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행] 자연의 숨결과 전통의 미학을 품은 여행,
인천 청라 녹청자박물관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청라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자연의 숨결을 충분히 느끼셨나요? 그 감동이 여전히 여운처럼 맴돌아 발걸음을 쉬이 돌리기 아쉽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같은 청라에 자리한 또 다른 특별한 공간! 고려의 숨결을 품은 녹청자박물관입니다. 이번엔 천년의 시간을 품은 도자기 여행을 떠나볼까요?
봄날의 고요한 시간을 거닐고 싶은 발걸음이 청라에 위치한 녹청자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우리의 전통 도자기에서부터 현대 도예작품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이곳은 국내 유일의 녹청자(綠靑瓷) 전문 박물관으로, 세월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려 미학의 절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담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건물, 외벽은 고려청자의 옥빛을 닮은 은은한 색조를 띠고 있어요. 막 피어난 봄날의 유록색과도 어우러져 박물관 주변은 더욱 싱그러운 기운을 머금고 있습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은 ‘역사전시실’입니다. 고려청자의 옥빛을 닮은 타일 모자이크가 곡선형 벽면을 감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 내는 입구, 살짝 굽은 통로를 지나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고요한 공기 속에 놓인 녹청자 유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고려 중기부터 조선 초기에 걸쳐 제작된 다양한 녹청자들이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는데요, 비취빛 청자와 달리 녹색과 청색이 오묘하게 섞인 녹청자의 색감은 마냥 신비롭기만 합니다.
박물관 한켠에는 녹청자의 제작 과정을 재현한 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흙을 다듬고, 빚고, 유약을 입히고 가마에 구워내는 전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여 그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녹청자가 왜 특별한지, 왜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순간이에요. 특히 사적 제211호로 지정된 경서동 녹청자요지에서 발굴된 유물들도 함께 전시되어, 세월을 넘어 전해지는 도공들의 숨결을 더욱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역사전시실을 둘러본 발걸음이 ‘기획전시실’로 향합니다. 현대 도자기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곳은 깔끔한 화이트 톤의 전시 공간으로, 고려 시대 녹청자와는 대비되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입니다. ‘대한민국 현대도예공모전’ 수상작과 인천 지역 도예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재미가 더합니다. 정기적으로 바뀌는 전시 테마와 다양한 특별전 또한 매번 새로운 감동을 선사합니다. 녹청자박물관의 묘미는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으며, 녹청자 문양 새기기, 미니 도자기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으니 사전 예약을 잊지 마세요.
전시관을 나오면, 한편에 숨은 듯 자리한 전통 가마터를 만날 수 있어요. 관람객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옛 가마를 재현해둔 공간으로, 실제 흙으로 쌓아 올린 가마의 모습은 앞서 만난 고려 시대 도공들의 일터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가마는 단국대학교 예술대학장을 지낸 이부용 교수가 2012년에 기증한 것으로, 서곶 지역의 옹기 약 200여 점과 함께 인천 지역 옹기 제작 특징과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에서는 성인 대상 정규 도예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어 도자기의 역사와 제작 과정을 배우고 직접 흙을 빚어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봄날의 오후, 고려의 시간을 담은 녹청자박물관에서 장인의 손길과 그 시간의 무게를 천천히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는 천년의 아름다움, 청라 녹청자박물관이었습니다.
Travel Tip. 녹청자박물관
✔️ 주소 : 인천 서구 도요지로 54
✔️ 운영 : 09:00~18:00 (입장 마감 17:30)
✔️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 문의 : 032-560-2932
✔️ 예약 : www.nokcheong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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