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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총각김치

by 앰코인스토리.. 2023. 2. 7.

사진출처 : 크라우드 픽

오늘 저녁 식탁에는 고등어조림, 배추김치, 멸치볶음, 그리고 총각김치가 놓였다. 오랜만에 보는 총각김치에 젓가락을 먼저 갖다 댔다. 빨간 양념이 잘 밴 총각김치는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특히, 엄마의 요리 솜씨가 제대로 발휘되는 김치가 알타리 김치라 기대가 더욱 컸다. 꼬마 시절, 알타리 김치를 먹게 될 때면 커다랗게 이어진 총각무와 이파리를 엄마는 분리해주셨다. 총각무는 한입 크기에 들어갈 정도로 잘라 따로 담아주시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총각무보다는 총각무의 이파리에 더 관심이 많았다. 왜 하얀색의 무보다 이파리의 파란색이 더 좋았을까? 그런데 비단 나만 그런 거 같지는 않았다. 우리 형제들 혹은 반 친구들도 총각무보다는 이파리를 좋아했었다.

 

고등어조림을 밥 위에 얹고 커다란 총각무를 하나 집어 들었다. 살이 한껏 오른 고등어가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행복감을 주었다. 곧바로 총각무를 한입 베어 물었다. 총각김치는 손으로 들고 먹는 게 맛이라는 엄마의 말에 따라 젓가락을 내려놓고 손으로 총각무를 들었다. 맛깔나게 익은 무가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무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총각무를 여러 번 씹을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어릴 때 먹었던 총각김치의 맛 그대로였다. “엄마의 김치 솜씨는 여전하네요.” 총각무를 넘기고 나서 한마디 했다. 엄마는 기분 좋아하셨다.

 

무언가를 추억하고 할 때면 음식 하나를 떠올리곤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제일 먼저 ‘총각김치’라고 말할 것만 같다. “알타리 김치는 총각무가 너무 커도 맛이 없는데, 이번에는 알맞은 크기의 총각무를 만난 것 같다.“ 엄마는 한마디 하셨다. 그러고 보니 총각무가 참 올망졸망한 크기들로 가득했다. 한두 번 정도 나눠 먹으면 딱 맞는 정도였다. 총각무를 다 먹고 나면 남는 게 이파리인데, 엄마는 우리가 어린 시절 이파리를 좋아하던 기억들이 남아 있으셔서인지는 몰라도 웬만하면 총각무에 많은 이파리를 남겨 놓으셨다. 보통 서너 개 이파리들이 붙어 있었다. 가끔 반찬가게를 가면 이 반찬 저 반찬 보다가 총각김치도 보게 되는데, 총각김치를 볼 때마다 실망하게 된다. 커다란 총각무들을 수북이 쌓아 놓고 이파리들은 몇 개 보이지 않는 것 때문이다.

 

고등어 살을 한 젓가락 떼어내 총각무 이파리로 돌돌 쌌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궁리를 하다가 시도해 본 것이다. 한입 크기로 안성맞춤이었다. 고등어와 총각무 이파리가 참 궁합이 잘 맞았다. 고등어의 비린 맛도 없었다. 여러 번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밥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이 꿀맛이었다. 최근 들어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엄마한테 맛있는 저녁 식사를 차려주셔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고 저녁 식사를 마쳤다. 한 끼 분량으로 꺼내 놓은 총각김치는 바닥까지 다 비워냈다. 내일 아침은 엄마의 손맛이 담뿍 담긴 총각김치에 어떤 반찬과 함께해야 좀 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