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누를 사기 위해 마트에 방문했다. 원래도 몇 개씩 쌓아두고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누가 다 떨어져 갈 때면 마트를 찾는다. 물론,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도 있지만 직접 비누 향을 맡아보고 고르려 일부러 발걸음을 했다. 비누향은 참 좋다. 냄새 맡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낄 때가 있다. 보통은 살구향, 라벤더향, 오이향이 대표적인데, 좀더 색다른 향기나는 비누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긴다.
아마도 네모난 상자에 들어간 비누는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손으로 쥐어야 하기 때문에 네모 반듯함을 고집하지 않은지는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통 살구향이 제일 무난하고 좋아서 자주 사서 쓰기는 하지만, 오이향이나 라벤더향은 어떨까 궁금할 때도 있다. 각자 다른 취향이 있기에 선호하는 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늘 같은 것만 고집하다 보면 지루할 때가 있어 다른 선택을 해볼까 하는 망설임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늘 같은 향이 되는 것처럼, 새로운 향으로 바꾸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를 몇 번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살구향으로 결정했다.
화장비누 혹은 세숫비누라고 불리는 비누는 비닐속지를 뜯어내고 나서 보는 것만으로 참 좋다. 곡선미가 뛰어나고 색깔과 향이 마음에 쏙 들 때가 있다. 요즈음은 거품비누도 나오고 손 비누도 나오지만, 모양이 있고 색이 있는 요녀석을 거부할 수 없다. 목욕이나 샤워를 할 때도 바디워시보다는 사워타월에 비누를 몇 번 묻혀 거품을 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몽글몽글 생기는 거품과 눈을 따갑게 하는 그 자극마저 기쁨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비누가 세숫비누만 있는 게 아니라서 이런저런 이름으로 꼬리표를 달기도 한다. 내가 세숫비누를 좋아하는 것만큼 엄마는 세탁비누를 좋아했다. 중성가루가 나왔을 때도 시장에서 커다란 세탁비누를 몇 장씩 사오기도 했다. 투박하고 거친 모양에 마크도 없는 거 보면 누군가 집에서 손수 만든 것이 분명했다. “이게 때는 잘 져서 사왔다.” 자랑처럼 말씀하시던 일이 기억난다. 가끔 주말이면 손빨래를 할 때가 생겼다. 그럴 때 엄마 말을 믿고 손으로 제대로 잡기도 어려운 녀석을 들고 낑낑거리며 씨름한 적도 있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뽀송뽀송 마른 빨래를 걷어 들일 때 나던 세탁비누의 은은한 향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빨래를 앞뒤로 안과 밖을 뒤집어 가며 들여다보고 나서는 ‘엄마 말이 맞았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물을 얼굴에 서너 번 끼얹고는 세숫비누를 집어 든다. 사자마자 처음 사용할 때 비누는 첫사랑의 설렘과 같다. 같은 비누다 보니 모양이나 향은 같을 수 있지만,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선함과 새로움은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한다. 손과 비누의 여러 번의 마찰로 생겨난 거품을 얼굴 가득 바르고 거울을 보니 잡티 하나 없는 얼굴이 된 착각마저 든다. 미지근한 물로 비누거품을 다 걷어 내고 나면 한결 매끈해진 피부가 된다.
피부에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고 하기에 하루에 여러 번 비누를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아침마다 느껴지는 이 개운함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 물기가 쏙 빠진 비누는 다시 단단해진 모습으로 욕실을 지킨다. 내 피부의 건강을 책임지는 비누가 마치 굳센 결의와 의지를 다잡는 것처럼 보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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