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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 책VS책] 유쾌한 시선과 올곧은 자세, 닮고 싶은 어른들

 

유쾌한 시선과 올곧은 자세
닮고 싶은 어른들

국어사전에서 ‘나잇값’을 찾아보면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어요. 그러고 보면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는다고 그냥 어른이 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책임을 진다는 뜻이니까요. 어쩌면 어른들이 어른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나잇값을 못 할 때가 아닌가요.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나이 먹은 만큼의 값어치를 제대로 못 할 때 어른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별 볼 일 없는 꼰대로 전락합니다. 남 얘기가 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를 먹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 호기심과 용기와 감사함을 잃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이러한 어른들이 주위에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씩 닮아가다 보면 언젠가 그렇게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닮고 싶은 어른 두 분을 모셔봅니다. ‘코리아 그랜마’로 불리는 박막례 할머니와 ‘밀라논나’로 불리는 장명숙 할머니입니다. 유튜브에서 어른의 지혜를 나누시던 두 분이 책을 내셨습니다. 두 분이 살아온 인생의 결은 많이 다릅니다만, 두 분 모두 요즘 젊은이들로부터 닮고 싶은 어른이자 롤모델로 아낌없이 추어올려지는 분들이지요.

 

두 분의 인생을 책으로 읽을 수 있어 기쁩니다. 인생에서 바꿀 수 없는 것을 불평하지 않고 바꿀 수 있는 걸 바꾸기로 마음먹는 일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그렇게 선택한 내 길을 자신 있게 걸어가는 힘이 얼마나 멋진 인생을 만드는지 두 분을 통해 배웁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인생역전 스토리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 김유라 지음, 위즈덤하우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모르시는 분은 없으시지요? 일흔 하나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시작해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쓰고 계신 박막례 할머니는 솔직담백하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수많은 편(‘팬’을 부르는 할머니의 입말)들을 거느리고 계십니다. 한 번 보면 끊을 수 없는 할머니의 영상만큼이나 책에 쓰인 뒷이야기들이 뭉클합니다. 책에는 손녀인 김유라 PD의 입장에서 쓴 글과 박막례 할머니의 입장에서 쓴 글이 교차로 편집되어 같은 상황을 할머니의 입장과 손녀의 입장에서 동시에 바라보고 즐겁게 읽을 수 있어요.

 

책의 앞부분에는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의 우여곡절이 적혀 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여자라서 못했던 이야기, 혼자 힘으로 삼 남매를 키우면서 공사판 일도 뛰시고, 리어카를 끌며 장사를 하셨던 할머니의 인생이 펼쳐져서 짠했습니다. 이렇게 평생을 아버지 때문에, 남편 때문에, 자식들 때문에 힘들게 일만 하며 사신 박막례 할머니는 일흔에 치매 위험 진단을 받으셨어요. 당시 손녀인 김유라 PD가 스물일곱 살. 손녀는 할머니를 위한 효도 여행을 하겠노라고 퇴사를 감행하며 할머니랑 호주로 떠났습니다. 할머니와의 첫 해외여행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였습니다. 그렇게 올리기 시작한 영상이 대히트를 쳤지요.

 

삶이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은 상황이 오래도록 계속되면 사람이 망가진다고 하잖아요. 힘든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리다 보면 우울해지고, 가라앉고, 조금씩 독해지고, 옆 사람에게 짜증 내고, 세상에 불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박막례 할머니는 하나도 망가지지 않으셨어요. 할머니는 여전히 순수하고, 호기심으로 충만하고, 표현에 가감이 없고, 감사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아시는 분이더라고요. 일흔한 살에 처음 하는 일들을 정말 순수하게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마주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배꼽을 쥐고 웃다 보면 ‘이게 바로 현재를 사는 방법이구나’ 싶습니다. 그러니 할머니에게 반할 수밖에요.

 

밀라논나가 보내는 빛나는 응원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 지음, 김영사

'밀라논나'는 이탈리아의 도시 ‘밀라노’와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논나’를 합쳐 만든 말입니다. 밀라논나는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생활하는 멋쟁이 할머니예요.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 서울 아시안게임 개ᆞ폐회식 의상 디자이너, 이탈리아 정부 명예기사 작위 수여자 같은 멋진 타이틀을 갖고 계시지요. 이제 곧 일흔 살이 되는 할머니가 자기 삶의 모습을 공유하면서 2030이 열광하는 롤모델이 될 수 있다니 인생은 참 멋지게 살고 볼 일입니다.

 

할머니가 젊은 시절에 돌체앤가바나의 돌체와 함께 공부하고, 페라가모 같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고 멋있는 사람인 게 아닙니다. 그래서 그에게 열광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밀라논나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화려한 전직 디자이너라서가 아니라, 명품 바이어여서가 아니라, 그녀의 인생 자체가 명품임을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패션업계에 오래 몸담았지만 정작 자신은 비싼 명품이 아닌 추억의 물건과 옷을 귀하게 여기는 모습, 염색을 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흰 머리를 직접 자르는 모습, 비행기에서 트렁크에 붙여주는 수하물 표의 끈끈이 부분으로 옷 먼지를 떼는 모습이 단정하고 기품이 있어요. 밀라논나의 우아한 말투가 문장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책을 읽다 보면 할머니가 살아온 삶에 공감이 되고, 위로받고,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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