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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콩비지찌개

by 앰코인스토리.. 2025. 7. 22.

사진출처 : 크라우드픽

우리가 사랑하는 찌개들이 몇 가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고 한번쯤 맛있게 끓여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 중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콩비지찌개도 그 범위 안에 넣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향긋한 콩내음이 가득해 요리하기 전부터 군침을 돌게 만들며, 영양이 가득해 한 그릇 뚝딱 비워내고 나면 몸이 건강해질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든다. 딱히 ‘이 계절에 어울려요!’라고 시기를 콕 집어 말할 필요도 없다. 사계절 언제나 우리 식탁에 잘 어울리는 찌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머니는 참 비지를 좋아하셨다. 시장을 보고 오실 때면 비지가 든 봉지가 한 손에 들려 있었다. 보자기에 함께 섞이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봉지가 찢어질 거 같다며 굳이 비지만 따로 드는 수고를 감수하셨다. 물컹물컹한 비지 봉지를 쓱 만지면 시간이 제법 흘렀어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온다.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듯한 따스함이 온몸에 퍼지곤 했다. 재료가 많지 않아도 콩비지 요리가 가능한 탓에 바쁜 일을 끝내 놓고 서둘러 비지를 뚝배기에 담아 돼지고기와 신김치를 넣어 한소끔 끓여 내시던 그 모습이 콩비지찌개를 만날 때면 종종 떠오르곤 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씀을 하시며 냄비보다는 뚝배기를 고집하시며 콩비지찌개에도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은 잊을 수 없다. 한 숟가락씩 떠서 밥에 말아먹어도 맛있었지만 공기를 옆으로 밀어 넣고 대접에 밥을 쏟아 국자로 몇 번 떠서 밥알 사이사이 스며들도록 부어 한꺼번에 비벼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신김치의 아삭아삭한 맛과 돼지고기의 쫄깃쫄깃함이 잘 어우러져 비지 혼자서는 연출할 수 없는 콜라보를 제대로 연출하곤 했다. 짜지 않고 맵지도 않은 녀석이 입맛 당기는 데에는 최고였다. 가족 모두 다른 반찬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에 어머니는 서운함보다는 흐뭇함이 가득했었다.

 

“비지를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 거예요?”라고 여쭈어 본 적이 있다. 어머니는 “일단 콩으로 하는 건 다 좋고 비지가 더 좋은 건, 어린시절에 가족들과 함께 했던 밥상에 빠지지 않아서.”라고 대답해 주신 적이 있다. 그 옛날 가족들과 함께했던 추억과 사랑을 당신이 어른이 되어 다시 가족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마음 컸으리라.

 

“점심에 뭐 먹을까?”하고 동료가 묻는다면 자주 “콩비지찌개.”라고 답한다. 지체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이유는, 가까이에 두부 요리를 맛있게 하는 집이 있어서이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콩비지의 많은 추억이 비지를 보면 생각나서이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과 가게에서 파는 콩비지찌개의 맛을 비교할 수는 없어도, 비지가 담긴 밥을 한술한술 뜬다는 것은 신나는 맛의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두부를 직접 만드는 가게를 가보려 한다. 가서 오랜만에 두부를 만들 때는 나는 그 뜨거운 열기와 두부 냄새를 맛보려 한다. 그리고 비지도 함께 사려 한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그 옛날 어머니가 사왔던 비지를 받아들 때처럼 물컹물컹한 비지를 한번쯤 쓰다듬어 보려 한다. 꼬마 때의 마음이 떠오를 것만 같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