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to는 이탈리아어로 ‘빠르게’ 또는 ‘화려하게’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BPM(Beats per minute)으로는 168에서 200입니다.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의 <Gee>가 BPM으로 보면 200이라 매우 빠른 곡입니다. 상상해보면 Presto가 어느 정도의 속도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Presto의 음악은 빠르기도 하지만 화려하게 연주해야 합니다. 각각 악기들의 색깔과 연주자들의 숙련된 기교가 드러나야 하는 속도입니다. 그만큼 연주하기 어렵다는 반전이 있습니다. Presto 곡 중에 피아니스트 둘이 함께 호흡을 맞추어 생동감 넘치게 연주하는 모짜르트 곡이 있습니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연주하는 것이 빠르고 화려하게 건반 위를 달리는 야생마 같은 느낌을 줍니다.
모짜르트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Mozart, Sonata for Piano 4-Hands in B-Flat Major, K. 358: III. Molto presto
영상출처 : youtu.be/SqkVIi8Uw-Y?list=RDSqkVIi8Uw-Y
Presto는 화려하게 연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려함이란 시각적이나 정서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장식을 통해 화려함을 나타냅니다. 악보를 보면, 장식음을 사용해 곡의 화려함을 표현합니다. 장식음 또는 꾸밈음이라고 하며 기본적인 리듬, 멜로디에 변화를 주어서 음정을 강조하거나 화려하게 만듭니다. 남성 정장의 밋밋함을 화려하게 북돋아주는 넥타이로 장식해 평범함이 화려함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달빛의 단순함에 작곡가의 열정을 장식하고 꾸민 월광 소나타처럼 말입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no.14 <월광>
Beethoven: Piano sonata no.14 in c# minor <Moonlight> op.27
영상출처 : youtu.be/OWLFmBuYiTk?list=RDOWLFmBuYiTk
화려함을 대표하는 곤충은 역시 나비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그(E. Grieg)의 서정소곡집 <나비>를 들어보면 노랑과 검정의 색깔이 어지럽지 않은 조화로움으로 덮인 화려함으로 이리저리 예측치 못한 방향으로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나비를 잘 표현했습니다.
화려함이란 자신을 표현하는 자유로움 중에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정형적이거나 형식적이지 않는 화려함은 개성이고 혁신이고 창조적입니다. 화려하다는 것은 다른 것에 비해 독특해 보이는 것이라 그 어떤 것으로도 흉내나 복사가 안 되는 자신만의 창조적 표현입니다.
그리그 서정소곡집 3권 1번 <나비>
Grieg-Lyric Pieces Book III, Op. 43 No. 1 – Butterfly
영상출처 : youtu.be/VLIPTrlOO-U?list=RDVLIPTrlOO-U
Presto로 연주하는 음악에는 빠르기로 인해 거센 물살이 수직 낙하하는 폭포와 같은 시원함을 경험하게 합니다. 작은 샘물들이 바위의 틈을 헤집고 나와 시냇물이 되고 강을 이루고 마침내 응어리진 울분을 토해내듯이 떨어지는 폭포수가 되는 것은 느리게 시작했다가 빠르게로 정점을 이룬 후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클래식 음악의 구성과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하이든 현악4중주
Hyden String Quartet Op.3 No.3 I. Presto
영상출처 : youtu.be/ggmBDrNoMEQ
이육사 님의 <청포도>라는 시를 보면 7월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청포도와 푸른 바다는 연결시켜 놓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손님으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나라 잃은 어느 7월 뜨거운 하늘 아래에 서 있는 독립운동가의 마음에는 푸르른 독립과 하이얀 광복이라는 목마름을 청포도와 푸른 바다로 이겨 내겠다는 의지가 가득합니다. 7월은 다른 계절보다 짙은 녹음과 푸른 바다가 인상적입니다. 시인의 마음 속에서의 광복은 그렇게 짙어야 하고 푸르러야 했을 것입니다. 8월의 광복을 맞는 마중물로 7월의 푸르름은 시인의 마음과 같이 맞닿아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독립과 광복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7월에는 청포를 입고 하이얀 모시 수건으로 손을 씻을 우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는 희망과 행복이 알알이 박혀 있을 청포도가 여전히 익어가겠지요. 독립, 광복된 화려강산, 8월의 그날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Dvořák: Symphony No.9, <From The New World> IV - Allegro Con Fuoco
영상출처 : youtu.be/RCct_tSQ8WY?list=RDRCct_tSQ8WY
※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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