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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반도체 이야기

반도체, 넌 누구냐! 첫 번째 이야기

by 앰코인스토리 - 2015. 2. 4.

 

응답하라 1997! 옛날 초등학교 때 전기가 통하는 물체와 통하지 않는 물체 알아보기 실험을 했던 기억 있으시지요? 클립이나 동전 등 금속 재질을 사용한 경우에는 꼬마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연필이나 지우개 같은 물체를 사용한 경우에는 꼬마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전기가 잘 통하는 물체를 도체(導體), 잘 통하지 않는 물체를 부도체(不導體)라고 부릅니다.

 

▲ 전기가 통하는 물질과 통하지 않는 물질

사진 출처 : 응답하라 보물창고(http://blog.daum.net/ebbeni_/47)

 

그렇다면 반도체(半導體)는 아무래도 중간적인 성질을 갖는 물체를 말하겠지요. 그런데, 중간적인 성질을 갖는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요? 꼬마전구에 불이 어둡게 들어온다는 것인지, 아니면 깜박깜박거린다는 것인지 참 애매한 표현이네요. 반도체를 꼬마전구와 건전지 회로에 연결을 하면 불이 들어오지 않지만, 어떤 특별한 경우에는 불이 들어오게 할 수 있습니다. 즉, 원래 전기를 통하지 않다가 특별한 경우에는 전기가 통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반도체는 원래 부도체지만 도체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더 어렵나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반도체 물질인 규소(silicon)를 예로 들어 보지요. 규소는 평상시에는 거의 전기를 통하지 않다가 높은 온도로 가열해 주거나 특정 불순물(不純物)을 섞어주면 전기가 통하게 됩니다. 실제로 사용되는 반도체는 규소에 불순물을 섞어서 전기가 통하도록 만들고 있답니다. 반도체가 이러한 성질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우리가 사는 태양계를 봅시다.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8개 행성이 각각 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돌고 있지요. 원자의 구조도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가장 간단한 수소 원자(水素 原子)를 살펴보면, ‘플러스(+)’로 표시된 핵(核)과 ‘마이너스(-)‘로 표시된 전자(電子) 하나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자가 핵 주위를 돌고 있는 구조입니다. 수소 원자의 경우에는 전자의 궤도가 하나만 있다는 점에서 달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 원자 모형

사진 출처 : http://study.zum.com/book/14839

 

규소 원자는 조금 더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3개의 궤도가 있고, 총 14개의 전자가 핵 주위를 3개의 궤도로 나누어 돌고 있거든요. 가장 안쪽 궤도에 2개, 두 번째 궤도에 8개, 가장 바깥쪽 궤도에 4개 이렇게요. 규소 원자의 가장 바깥쪽 궤도(이때 가장 바깥쪽 궤도를 최외각 궤도라고 부릅니다)를 돌고 있는 전자(이때 가장 바깥쪽 궤도를 돌고 있는 전자를 최외각 전자라고 부르지요)는 총 4개인데, 이 4개의 최외각 전자(最外殼 電子)가 규소의 반도체 특성을 주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니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 태양계

사진 출처 : http://goo.gl/dViu95

 

순이와 철이 두 사람이 500원씩 있는데, 청량음료가 한 잔에 1000원 한답니다. 두 사람 모두 이 청량음료가 먹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네요! 헌데 두 사람 모두 이기적이라 상대방에게 돈을 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두 사람은 돈을 모아 청량음료를 공유해 먹기로 결정해서 두 사람 모두 만족했으며, 이 청량음료가 있는 한 두 사람은 항상 함께 다니게 되었답니다.

 

▲ 공유결합의 예

사진 출처 : http://goo.gl/219h0Y

 

앞서, 규소 원자는 4개의 최외각 전자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최외각 궤도에는 8개의 전자가 채워져야 만족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규소 원자도 이기적이라서 이웃 원자에게 전자를 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두 규소 원자는 각각 최외각 전자 4개씩을 내놓아 8개를 만들어 서로 공유하는 방법으로 최외각 궤도를 채웁니다. 이렇게 최외각 전자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규소 원자들이 결합을 해서 고체를 이루며, 이렇게 전자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결합이 이루어지는 것을 공유결합(共有結合)이라고 부릅니다.

 

규소 원자의 최외각 전자들은 모두 공유결합으로 묶여 있어서 고체 상태의 규소를 이루는데, 이 고체 상태의 규소에 전압을 걸어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압을 걸어서 전류가 흐르게 하려면 자유전자가 있어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규소 원자 내의 모든 최외각 전자는 공유결합을 이루면서 묶여 있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없기 때문에 전압을 걸어도 전류를 흐르게 하지 않습니다. 즉, 부도체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규소는 반도체 물질이므로 도체가 되게 할 수도 있다고 앞서서 말했는데, 이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답은 바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캐리어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자유전자와 정공이 반도체에서 전류를 흐르게 해주는 것을 캐리어라고 부릅니다. 정공은 다음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제법 어려운 용어들이 계속 나오네요! 자유전자는 또 무엇이랍니까?

 

▲ 반도체 내의 전자 움직임, 실리콘

사진 출처 : http://goo.gl/lWciB1

 

「톰 소여의 모험」을 보면, 공부도 못하고 말썽만 부리는 주인공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베키 같은 친구들과 벌이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그려 낸 마크 트웨인의 동화입니다. 거의 매일 밤 허클베리 핀과 노는 탓에 정작 수업시간에는 졸기 일쑤인 톰 소여. 아마 그는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놀고 말썽부리고 싶었을 텐데 이모한테 들키면 혼쭐이 날 것이므로 억지로 학교에 매여있습니다. 학교도 다니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고아친구 허클베리 핀을 부러워하면서 말이지요. 허클베리 핀이 어른들한테 구속되지 않고 어디든 떠돌아 다닐 수 있는 것과 같이, 특정 원자에 속박되지 않고 원자 사이를 자유롭게 떠돌아 다닐 수 있는 전자를 자유전자라고 부릅니다. 금속 내에는 자유전자들이 많아서 금속에 전압을 걸면 자유전자가 금속원자 사이로 움직여 전류를 흐르게 하는데, 이를 도체라고 부릅니다.

 

물론 부도체는 자유전자의 발생이 어려워서 전압을 걸어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을 말하는 거고요, 원자 내의 최외각 전자들은 원자핵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힘이 약하게 작용해 이탈이 비교적 쉽습니다. 이런 전자들을 가전자(價電子)라고 부릅니다. 이 가전자들에 열이나 빛 등의 에너지를 가하면 원자의 핵으로부터 이탈되어 비로소 자유전자가 되어 전압에 따라 움직이며 전류를 일으키게 됩니다. 원자핵으로부터 이탈되어 자유전자로써 이동하여 비게 된 자리는 정공(hole)이라고 부르며, 생성되는 자유전자의 수와 정공의 수는 같습니다.

 

마치 톰 소여에게 강한 동기를 주면 이모에게 꾸지람을 받을 각오를 하고 대낮에도 학교 밖으로 나와 모험을 즐기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때 학교에는 톰 소여의 자리가 비어 있게 되겠지요? 이 경우 강한 동기는 열이나 빛 등의 에너지가 되고, 톰 소여는 자유전자가 되며, 빈 자리는 정공이 되는 셈입니다. 자유전자가 음의 전하량을 갖기 때문에 정공은 그 반대인 양의 전하량을 갖게 되며 전압이 걸리면 자유전자와 정공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열을 가해 자유전자와 정공의 쌍을 생성해 내는 반도체를 진성반도체(眞性半導體)라고 부르며 생성되는 자유전자와 정공의 양이 많지 않아 도체로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진성반도체는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지요.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