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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엔지니어] 아르키메데스, 유레카! 옛날 옛적 그리스의 엔지니어와 만나다

by 앰코인스토리 - 2015. 6. 9.

 

“유레카!” 고대 그리스 목욕탕에서 한 철학자가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의 해답을 깨닫고 기쁨에 겨워 ‘깨달았다!’라는 말을 외치며 벌거벗은 채로 거리에 뛰쳐나왔습니다. 어린 시절 학습지 한구석이나 아동용 과학만화에서 한 번쯤 보신 장면 아닌가요. 이 철학자의 이름은 ‘아르키메데스’라고 합니다. 유레카도 목욕탕도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아르키메데스가 무엇을 깨달았는지는 가물가물하지 않으신가요. 철학자, 수학자, 천문학자, 공학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던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 아르키메데스를 만나보겠습니다.

 

▲ 아르키메데스의 초상 (앙드레 테베의 삽화집, 1586년)

 

사진 출처 : http://goo.gl/9eBXA7

 

약 2,300년 전, 고대 그리스는 오늘날의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까지를 아우릅니다. 이 지역의 자치 식민지를 ‘마그나 그라이키아’라고 불렀고, 이곳에 속한 시칠리아 섬 남쪽에는 ‘시라쿠사’라는 도시가 있었습니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가 가장 아름다운 장소이자 위대한 그리스 도시라고 불렀던 곳이지요. 시라쿠사는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그 아름다움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 도시는 위대한 철학자의 고향이기도 한데요, 그가 바로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년~기원전 212년)입니다.

 

먼저, 아르키메데스가 남긴 저서의 제목을 훑어보겠습니다. 「평면의 균형에 대해」, 「원의 측정에 대해」, 「구와 원기둥에 대해」, 「원뿔의 단면에 대해」, 「포물선의 구적법」 등인데요, 제목만 봐도 조금 졸립긴 합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원주율, 무게중심, 다면체, 부피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딱 한 권 「모래알을 세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책이 흥미를 끌지만, 이 역시 해변의 모래알만큼 큰 수를 10000의 거듭제곱으로 나타내는 방법을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그래요, 아르키메데스는 수학 외에도 철학, 물리학, 천문학을 섭렵한 고대 그리스의 학자입니다. 재미없을 것 같은가요? 그러나 그는 골방 연구자만은 아니었답니다.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기계를 제작하기도 한 엔지니어였으니까요.

 

밀도와 부피, 목욕탕의 물

 

사진 출처 : http://goo.gl/0hgNwf

 

기원전 287년 아르키메데스가 태어납니다. 2000년도 전의 일이라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생몰연대도 추정에 의한 것이고요. 아버지 ‘피디아스’는 천문학자였고,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의 참주(왕) 히에로 2세와 친척 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르키메데스가 어디서 공부하고, 결혼을 누구와 했는지, 아이가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비롯한 문헌에서 몇 가지 일화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일화들을 통해 그의 인생과 생각을 더듬어 보려 합니다.

 

제일 유명한 ‘유레카’부터 살펴볼게요. 어느 날, 히에로 2세는 금세공사에게 순금을 주고 그것으로 금관을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세공사는 완성된 금관을 가지고 왔지만, 왕은 아무래도 거기에 은이 섞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울에 달아봐도 순금과 금관의 무게는 똑같았기에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상황이었지요. 아르키메데스는 왕의 명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 아르키메데스는 비중을 이용하여 금관에 다른 물질이 들어갔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사진 출처 : http://goo.gl/ivA1Se

 

여기서 중학교 물리 시간으로 돌아갑니다. 밀도는 질량을 부피로 나눈 것으로, 질량은 무게와 다른 것이지만 여기서는 거의 비슷하다 치고 넘어갈게요. 아르키메데스는 금과 은의 질량이 같더라도 그 밀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같은 질량의 금과 은을 물이 꽉 차 있는 통에 담그면 각자의 밀도에 따라 넘치는 물의 양이 달라집니다. 밀도에 따라 차지하는 부피가 변하니까요. 빽빽하면 부피가 작아지고, 헐렁하면 커지는 것이지요.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통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의 몸 부피 때문에 밖으로 넘치는 물을 보며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다면체의 부력에 관해 그가 정리해 놓은 것을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라고 부릅니다.

 

묘비명, 구와 원기둥의 부피


 

▲ 베를린 아르켄홀트 전망대에 있는 아르키메데스의 동상 (게르하르트 티엠, 1972년)

사진 출처 : http://goo.gl/iCTQmX

 

유레카 다음으로 유명한 일화는 아르키메데스의 죽음에 얽힌 것입니다. 일명 ‘내 원을 밟지 마시오.’ 사건입니다. 수학, 물리에 이어 이번에는 역사입니다. 기원전 218년부터 시작되어 기원전 202년 끝난 제2차 포에니 전쟁으로 갑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가 끝내고 로마가 패권을 장악하게 된 전쟁이지요. 로마의 상대방이었던 카르타고의 장군 이름을 따 ‘한니발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살던 도시 시라쿠사는 한니발의 편에 섰다가 로마군의 침공을 받게 됩니다.

 

한 이야기에 따르면, 아르키메데스는 마당에 원을 그리고 그 원리를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적군인 로마군이 그 원을 밟고 들어오자 ‘내 원을 밟지 마시오.’라고 했다가 칼에 찔렸다고 합니다. 이는 목욕탕에서 다 벗고 뛰어 나왔다는 일화 일부분과 마찬가지로 사실이 아닙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따르면 로마군은 아르키메데스가 들고 있는 구, 해시계 등의 물체가 보물인 줄로 알았다고 실려 있습니다. 전리품을 원하는 자의 눈에는 전리품만이 보였던 것이지요. 이때가 기원전 212년의 일입니다. 당시 로마의 마르켈루스 장군은 그리스의 위대한 학자인 아르키메데스를 생포하지 않은 부하들에게 몹시 화를 냈다고 하네요.

 

아르키메데스의 무덤은 사후 100년을 훌쩍 넘은 기원전 75년에 발견됩니다. 시라쿠사를 아름답다고 한 키케로가 이 도시의 재무관으로 임명되었을 때의 일이지요. 버려져 있던 아르키메데스의 묘비에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구의 부피는 같은 높이의 원기둥 부피의 3분의 2라는 사실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증명을 위한 수식은 뇌의 평온을 위해 생략하겠습니다.

 

삶과 밀착된 수의 세계

 

▲ 아르키메데스 나선양수기의 작동 모식도

사진 출처 : http://goo.gl/V8lh9M

 

고향인 시라쿠사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아르키메데스는 도시 방어용 무기와 기계를 여러 개 제작했습니다. 지레에 갈고리를 단 밧줄을 연결해 다가오는 적의 배에 던지는 기구, 햇볕을 모아 범선에 불을 붙이는 거울이 대표적이지요. 제일 유명한 것은 나선 양수기로 물을 퍼내는 거대한 수송선입니다. 이 배는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큰 것이었고, 아프로디테 신전과 정원, 600명의 사람이 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전의 물은 ‘아르키메데스 나선 양수기’로 배출했는데요, 2000년 후인 1839년, 세계 최초의 프로펠러 추진 방식 증기선에 ‘SS 아르키메데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입니다. 이 양수기는 오늘날에도 쓰이는 것이지요.

 

▲지레의 원리

사진 출처 : http://goo.gl/iJElqi

 

오늘날에 쓰이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레의 원리입니다. 이 원리는 ‘지레에 올린 두 물체는 받침점에서 떨어진 거리와 무게의 곱이 같을 때 평형이 된다’는 것입니다. 머리가 또 아파지실 테니 이 정도로 하고요. 이 원리를 이용한 톱니바퀴 주행거리계는 현재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도 들어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동안 우리 인간들의 삶은 참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하나였던 철학, 수학, 물리학, 공학도 각자 따로 떨어져 엄청난 발전을 이뤄왔지요. 이제 내가 연관되지 않은 분야의 원리들은 내 생활과 동떨어진, 아주 쓸모없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겠지요. 20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도, 2000년 후 은하계 어디에서도,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원리들은 우리 생활에서 나왔고, 나올 것입니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들이 시라쿠사의 정치적 상황과 시민들의 생활에서 나온 것처럼 말이지요. 가끔은 딱딱한 원리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우리 생활 속에서 자신만의 유레카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글쓴이 김희연은_사보와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자유기고가다. 자기 과시에 지나지 않는 착한 글이나 빤한 이야기를 피하려고 노력하며 쓰고 있다. 경력에 비해 부족한 솜씨가 부끄럽고, 읽어주는 독자에게는 감사하며 산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