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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반도체 이야기

반도체, 그 역사의 시작 -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개발의 역사

by 앰코인스토리.. 2014. 7. 7.

 


반도체란 무엇일까. 분명히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아주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전기가 통하기도 하고, 통하지 않기도 하는 물질’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래서 총 세 번의 연재를 통해 반도체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살펴보면서 반도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반도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보면, 반도체는 말 그대로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중간의 물질, 그래서 딱 중간물질이라는 의미의 ‘반도체(半導體, semi-conductor)’다. 그럼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물질이라는 반도체는 어떤 성질을 가진 물질인가. 반은 사람, 반은 물고기인 인어공주처럼 처음부터 서로 다른 성질의 물질 두 개를 붙여놓은 것일까. 아니면 치킨의 양념 반, 프라이드 반처럼 처음에는 같았던 것을 반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성질을 갖도록 만든 것일까. 아니면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들처럼 자동차와 로봇 사이를 맘대로 변화하는 것처럼 결국 그 근본은 같은 것이지만 필요에 따라 성질을 바꾸는 것일까.

 

 

이 중에서 반도체의 성질과 가장 비슷한 것을 고르라면, 그것은 아마 ‘트랜스포머’가 될 것이다. 하지만 트랜스포머보다 반도체를 더 비슷하게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헐크’다. 그렇다면 헐크와 트랜스포머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 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은 같지만,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트랜스포머는 로봇과 자동차로 변화하는 데 있어 자신의 의지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만, 괴물인 헐크는 그렇지 못하다. 평범한 인간에서 헐크로 바뀌는 데 있어서 자신의 의지가 아닌 자극으로 화가 나거나 흥분하면 괴물로 변하고, 그 외부 자극이 없어지고 흥분이 가라앉으면 다시 정상적인 인간으로 돌아온다.


이것을 다시 반도체와 결합해보자. ‘반도체란 외부 자극으로 전기가 흐르는 도체가 되거나 혹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가 되기도 하는 두 가지 성질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이다.’ 사전적 의미에 기술적 의미가 부가된 반도체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즉, 반도체는 수도꼭지처럼 외부에서 힘주어 열면 물이 흐르고 (도체), 잠그면 물이 흐르지 않는다 (부도체). 하지만 수도꼭지는 스스로 여닫고를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반도체는 두 가지 성질을 다 가졌기에 양면성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외부 자극을 이용해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우리는 ‘스위치’라고 하는데, 앞서 설명한 반도체의 성질이 스위치의 성질과 비슷하다. 반도체의 여러 가지 기능 중에 가장 중요한 것도 바로 스위치 기능이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디지털 값인 ‘1’ 또는 ‘0’이라는 것이 반도체의 스위치 기능에 의해 전기가 흐르면 ‘1(on)’, 흐르지 않으면 ‘0(off)’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스위치를 보통 ‘트랜지스터’라고 하는데, 이 트랜지스터 1개를 ‘1비트(bit)’라 하고, 이 비트가 8개 모이면 ‘1바이트(byte)’라고 한다. 우리가 물건을 셀 때 물건마다 다른 단위가 있는 것처럼 반도체 스위치 트랜지스터 개수를 셀 때의 단위를 ‘바이트’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이 바이트는 반도체에 정보를 저장할 때 있어서 가장 최소 단위로, 쉽게 돈으로 비유하면 가장 최소 단위인 1원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어떤 반도체의 저장 용량이 ‘1메가(MB)’라고 하면 100만 바이트로, 1바이트는 8개의 비트 즉, 8개의 트랜지스터이니 그 반도체 안에 반도체 트랜지스터 스위치가 800만 개 만들어져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1기가(GB)’는 10억 바이트로 8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엄지손톱만 한 면적에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80억 개라는 숫자가 얼마나 엄청난 집적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머리카락으로 비교해보자. 평균적으로 한 사람의 머리카락 개수는 약 10만 개다. 머리 묶을 때 10만 개가 다 묶어지지는 않지만, 대략 한 손에 모두 잡히는 한 움큼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 머리카락 지름이 100㎛(0.1mm)라고 가정하고 머리카락 80억 개를 한 다발로 묶는다고 할 때 면적을 계산해 보면 약 62.8㎡, 즉 가로・세로의 길이가 각각 약 8m인 정사각형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면적이 된다. 웬만한 가정집 안방은 물론 거실보다도 넓은 면적이 된다.


이렇게 넓은 장소에 머리카락 두께의 작은 것을 촘촘히 배열해야 80억 개를 놓을 수 있는 숫자가 만들어진다면? 그리고 이 숫자를 엄지손톱만 한 면적에 넣었다면? 상상해보자. 정말 엄청난 집적도다.

 

 

 

반도체의 역사


반도체 원리의 시효는 ‘진공관’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나 TV와 같은 전자제품에는 우리가 보는 반도체 대신 거의 진공관을 사용했다. 그런데 진공관은 부피가 너무 크고 전기도 많이 먹고 작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이유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작고 효율적이며 빠르게 동작하는 장치를 고안하면서 지금의 반도체가 발명되었다. 그래서 당시 진공관을 사용했던 TV나 라디오는 전원을 켜면 지금처럼 바로 화면이나 소리가 나오지 않고 몇 분 기다려야 정상적인 화면이 나오거나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불편한 진공관을 대체하는 반도체의 첫 번째 제품이라 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는, 전화기를 발명한 미국인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세웠던 벨 연구소에서 몇몇 과학자들에 의해 1947년 처음 개발됐다. 그리고 1961년 지금 우리의 고객인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에서 처음 양산을 시작한 후 지금의 인텔, 삼성과 같은 초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삼성, 인텔, TSMC라는 반도체 회사들의 이름을 듣게 된다. 이들이 생산하는 반도체들은 어떻게 다를까. 삼성에서는 신문 몇 년 치를 반도체 칩 하나에 모두 보관할 수 있는 몇 기가 램(RAM)을 만들었다고 하고, 인텔은 초당 연산 속도가 얼마인데 이는 1초 만에 무엇을 계산할 수 있는 속도라고 하면서 펜티엄 칩, 혹은 듀얼 코어 칩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나는 저장 용량을 광고하고 하나는 연산 속도를 광고하는데, 무엇이 다른 걸까.

 

우리는 흔히 반도체라고 하면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저장이 주기능인 메모리 분야와 CPU와 같이 연산이 주기능인 로직(logic) 회로를 만드는 비메모리 분야다. 즉, 종이 매체로 비유하면 일기나 필기와 같은 기록을 위한 공책을 만드는 것이 메모리 분야고, 흥미 가득한 내용이 이미 인쇄된 책을 만드는 것이 비메모리 분야라고 이해를 하면 쉬울 듯하다. 당연히 똑같이 종이를 원료로 사용한다는 것은 같지만, 공책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는 책을 만들어 파는 것이 더욱 이득이 높으므로 삼성도 이미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하면서 이 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다.

 

사실 인텔도 처음에는 CPU뿐만 아니라 메모리를 생산했던 시절이 있었다. 삼성 덕분에 익숙해진 DRAM이란 메모리도 인텔이 최초로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 반도체 회사들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졌고 수익성 악화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인텔이 1985년부터 과감하게 메모리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면서 CPU와 같은 비메모리 분야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래서 1980년대 중후반에 386과 486칩이 나왔고, 곧이어 1990년대에 펜티엄 칩이 개발되었다. 이어 일본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도 1990년대 들어 가장 늦게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우리나라의 삼성과 하이닉스의 추격에 그만 덜미를 잡히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번에는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개발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다음에는 세계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몇십 년 만에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이 치열한 반도체 시장에서, 지금껏 살아남은 반도체 회사들이 경쟁을 유지하고 생존하기 위해 개발하는 반도체 기술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글쓴이 / 기술연구소 개발2팀 김윤주 부장 (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