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가을의 추수는 넉넉하고 후덕하다는 것이지요. 들판의 곡식은 저절로 미소 지어질 만큼 황금색이고 나무에 매달린 탐스러운 열매들은 말 그대로 욕심을 내어 한 아름 따고 싶습니다. 이런 것들이 가을을 풍요의 계절, 감사의 계절이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김덕수 패 사물놀이 <삼도 농악가락>
영상출처 : https://youtu.be/WayU0c40BBY
풍요로운 가을은 농부에게 있어서 자신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계절입니다.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마을사람들과 각종 악기(풍물)를 치며 노고를 치하하고 땅과 하늘에 감사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것이 풍물놀이 (농악)입니다.
사물놀이는 전통적인 국악이 아니고 기존의 농악이나 풍물놀이의 가락을 정리하여 만들어진 현대 음악입니다. 마을 마당에서 진을 짜고 놀이를 벌이는 길놀이에서 벗어나 객석의 무대 위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악기 편성도 네 가지로 구성하고 전국 각지의 풍물놀이의 가락을 정리하여 편곡된 것입니다. 사물놀이도 원래는 연주단의 이름이 였으며 현재는 풍물놀이의 한 장르가 되었습니다.
청교도들은 북아메리카로 건너온 다음 해인 1661년 가을, 하나님께 첫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며 “우리는 대서양을 건너와 여러 친구들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첫 열매를 드리나이다”하면서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첫날인 주일에는 온종일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고 찬송을 부르고 묵상을 했고, 둘째 날에는 칠면조 요리, 감자, 옥수수 요리 등을 만들어 서로 나눠 먹고, 셋째 날에는 인디언 추장 마사소이트 등을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친교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원주민 인디언들은 칠면조 구운 요리와 호박파이를 가져와 같이 나누었는데, 그것이 유래가 되어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 고기와 호박 파이를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바흐 칸타타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Bach "Jesus bleibet meine Freude from Cantata BWV 147"
영상출처 : https://youtu.be/GWtoeYznx8E
미국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은 1623년 정착지 플리머스 책임 행정관 윌리엄 브래드포드가 ‘추수감사절’을 공식 선언했고, 1789년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에 의해 추수감사절이 국가기념일이 됩니다. 추수감사절은 지역마다 날짜가 달랐지만 1863년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 의해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통일되었습니다.
목요일과 관련된 클래식 음악이 있어 잠깐 소개해 드립니다. 목성은 태양계의 다섯 번째 행성이자 가장 큰 별입니다. 목성에는 다수의 위성들이 있는데, 천문학자들이 이름을 붙일 때 제우스(Jupiter)가 외도를 한 인물들로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영국의 작곡가인 홀스트(Gustav Holst)는 행성을 주제로 곡을 작곡하였는데요, 화성-금성-수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의 순서로 각각의 특징을 곡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지구는 곡에서 제외가 되었습니다. 이 곡들 중에 목성(Jupiter)은 행성의 크기만큼이나 곡이 웅장하고 화려합니다.
홀스트 The Planets Op.32 중 <목성> Gustav Holst The Planets Op.32 "Jupiter"
영상출처 : https://youtu.be/3aXsQQ-ueBk
풍요로운 가을은 감사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일생에 있어 많은 것을 알려준 사람이나 무엇인가를 깨우쳐주는 사람, 닫힌 마음을 열어 주기도 하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이 반드시 있습니다.
베토벤에게는 자신의 위대성을 알아주고 경제적, 정신적 원조를 아끼지 않았던 발트슈타인 백작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은인에게 곡을 만들어 헌정하게 됩니다. 이 곡이 바로 베토벤의 <열정(Op.57)>, <고별(Op.81)>과 더불어 가장 뛰어난 피아노 소나타인 <발트슈타인(Waldstein)>입니다. 은인에 대한 감사함이 음표 하나하나에 그리고 건반 터치마다 깊이 새겨 있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 Beethoven Sonata No.21 in C Major Op.53 "Waldstein"
영상출처 : https://youtu.be/4bPix7iQ4pQ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작곡가 엘가는 그의 나이 스물아홉 살 때 자신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온 아홉 살 연상의 캐롤라인 앨리스 로버츠를 만나게 됩니다. 당시 캐롤라인은 엘가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남자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캐롤라인의 조력 때문에 엘가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작곡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캐롤라인에게 분노한 그녀의 아버지는 상속권까지 박탈하겠다며 두 사람의 만남을 극렬히 반대했고, 그런 가운데 둘만의 약혼식을 가진 엘가는 캐롤라인을 향한 사랑과 고마움, 미안함의 표현으로 이 곡을 써서 선물합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사랑의 인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어 보입니다. 나는 그동안 은인에게 어떠한 방법으로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는지 잠시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엘가 <사랑의 인사> Elgar "Salut d'amour"
영상출처 : https://youtu.be/N5z3ZO0QfFE
역시 가을 하면 휘영청 뜬 보름달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가득 찬 보름달을 보면 가슴에 무엇인가가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한 번쯤은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으로 꽉 찬 보름달을 저장해보셨을 겁니다. 드뷔시의 곡은 쏟아지는 달빛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달빛으로 샤워를 한 듯 청량함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드뷔시 <달빛> Debussy "Claire de lune"
영상출처 : https://youtu.be/4LwFI2E1zQk
보름달 아래서 농사의 수확에 감사하며 풍물놀이를 하고 도움을 나눈 이웃들과 음식을 나누고 은인에게 감사들 전하는 가을은 일 년중에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드보르작도 고향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서 힘찬 출발을 다짐하는 마음으로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작곡하였습니다.
가을에 추수한 풍성함을 가지고 닥쳐올 추운 겨울과 이겨내야 하는 시련들을 견디고 극복하겠다는 다짐을 음악으로 표현하였지요. 감상하시면서, 마음 속에 보름달과 같은 넉넉함을 채워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 4악장 Dvořák Symphony No. 9 in e minor, Op.95 "From the New World" mov.4
영상출처 : https://youtu.be/JqewTSNPb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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