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은 다리, 시간을 품은 공간
이음1977 & 1883개항살롱

따스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이 초여름의 문턱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5월입니다. 여러분은 바쁜 일상에 잠식되어 계절의 흐름을 놓치곤 하지 않으신지요. 안녕하세요, 앰코인스토리 가족 여러분! 이번 여행은 인천 개항장의 언덕 위에서 멈춰 선 시간과 만나 보는 여정, <이음 1977>과 <1883 개항살롱>에 다녀왔습니다.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개의 건축물,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비추며 이어지는 특별한 공간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이음 1977, 벽돌에 새겨진 건축의 시

1977년에 지어진 <이음 1977>은 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 건축가의 설계로 유명합니다. 집은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는 신념을 가진 그는 자연광과 벽돌의 질감을 이용해 공간을 시처럼 엮었는데요, 당시 부유층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 주택은 인천항만업계의 대부였던 영진공사 회장 이기상 씨와 부인 공경화 씨를 위해 지어졌습니다. 집의 이름 ‘이음 1977’에는 ‘시간을 잇는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육중한 대문과 외부의 계단을 올라 정면으로 마주한 건축물은 한눈에 봐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촘촘히 쌓인 전돌 외벽과 좌우로 길게 뻗은 처마, 그리고 정면을 가득 채운 넓은 창문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바닥에서 느껴지는 돌계단의 묵직함이 사라질 즈음, 발끝이 초록빛 잔디와 맞닿고, 눈앞에는 1977년 김수근 건축가의 손길이 남긴 세심한 비례와 리듬이 나타납니다. 곧게 뻗은 창틀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바람, 벽돌 사이로 투영되는 세월의 흔적을 마주하자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는 그의 철학을 자연스레 떠올립니다.


현관에 들어서자, 어느새 시간은 1977년으로 회귀합니다. 문을 여는 순간 기분 좋은 따뜻함과 함께 붉은 벽돌로 마감된 내벽과 천장을 채운 우드 패널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국적이면서도 레트로한 감각을 자아냅니다. 단정하게 쌓인 벽돌은 남부 유럽의 오래된 주택을 떠올리게 하고, 목재 천장은 빛을 부드럽게 반사해 공간을 포근하게 감싸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과 질감이 다채롭게 변합니다. 곳곳에 놓인 오래된 가구들과 생활 도구들이 이곳이 한때 가정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여행자는 그 시대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어갑니다.

전면 통유리로 마감된 거실은 인천항을 향해 활짝 열려 있어요.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이 집 안으로 스며들어 선실처럼 느껴지지요. 붉은 벽돌의 온기와 정원 너머로 펼쳐지는 항구의 풍경이 어우러져, 마치 오래된 포구의 이야기를 품은 한 편의 영화 속 장면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음 1977>의 또 다른 매력은 정원입니다.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집 안팎의 경계가 슬며시 풀어집니다. 초록빛 잔디는 발끝을 부드럽게 감싸고, 정교하게 놓인 돌길은 낮은 담장을 따라 곡선을 그립니다. 테라스에 세운 열주 사이로 바람이 통하며 항구 도시 특유의 짠 내가 살짝 스며드는데요, 파노라마로 펼쳐진 인천항 전망은 과연 이 집의 하이라이트로 손색없습니다. 건축물과 자연, 그리고 항구의 풍경이 하나의 풍경화처럼 조화를 이루며 묵직하면서도 여유로운 품격을 느끼게 합니다.


공간 곳곳에는 건축가 김수근의 업적과 건축 철학을 소개하는 작은 아카이브 전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의 생애와 작품을 담은 사진과 문헌을 관람하면서 ‘건축은 공간을 짓는 것 이상의 예술’이라는 믿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또 다른 작은 방에는 영상 자료가 상영되어 집이 지어진 배경과 건축 과정 등을 배울 수 있어요.

이 집은 현재 인천광역시가 매입하여 재생한 근대건축문화자산 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정원 끝에는 옆문이 있어 바로 옆에 자리한 ‘인천시민애집’과 연결되니 두 공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옛날 주택 사이를 산책하며 과거의 삶과 현재의 문화가 자연스레 이어짐을 느껴보세요.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Travel Tip. 이음 1977
✔️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39 번길 66
✔️ 이용시간 : 09:00~18:00 (월요일, 명절 당일 휴무)
✔️ 이용료 : 무료 (특별 프로그램은 별도의 참가비 소요)
✔️ 문의 : 032-260-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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