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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 책VS책] 인터뷰, 지혜의 우물에서 물긷기

by 앰코인스토리.. 2022. 8. 9.

인터뷰,
지혜의 우물에서 물긷기

 

깊고 깊은 지혜의 우물을 품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서,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두레박을 내려 신선한 우물물을 길어 올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길어 올린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네는 사람, 그렇게 지혜를 전달하는 사람이 근사한 인터뷰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좋은 인터뷰가 나오려면 좋은 인터뷰어와 좋은 인터뷰이, 양쪽 모두가 필요합니다. 말을 하는 사람과 말을 길어 올리는 사람이 다르지만 두 사람이 핑퐁처럼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충만한 내용이 만들어지니까요.

 

인터뷰만큼 누군가의 지혜를 오롯이, 직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도구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터뷰 기사에 열광하고,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만나나 봅니다. 아무리 진행을 수려하게 하는 사회자나 토론회 진행자, 질문을 잘하는 기자가 있더라도 명료한 자신의 생각을 가진 인터뷰이가 없으면 인터뷰의 내용이 충실하게 나오지 못할 겁니다. 현란한 말솜씨를 갖고 있진 않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을 다하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그의 숨은 재능과 매력을 찾아내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인터뷰를 해낼 수 있겠지요.

 

이번 달에는 시대의 지성을 만나 지혜를 녹여낸 인터뷰집 한 권과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재기발랄한 정신을 담은 인터뷰집 한 권을 소개합니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나와 비슷한 고민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갔는지, 대담한 질문과 진솔한 대답을 통해 나의 고민을 덜어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평균 나이 72세, 우리가 좋아하는 어른들의 말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김지수 지음, 어떤책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라는 <조선비즈>의 인터뷰 코너로 잘 알려진 김지수 기자의 책입니다. 김지수 기자는 바위 같은 어른들의 말을 섬세하게 캐내어 우리 앞에 보석처럼 다듬어 내놓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30년 이상 현역으로 일했던 어른, 일과 삶의 영역 모두에서 배울 점이 있는 어른들을 만났지요. 2015년부터 <조선비즈>에 연재된 인터뷰 시리즈 중에서 SNS에 가장 많이 공유되고, 독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인터뷰를 골라내어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평균 연령 72세의, 오롯이 자기 인생을 산 16인의 어른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많다고 해서 그냥 어른이 되는 건 아닐 겁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꼰대 취급을 받지 않고 존경할 만한 어른이 되는 건 더 어려운 일이겠지요. 우리가 좋아하는 어른들은 어떤 어른들일까요? 김지수 기자는 이 어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진정한 어른은 성취의 업적에 압도당하지 않고 ‘일한다’는 본연의 즐거움을 오래 누릴 줄 알며, 성실함과 성품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사람들이었지요.

 

책에는 당시 100세를 앞둔 김형석 선생이 여전히 매일 밤 일기를 쓰며 글쓰기를 훈련하는 모습, 92세 최고령 현역 디자이너 노라노 선생이 자존감을 세우는 방법, 이제는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완전주의자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의 말, 예순 한 살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는 윤여정 배우의 뚝심, 손해보듯 살아야 좋은 인생이라고 말하는 직진순재 이순재 배우의 토닥임이 담겼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들처럼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집니다.

 

 

전에 없던 방식으로 길을 만드는 사람들

「멋있으면 다 언니」

황선우 지음, 이봄

매거진 에디터로 20년 동안 수많은 인물을 인터뷰하며 ‘지금’을 가장 잘 기록하는 사람, 김하나 작가와 같이 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통해 새로운 가족의 개념을 공유한 사람, 황선우 작가의 인터뷰집입니다. 황선우 작가는 세상에서 제시하는 안정적인 길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고, 그 방향으로 수없이 구르기를 반복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 여성들 9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아마도 나이로 치면, 평균 나이가 서른 조금 넘었을, 그러나 나이와 상관없이 찬란한 빛을 발하며 그들의 세상에서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누구나 ‘어른’ 대접을 받는 건 아니며, 나이가 어려도 ‘어른스럽다’고 불리는 동생들이 있습니다. 황선우 작가는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멋있는 여성을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제목을 지었습니다. 황선우 작가는 많은 여성들이 업무결과부터 협업의 태도나 외모에 이르기까지 부드럽고 세련된 모습을 요구받는다고 콕 집어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인터뷰이들이 그런 세상에 대처한 나름의 방법들을 다정한 언니처럼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큼 유명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지만 누구나 그렇듯 이들도 실수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황선우 작가는 이들의 실수담, 실패담에서부터 현재 느끼는 불안까지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이 인터뷰는 성공한 젊은이들을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여전히 달리고 있는 이들의 땀방울을 그려내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일하면서 성장하고 성취할 수 있는지 배웁니다. 그들과 똑같은 성취를 이룰 수는 없지만 그들만큼 성장할 수는 있겠지요. 책을 읽으며 나에게 꼭 맞는 응원의 문장을 찾아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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