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서막을 알리듯 짙푸른 녹음의 향연은 그 어느 화려한 유혹보다도 거부할 수 없는 마법의 향수로 다가와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그렇듯,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무실의 온도가 올라 갈수록 시원한 자연 속 천연 바람을 그리워하는 건 도시인의 내재된 DNA가 아닌가 싶습니다.
앰코코리아 아웃도어 동호회 산사랑에서는 여름을 맞이하여, 그 어느 곳보다 초록의 향기가 가득한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으로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민둥산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도 유명한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국내 가을 억새꽃 명소로 이미 그 명성이 자자했는데, 지금은 가을보다 여름에 더 멋진 곳으로 소문이 나서 여름철 최고의 산행 명소로 SNS를 후끈 달구고 있습니다.
이렇게 민둥산이 여름철 산행 성지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접근성’입니다. 아무리 뷰가 화려하고 멋진 산세를 자랑하더라도 등산 마니아가 아닌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거나, 교통이 불편한 장소, 그리고 장시간 등산을 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든 곳이면 소수의 사람들만 찾는 곳이 됩니다.
더욱이 중장년층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등산 인구가 적은 MZ 세대들이 찾기 쉬운 곳이어야 그 입소문이 빨리 퍼져서 핫플이 되는 현상은 현재의 등산 문화이기도 하지요. 그런 면에서 민둥산은 대중교통이나 자차로 접근하기도 편리하고 코스가 길지 않아 초보 등산객도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차별화된 풍경, 즉 다른 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 뷰가 민둥산에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유명한 산들은 울퉁불퉁 화려한 기암괴석의 바위와 절벽 또는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어 그 화려한 풍경에 많은 등산객들이 찾곤 합니다. 하지만 민둥산은 그 흔한 계곡이나 기암 괴석 하나 없고 심지어 정상 부근에는 나무도 거의 없는 참 보기 드문 산입니다.
아이러니하게 이름 그대로 나무나 울창한 숲이 없어 민둥산인데, 여름철에는 그 썰렁한 초원 같은 풍경이 다른 어떤 산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성의 활화산이 되어 전국의 모든 산객들을 흡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시기는 6월 중순에서 8월 초까지 딱 두 달 남짓 밖에 되지 않아, 산사랑 동호회에서는 서둘러 민둥산 산행을 계획한 것입니다. 장마가 시작되고 삼복 더위가 시작되면 산행이 쉽지 않아서이지요.
산행 당일, 전날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비 예보가 있었습니다. 새벽엔 강한 비가 내리고 있고, 일부 산간 지역엔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어 살짝 긴장했는데, 비가 와도 산행을 할 수 있는 만발의 준비를 해두었던 터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습니다. 아웃도어 활동에서 특히 단체로 움직일 때는 안전을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자연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이변이 많기에 철저한 준비로도 부족함이 있거든요.
그렇게 세 시간 정도 달려 민둥산 탐방로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궂은 날씨 덕에 고속도로는 주말인데 평일보다 더 한산해서 차가 안 밀려 너무 좋았습니다. 주말이면 탐방객들로 가득 찬 민둥산 주차장이 차량 한 대 없이 아주 썰렁합니다. 비를 즐기며 산행하는 자만이 누리는 혜택을 톡톡히 보는 것 같아요.

민둥산의 탐방로는 여섯 개인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곳은 세 곳 정도입니다. 필자는 민둥산 산행이 다섯 번째라 각기 다른 탐방로를 이용해 봐서 그 특색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라 90%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탐방로는 길이 미끄러워 안전 사고의 위험과 상당히 힘든 산행이 될 수 있어, 사람들이 거의 안 다니는 임도 우회길로 등산을 했습니다.
첫 번째 목표지점은 850전망대라는 곳인데, 이름 그대로 해발 고도가 850m가 되는 지점입니다. 몇 년 전부터 이곳에 매점이 생겨서 정상을 올라가기 전 잠깐 숨을 고르며 허기진 배를 달래거나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어 아주 좋은 쉼터입니다.
또한, 날씨가 맑은 날이면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이 기가 막힌데요, 특히 매점에서 판매하는 한강라면을 먹으며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정말 환상입니다.





850전망대에서 잠깐의 여유를 가져보고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합니다. 평일이나 주말 오전 7시 전까지는 이곳까지 자차를 이용해 올라올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어서 가성비 만점인 산입니다. 이러한 접근성이 MZ 세대들을 민둥산으로 끌어들이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850전망대에서 정상 바로 밑 제3쉼터(1000m 고지)까지는 본격적인 산행을 알리는 가파른 경사길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넓은 임도길이 지그재그로 되어있어 그리 걱정할 건 없습니다. 쉬엄쉬엄 걷다 보면 금방 도착하거든요. 거기에 탁 트인 뷰와 민둥산에 가장 멋진 쭉쭉 뻗은 소나무숲이 짙은 향을 풍기며 산객들을 맞이합니다.


비는 계속 추적추적 쉬지 않고 내립니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걷다 보니 땀에 흠뻑 젖어 그냥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걷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여름 우중산행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다른 계절이었으면 추위 때문에 흉내도 내기 힘들었을 텐데, 궂은 날씨 덕분에 이런 낭만도 즐겨 봅니다.
산행하기에 적당한 기온이고 햇볕이 전혀 없어 오히려 힘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상보다 빨리 목표 지점까지 도착할 수 있었어요. 정상 바로 아래 제3쉼터에서 50m 정도만 올라가면 편하게 간식을 먹으며 쉴 수 있는 데크 공간이 나옵니다. 아마도 이곳이 조금이나마 그늘이 있는 마지막 쉼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민둥산은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곳 제3쉼터부터는 나무가 없고 온통 억새와 풀들의 천국입니다. 이제 초원이 시작되는 셈이지요. 평소 주말이었으면 등산객들로 인산인해였을 장소인데, 오늘은 날씨 덕을 여러 번 보는 것 같아요. 비 맞으며 데크에서 쉴 수도 있었거든요.



쉼터에서 즐거운 간식 타임을 가진 후 주변을 둘러보니 완전 야생화 천국입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에는 노란색 금계국과 귀여운 개망초꽃이 초록 세상을 더욱 빛내듯 곳곳에 수를 놓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 자생한 야생화인데, 누군가 일부러 정원을 꾸며 놓은 듯 주변 억새밭과의 조화가 아트 그 자체입니다. 감성이라곤 단 1도 없는 사람이라도 이 풍경을 보면 극 T에서 F로 바뀌는 마법이 발생합니다. 많은 형용사가 필요 없는 예쁨 그 자체! 계단의 양 옆으로 피어난 노란색 금계국들은 누군가의 기다림을 닮은 듯 바람이 스칠 때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감성에 젖은 산객들을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짙은 안개 너머 무엇이 있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오늘은 그 답을 찾기 위해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느릿느릿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며 초록빛 융단 위를 노랗게 수 놓은 그 미소를 따라,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언덕 위 비밀의 공간 속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야생화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천국의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 봅니다. 과연 안개 속 언덕 너머엔 어떤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드디어 정상부 능선에 올라, 말로만 듣던 민둥산의 시그니처인 돌리네를 만납니다. 비록 푸른 하늘과 깔끔한 뷰는 아니어서 살짝 아쉬움이 있지만, 비 덕분에 경험할 수 있는 운해와 안개 때문에 신비로움이 가득한 몽환적 풍경을 선사합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독특한 환경입니다, 마치 화산의 분화구 내지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오름과 너무나 흡사한 모습입니다. 전문 용어로 ‘돌리네’라고 하는데 강원도 특유의 석회암 지형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네요.
안개 때문에 그 분위기가 더 심상치 않고 정말 꿈을 꾸고 있는듯 몽환적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네요. 마치 저 돌리네 연못 속에서 당장이라도 산신령이 나와 “금도끼가 네 도끼냐?” 물어볼 것 같아요. 비를 맞으며 힘겹게 올라온 수고가 이 신비롭고 천상의 세계 같은 풍경에 보상을 받습니다.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정말 끝내주는 풍경에 임계점에 도달했던 스트레스 게이지가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온통 초록빛 세상! 거기에 속살을 감추듯 보일 듯 말 듯 안개 속 실루엣. 맑은 날 풍경이 화려하다면, 흐린 날은 자극적이지 않은 은근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어서 우중산행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돌리네의 신비로움에 인생샷을 수십 장은 찍은 것 같아요. 이젠 마지막 목표 지점인 민둥산 정상을 향해 올라갑니다. 돌리네 입구에서 꽤 가파른 계단을 100m 정도 오르면 민둥산 정상석이 있는 정상이 나타납니다. 민둥산의 높이는 1119m로, 결코 낮은 산이 아닙니다.
고지대다 보니 이곳의 공기는 그 냄새부터 다른 것 같아요. 뭔가 좀더 상쾌하고 신선한 향이 비염이 있는 필자의 코에서도 느껴집니다. 날씨 맑은 날이면 이곳 정상의 뷰는 가히 천하 절경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뷰를 자랑합니다. 그 멋진 하늘과 풍경을 볼 수 없는 오늘은 소위 말하는 곰탕 뷰인데도 불구하고 흐리면 흐린 대로 감성이 있어 실망은 없습니다.








날씨로 인하여 2% 아쉬움이 남았던 6월 정기 산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2%는 맑은 날 채울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 멋진 날이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공평합니다. 어떤 날씨에 오던 항상 약간의 아쉬움과 부족함이 있기에 우리는 그 부족함을 채우려 다시금 산을 찾고, 각기 다른 감동과 희열을 느낍니다. 우중산행이었지만, 우리 모두는 그런 환경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기분 좋게 다녀왔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의 경험은 정말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되어, 두고두고 회상할 수 있는 술안주 및 무용담이 될 것입니다.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
'Company > 우리는 앰코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앰코코리아 등산동호회 산사랑, 강원도 밥봉 트레킹! (1) | 2026.05.27 |
|---|---|
| 앰코코리아 등산동호회 산사랑, 왕사남 배경지 영월 트레킹! (1) | 2026.05.26 |
| 앰코코리아 TEST 관리자들의 2026 청라하늘대교 마라톤 참가 소식 (0) | 2026.04.29 |
| 앰코코리아 앰코봉사단, 아름다운가게 인천 송도점에서 사회봉사활동 진행 (0) | 2026.04.29 |
| 앰코코리아 앰코봉사단, 광주 북구 사랑의 밥차 사회봉사활동 진행 (0) | 2026.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