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의 시대의 인간지능,
인간의 뇌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방대한 데이터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처리하는 인공지능 앞에서 우리는 문득 의구심이 생깁니다. 과연 인간의 지능은 인공지능보다 무엇이 나을까요? 우리는 우리의 판단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인간의 뇌는 인공지능처럼 효율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뇌는 생존을 위해 복잡한 현실을 마음대로 단순화하고, 때로는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기도 하지요. 우리가 가짜 뉴스에 쉽게 현혹되고, 명백히 틀린 상황에서도 끝까지 맞다고 우기는 이유는, 바로 우리 뇌가 가진 태생적 불완전함 때문입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인류를 여기까지 이끈 결정적 힘 또한 이 불완전해 보이는 뇌의 ‘직감’에서 나왔습니다.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하는 미세한 맥락을 읽어내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논리를 뛰어넘는 선택을 내리는 ‘촉’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영역이지요. 결국 우리는 뇌의 속임수를 경계해야 하는 동시에, 뇌가 보내는 정교한 신호를 신뢰해야 하는 모순된 과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인간지능의 두 얼굴에 대해 생각해 보아요. 알베르 무케베르의 「뇌의 사생활」은 우리 뇌가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뇌를 의심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반면, 로라 후앙의 「직감의 힘」은 데이터가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직감’을 어떻게 단련하고 신뢰할 것인지 이야기해요.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판단력과 통찰력은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이 불완전한 도구인 인간지능을 어떻게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지, 두 권의 책을 통해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어봅니다.

불완전한 뇌와 함께 똑똑하게 살아가는 법
「뇌의 사생활」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 이정은 옮김 | 21세기북스
복잡한 현실 속에서 혼란을 줄이고 빠르게 판단하기 위해 뇌는 ‘휴리스틱’이라는 지름길을 택합니다. 계단을 오를 때 발의 위치를 일일이 계산하지 않는 것처럼, 효율성을 위해 많은 사고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빠른 판단이 때로는 독이 됩니다.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이나, 처음 본 정보에 매몰되는 ‘기준점 편향’ 같은 인지 오류가 바로 그 대가입니다. 우리가 가짜 뉴스에 속고, 틀린 줄 알면서도 끝까지 맞다고 우기는 이유는 각자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뇌의 설계 방식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카메라가 아니라, 끊임없이 정보를 재구축하는 ‘창조자’에 가깝습니다.

책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MBTI 같은 성격 검사조차 뇌의 ‘바넘 효과(누구에게나 해당하는 특성을 자신만의 것이라 믿는 현상)’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꼬집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는 환상’ 속에 살고 있을 때가 많아요. 저자는 이러한 뇌의 함정에서 벗어날 열쇠로 ‘메타인지’를 제시하지요. 머릿속에서 들리는 자동적인 목소리를 한 걸음 떨어져 관찰하고, 나의 확신이 과연 타당한지 ‘신뢰 지수’를 매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뇌를 의심하는 습관’은 곧 인간다운 통찰의 시작이에요.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직관을 적절히 의심할 줄 알 때, 비로소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과 더 깊이 소통하고 세상을 복잡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뇌의 속임수에 휘둘리지 않고, 뇌를 나의 가장 강력한 도구로 활용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AI시대에 맞설 현실적인 수퍼 파워, 직감
「직감의 힘」
로라 후앙 지음 | 김미정 옮김 | 21세기북스
모든 것이 데이터로 증명되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결정을 내리기 전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분석하느라 에너지를 쏟곤 하지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의 순간,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의외로 데이터가 아닌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일 때가 많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거쳐 조직행동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로라 후앙 교수는 저서 「직감의 힘」을 통해, 이 미묘한 ‘촉’이 사실은 가장 정교하고 과학적인 판단 장치라고 역설합니다.

저자는 직감을 단순한 본능이나 근거 없는 번뜩임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대신 ‘데이터가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표면으로 떠오르는 판단 신호’라고 정의하지요. 즉, 직감은 우리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 그리고 외부의 정보가 내면에서 치열하게 상호작용한 끝에 도달하는 ‘명료한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직감은 곧 당신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삶의 경험치와 트라우마, 가치관이 녹아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인 직감은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인 셈입니다.

책에서는 직감이 찾아오는 순간을 세 가지 흥미로운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연결의 순간인 ‘유레카(Eureka)’, 모호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지하는 ‘스파이디 센스(Spidey Sense)’, 그리고 기존의 신념을 완전히 뒤흔들며 행동을 촉발하는 ‘졸트(Jolt)’가 그것입니다. 트위터의 창업자나 미슐랭 스타 셰프가 결정적 순간에 숫자를 내려놓고 이 신호들에 귀를 기울였던 사례들은 직감이 어떻게 한 개인의 인생과 비즈니스의 경로를 바꾸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지요. 저자는 직감을 맹신하기보다 ‘단련’해야 한다고 조언해요. 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책을 읽고 직감의 힘을 길러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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