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처음 도착해서 텔레비전을 통해 본 스모는, 정말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문화이자 일종의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일본에 13년 넘게 살아도 아직도 너무 낯선 일본문화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고유의 전통적인 격투기 스포츠인 스모는 정해진 구획 안에서 두 명의 선수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몸으로만 싸워 힘을 겨루는 경기입니다.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신토의 의식 중 하나이지요. 전국적으로 어려서부터 겨루는 많은 경기들이 있지만 일본 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프로경기는 ‘오즈모(大相撲, おおずもう)’입니다.
스모의 역사
기록된 바에 의하면, 스모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약 1천년 전부터라고 합니다. 나라 시대에 귀족을 중심으로 열린 인기 스포츠였으며 이것이 지금의 스모의 시작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에도 시대에서야 서민층으로 보급되어 직업으로 리키시(선수, りきし, 力士)가 되기도 하고 대중적으로 퍼지게 되었답니다. 물론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승패를 걸고 도박을 하기도 하고, 사찰 건립 모금을 하려고 경기를 벌이기도 하고, 초기보다 그 인기도가 떨어지긴 했어도 에도 막부가 미국인들에게 자랑하기도 한 것이 기록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시대에 어느정도 인기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토
지금의 스모를 이해하려면 신토(神徒)를 이해해야 합니다. 신토는 일본신화, 신, 자연에 대한 신앙, 그리고 조상 숭배와 animism(생물은 물론 무생물과 같은 모든 사물에 생명과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 정령 신앙)이 모두 혼합된 일본의 민족 종교입니다.
자연과 신을 하나로 보고 그 신들과 인간을 이어주는 도구나 방법이 제사인데요, 그 제사를 지내는 곳이 ‘신사’이므로 신사는 성역화된 장소가 된 것입니다. 신토의 특징은 창시자나 경전이 없고 천당이나 지옥 같은 내세관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신토는 에도 시대까지의 종교였던 신토와 또 다릅니다. 삼라만상에 신이 머문다고 믿고 조상을 신격화하여 천진신(아마쓰카미), 국진신(구니쓰카미)을 기리기 위한 마쯔리나 사를 중요시합니다. 아마츠가미는 일본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중 천계에서 내려온 하늘의 신들을, 그리고 아마테라스는 지상에 원래 살던 신들을 분류한 것입니다. 이런 신들을 제사하는 축제 같은 제사가 ‘마츠리’입니다. 또한, 주로 신사나 절을 주체로 사업 번창, 무사고, 무병장수, 가내안전 등을 비는 종교가 신토입니다.
에도 시대 막부정권이 무너지고 메이지 유신이 시작될 때 천황에 의해 5개 조 서약문이 채택되고 교토에서 제정되었는데, 이때부터 일본은 천황 중심의 개혁을 모색하는 국가로 형성되어져 갔습니다. 1868년부터 일본이 관민일체의 국가로 형성되면서 구습을 타파하고 세계 열강에 들도록 실력을 함양을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슬로건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불교와 부딪치는 내세관은 제하고 현세관을 가르쳤으므로 신사에서 불교가 타파되기도 하였습니다. 타파되지 않은 불교는 신토와 서로 타협하여 변질되기도 했답니다. 인위적으로 모든 신도들을 통합하려 지금의 왕가인 천황가를 세워 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신토의 신들에게 젊은 남자들이 그 힘을 올려 드리는 의식이 ‘스모’인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에게 경의를 표해야 하므로 예의 범절이 매우 중시된 것이지요.
실력 지상주의
스모는 참으로 철저한 계급사회입니다. 나이나 선배, 후배 등은 진짜 무의미합니다. 오로지 하위 계급이 상위 계급에게 공적인 뿐 아니라 사적으로도 절대 복종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위 계급이 하위 계급에게 맘대로 행동하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언제든지 선후배 간 서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코즈나
요코즈나(よこづな, 横綱)라는 말은 혹시 일본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스모 선수(리키시)들의 목표입니다. 최고의 자리이지요. 1603년부터 420년 동안 이 자리에 오른 사람은 73명 뿐이라고 합니다. 이 자리는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이 자리를 지키기는 정말 힘들기도 합니다. 일본인들이 이 요코즈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참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실력뿐만 아니라 품격도 요구되는 자리라 더욱 그렇습니다. 특이한 풍습이 있는데요, 요코즈나가 실력이 떨어져 경기에서 패하면 경기장에서는 방석이 날아갑니다. 이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일종의 퍼포먼스로, 스모 경기장에서는 방석을 빌릴 때 보증금을 내고 반납할 때 되돌려 받게 되어있습니다. 방석을 던져 주는 것은 “잘했다, 보증금이라도 가져라!”라는 뜻을 표현하는 풍습입니다.
선수 = 리키시
요즘은 일본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리키시가 되기도 하는데요, 일본 전통 격투기이므로 일본인 이름을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일본어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배우자도 일본인 배우자를 얻어야 하는데, 제적이 되는 건 아니지만 외국인 리키시인 아케보노 타로 씨는 배우자가 외국인인 이유로 후원회가 해산되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스모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겨도 져도 자신의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 자제하는 것입니다. 이겨도 좋아하는 감정을 표출하지 말아야 하고 졌다고 패배의 감정을 표현해서도 안 됩니다.
선수들의 건강
필자가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모 선수들도 은퇴하게 되면 많은 경우 건강이 아주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스포츠들이 그렇지만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어 건강에 아주 안 좋기 때문이지요. 특히 스모는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식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물론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의 돈을 노리고 유산을 얻고 싶어서 좋아하는 척하는 사람들도 있곤 합니다. 살아서 돈과 명예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단명하기 때문에 안타깝기도 한 직업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요즘은 의학도 많이 발달하여 은퇴 후 다이어트를 하기도 하여 장수하는 사람들도 많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스모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스모도 일본 국내에서도 권위와 인기는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도 있었고 일본 스모계 자체에 불신과 의문이 쌓이면서, 그리고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의 참여로 더이상 일본의 전통 무예인가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점차 시대는 변화되는데 여성이 배타시되는 경기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메이지 시대 전에는 여성도 스모를 즐기기도 했으나 메이지 시대 때 여성이 옷을 풀어 헤치고 스모를 하는 것이 근대화되는 시대에 떨어지는 후진적인 문화라고 간주되었기 때문에 여성이 배제되었다고 합니다.
스모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은 양다리를 쩍 벌리고 한 발씩 번쩍 들었다가 땅을 세게 내리치는 동작을 합니다. 이 동작은 ‘시코’라는 의식으로 땅에 있는 악한 귀신들을 짓밟아 멸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악한 것들을 밟아 버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대지를 내리 밟으면서 잠자는 초봄의 대지를 깨워 그 해에 풍년을 약속받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앰코인스토리 독자 여러분!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되셨는지요?
우리나라 씨름계와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는 마음으로 이번 호를 작성했습니다. 또한 신사 참배 등으로 우리나라가 일제에 식민지였을 때 기독교인들을 순교하게 했던 신토에 대해 알아본 시간이 되었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마음이었지만 역사를 뒤돌아보며,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할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는지요? 너무 무거운 시간이 아니었길 바라며, 이번 호를 마무리합니다. 다음 호에서 다시 만나요!
※ 사진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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