안 최고의 핫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SNS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그리고 이곳의 진정한 맛은 새벽 해돋이입니다. 도로 끝에 팔을 벌려 우리를 맞이하는 듯한 바다, 그 너머로 붉게 떠오르는 일출의 장면은 한번쯤 꼭 경험하고 싶은 버킷이 아닐까 싶습니다. 갑작스러운 무더위로 조금은 힘들었었던 산행이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쉽게 접근할 수도 없는 멋진 뷰에 모두가 행복했던 산행과 트레킹이었습니다. 산과 바다,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멋진 곳! 이것이 밥봉이 가진 매력이고 우리를 끌어들이는 마법과도 같은 흡입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