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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 책VS책] 메멘토 모리_죽음을 기억하라!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살 수 있도록

by 에디터's 2022. 7. 12.

 

메멘토 모리_죽음을 기억하라!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죽음은 인간의 숙명이고,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습니다. 누군가에게 죽음은 삶의 일부이기도 하고, 다른 이에게는 삶의 마무리이기도 합니다. 태어나 자란 문화권이 어디냐에 따라, 삶의 궤적이 어땠느냐에 따라 죽음이 무척이나 슬픈 일이 되기도 하고, 다음 생을 살게 하는 축복이자 신의 곁으로 가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실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삶을 낭비하거나, 내일 죽을 것처럼 두려워하곤 합니다.

 

‘메멘토 모리_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입니다. 옛 로마 시대의 풍습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요.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장군 뒤에서 노예를 시켜 큰 소리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고 하지요. 오늘은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언젠가는 너도 죽을 것이라고, 너도 죽을 수 있음을 기억하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죽음을 기억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눈부신 정오의 햇살 속에서 서늘하고 예리하게 다가오는 죽음의 기운을 느낀다거나, 봄꽃이 사방에 피어나 생기로 가득한 날들에 또렷하게 말을 걸어오는 죽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니요. 우리는 죽음을 경험해 볼 수 없습니다. 다만 먼저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뒷모습으로 나의 죽음을 그려볼 뿐이지요. 죽음 앞에서 의연했던, 자신이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깨달은 바를 말하던 두 사람의 책을 소개합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보석 같은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열림원

이어령 선생은 1년 동안 김지수 기자와 함께 열여섯 번의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새로 사귄 ‘죽음’이라는 벗을 소개하지요. 새 친구와 함께하는 삶, 죽음 곁의 삶, 삶 속의 죽음에 대해 은유와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와 깊이를 성찰할 줄 알았던 이어령 선생은 죽음에 대한 비유도 아주 찰집니다. 선생에 따르면 죽음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죽음은 신나게 놀고 있는데 엄마가 ‘얘야, 밥 먹어라’하며, 불쑥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어릴 때 엄마는 밥이고 품이고 생명이지요. 그러니 이쪽으로, 엄마의 세계로 건너오라는 부름은 이제 그만 놀고 생명으로 오라는 부름 같은 겁니다. 이어령 선생에게는 죽음이 어머니 곁으로 가는 또 하나의 생명과 다름없습니다.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것은 부름을 받고 화들짝 놀라 원위치, 어머니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죽음의 자리는 생의 한가운데에, 낭떠러지가 아니라 고향에 있다는 선생의 말을 음미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이어령 선생이 남긴 좋은 문장에 꼬박꼬박 밑줄을 치려 했습니다만, 몇 장 밑줄을 치다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어느새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있었거든요. 죽는 순간까지도 명쾌하고 명징한 관찰자로서 반짝이는 지혜의 말들을 쏟아낸 이어령 선생이나, 이 말들을 적절히 끄집어내어 빠짐없이 풀어낸 김지수 기자나 참 만만치 않습니다. 덕분에 한 장을 넘기고 긴 숨을 쉬며 음미하고, 또 음미하며 읽게 됩니다. 테이블 옆에 앉아 두 분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보시지요. 굳이 한 마디 끼어들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충만합니다. 선생처럼 살아가는 일은 너무 벅찰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선생의 삶을 닮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무늬를 그리면서, 메멘토 모리를 새기면서.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다산초당

스웨덴에서 태어난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며 승승장구하던 젊은이였습니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임원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볼 때는 그림처럼 완벽한 인생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어.’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기로 결심하기까지 5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후 숲속 승려의 길을 택합니다. 그리고 지혜가 자라는 사람이라는 뜻의 ‘나티코’라는 승명을 얻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아주 담담하게 책 속에 풀어놓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갈해집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다 믿지 말라는 조언, 힘든 시절조차 영원하진 않다는 말, 하는 일에 집중하고, 진실을 말하고, 서로 도우라는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에 섞어 들려줍니다. 그리고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라는 마법의 주문을 알려주지요.

 

나티코는 어느 날 자신의 몸이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7년 동안 내면의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나티코는 이제 몸이 하는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루게릭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짧으면 1년, 길어야 5년. 그는 서서히 죽음과 만나기까지의 마음 상태를 또 한 번 놀랍고 강렬하고 경이롭게 서술합니다. 어떻게 살면 죽는 순간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평온함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하면서, 경이를 느끼면서 세상에 안녕을 고할 수 있을까요.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그렇게 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죽음 앞에서 반듯하고 진실했던 숭고한 인간의 고백을 마주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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