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앞서 예를 들었던 순이와 철이의 경우를 다시 떠올려보겠습니다. 각각이 500원을 갖고 있으면서 1,000원짜리 청량음료를 사서 공유하는 것이었지요. 이 경우에는 갖고 있던 모든 돈을 청량음료 사서 공유하는 데 사용했으므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은 없습니다. 이처럼 모든 최외각 전자들이 공유결합에 속박되어 있어서 자유전자가 없어 부도체로써 거동하다가 열을 가해주면 일부의 전자가 공유결합에서 이탈되어 자유전자가 됨으로써 약하게 도체의 거동을 하는데요, 이러한 반도체를 진성반도체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경우를 생각해볼까요? 순이는 500원을 갖고 있는데 철이가 600원을 갖고 있으며 1,000원짜리 청량음료를 먹고 싶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각각 500원씩 내서 1,000원짜리 청량음료를 공유하고 나서도 100원이 남게 되어, 이 100원은 다른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600원을 가진 철이의 수가 많을수록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100원짜리가 많아지겠지요. 모두가 500원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가끔 600원을 가진 사람이 섞여 있는데, 이를 불순물로 이해하면 됩니다. 즉, 4개의 최외각 전자를 갖는 규소 물질 속에 5개의 최외각 전자를 갖는 물질이 섞이게 되면 공유결합에 각각 4개의 최외각 전자를 사용하고도 하나가 남게 되며, 이 남은 전자는 전압이 가해졌을 때 한 원자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도체로써 거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도체를 불순물 반도체(不純物半導體)라고 부릅니다. 불순물 반도체는 진성반도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자유전자를 생성할 수 있어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규소 물질에 사용되는 불순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규소 물질이 어떻게 부도체에서 도체로 바뀌게 되는지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원소(元素)들을 원자번호(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의 수)의 순서대로 배열하면서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이 같은 족(族)으로 배열되도록 하나의 표로 분류한 것이 원소주기율표(元素週期律表)입니다. 벌써 머리가 아프다고요? 차근차근 필자를 따라오다 보면 복잡해 보이는 표에 금방 친숙해질 것입니다. 준비되었나요?
▲ 원소주기율표
사진 출처 : http://ko.wikipedia.org
주기율표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8개의 세로줄과 7개의 가로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의 가로줄을 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전자의 수가 하나씩 증가하는데, 이에 따라 원소의 특성에 일정한 경향성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18개까지 가게 되면 다음 가로줄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다음 가로줄로 넘어가는 것을 주기(週期)라고 부릅니다. 하나의 세로줄 내에 있는 원소들은 비슷한 전자배치(최외각 전자의 수가 같음)를 하고 있어서 비슷한 성질을 갖게 되며, 각각의 세로줄을 족(族, 가족이라는 뜻이겠지요)이라고 부릅니다. 오른쪽으로부터 다섯 번째 열을 보면 C, Si, Ge, Sn, Pb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최외각에 4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는 물질들로 4A족이라고 부릅니다. 왼쪽 열에는 B, Al, Ga, In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최외각에 3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는 물질들로써 3A족이라고 부르며, 오른쪽 열에는 N, P, As, Sb, Bi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최외각에 5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는 물질들로써 5A족이라고 부릅니다.
먼저, 이 중에 5A족의 비소(As)를 불순물로 사용한 규소 불순물 반도체를 살펴볼까요? 비소는 5개의 최외각 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4개의 최외각 전자를 가지고 있는 규소와 공유결합을 이루기 위해 4개의 최외각 전자를 공유하고 1개의 최외각 전자가 여분으로 남습니다. 이 여분의 전자는 약하게 비소에 속박되어 있어서 거의 자유전자처럼 행동하게 되어 전기적 도체가 됩니다. 이처럼 여분의 전자가 전기전도성을 갖도록 하는 반도체를 n형 반도체라고 합니다. 이는 전자가 음의 전하량을 갖기 때문에 negative의 머리글자를 따서 n형 반도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다음으로 3A족의 붕소(B)를 불순물로 사용한 규소 불순물 반도체를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붕소는 3개의 최외각 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4개의 최외각 전자를 가지고 있는 규소와 공유결합을 이루는데 1개의 최외각 전자가 부족하게 됩니다. 전자가 하나 부족하다는 것은 전자가 하나 여분으로 남는다는 것의 반대 개념이 되며 이를 정공(hole)이라고 부릅니다. 정공은 자유전자와 비슷한 개념으로 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사실 엄밀하게 보자면 자유전자와 정공은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전압이 걸렸을 때 정공보다 자유전자가 더 빠르게 이동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엄밀하게 다루지 않고 개념적으로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정공(전자의 빈자리)이 전압에 의해 움직여 전기적 도체가 되도록 하는데, 이처럼 정공이 전기전도성을 갖도록 하는 반도체를 p형 반도체라고 하고, 이는 정공이 양의 전하량을 갖기 때문에(사실은 정공이 양의 전하량을 갖는 것이 아니고, 음의 전하량을 갖는 전자의 빈자리이므로 양의 전하량을 갖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positive의 머리글자를 따서 p형 반도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자유전자의 수와 정공의 수가 같은 진성 반도체와는 달리 불순물 반도체에서는 자유전자의 수와 정공의 수가 같지 않습니다. 자유전자가 다수의 캐리어 역할을 하면 n형 반도체, 정공이 다수의 캐리어 역할을 하면 p형 반도체라고 부릅니다.
▲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
사진 출처 : 최신자동차공학시리즈3 (http://goo.gl/Ns3LxI)
요약하자면, 반도체라는 물질은 부도체로 행동하다가 특별한 경우(열이나 빛 등의 에너지를 가해주든지 불순물을 섞어주는 경우)에 도체로 행동하는 특성을 갖습니다. 반도체를 크게 둘로 나누면, 열이나 빛 등의 에너지를 가해서 자유전자와 정공의 쌍을 생성해 줌으로써 전도성을 갖도록 한 진성 반도체와 불순물을 섞어서 자유전자 또는 정공을 생성하여 전도성을 갖도록 한 불순물 반도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불순물 반도체를 둘로 나누면, 5A족의 원소를 불순물로 섞어서 여분의 전자가 생기도록 한 n형 반도체와 3A족의 원소를 불순물로 섞어서 전자가 모자라게 한(정공이 생기도록 한) p형 반도체로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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