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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영화n영어 44호] 네버랜드를 찾아서 : 너무 빨리 자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2005)는 작가가 글을 한 편 써 내려가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영감은 어디서 얻고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리고 글 한 편 써 내려가는데 주변 사람들의 인생들을 어떻게 녹여 써 내려가는지 잘 드러내고 있어요. 이게 가능한 것은, 이 영화가 실제 ‘피터팬’을 쓴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피터팬을 쓴 작가의 노하우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작가 제임스 베리(조니 뎁)는 이번에 올린 작품이 지지부진하자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산책을 나와 벤치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공원에서 젊은 미망인 실비아(케이트 윈슬렛)와 그녀의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가 없던 제임스는 이 활달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게 되고 자주 어울리게 되는데요, 제임스는 그 아이들이 침대에서 뛰노는 모습에서 창문 밖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제임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 아이들이 날 수 있다는 설정을 덧붙여, 이후에 ‘피터팬’의 명장면으로 탄생시켰지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아이들의 상처와 가정사를 자세하게 알게 된 제임스도 어릴 적 형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로하려고 형의 옷을 입고 형인 척 연기했어요. 피터도 아빠를 일찍 여의다 보니 삶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아빠를 잃어버린 슬픔, 남은 엄마를 보살펴야겠다는 생각 등 피터의 마음을 읽어내며 제임스는 그에게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올라 더욱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비아에게 피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It seems to me that Peter's trying to grow up too fast.
피터는 너무 빨리 자라려고 하는 것 같아요.
I imagine he thinks that grown-ups don't hurt as deeply as children do when they...when they lose someone.
어른이 되면 상처를 깊이 안 받는 줄 아나 봐요. 누군가를 잃을 때요.

  

문장도 부사처럼 쓸 수 있는 종속 접속사 when

 

제임스는 피터가 어린 시절을 포기하고 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I imagine he thinks that grown-ups don't hurt as deeply as children do when they lose someone.

 

이 문장은 ‘grown-ups don't hurt as deeply as children do’에 when이라는 접속사를 써서 또 다른 문장 ‘they lose someone’를 덧붙입니다. 그 결과 어른이 되면 누군가를 잃을 때 덜 다친다는 표현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피터의 생각이고 제임스 입장에서는 이러한 피터의 생각을 추측해본 것이어서 I imagine he thinks로 표현하고 있어요.

 

제임스는 아이들과 함께 해적놀이를 하며 즐겁게 보냈지만 실비아 가족의 삶은 녹록치는 않았습니다. 실비아도 그녀의 남편처럼 심각한 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데, 특히 피터는 그런 엄마의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게 되지요. 다음 장면은 피터가 어떤 면 때문에 엄마한테 실망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피터 :
What did you and Mother decide to tell us this time? "It's only a chest cold"?
이번에는 뭐라고 하실 건가요? ‘감기에 걸린 것뿐’이라고?

 

제임스 :
We hadn't decided anything.
결정한 건 없단다.

 

피터 :
Stop lying to me!
거짓말 그만 하세요.
I'm sick of grown-ups lying to me.
어른들이 하는 거짓말은 이제 지긋지긋해요.

 

제임스 :
I'm not lying to you.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I don't know what's wrong.
우리도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그래.

 

피터 :
"Father might take us fishing." That's what she said. "ln just a few weeks."
엄마는 아빠가 우리를 낚시에 데려가 주신댔어요. 몇 주 후에요.
And he died the next morning.
그런데 아빠는 그다음 날 아침에 돌아가셨어요.

 

제임스 :
That wasn't a lie, Peter.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어.
That was your mother's hope.
엄마의 희망이었지.

 

제임스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실비아 가족과 지내는 것이 좋아요. 신작을 완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주변에서는 젊은 미망인과 어울려 지내는 제임스 모습을 탐탁지 않게 봅니다. 그리고 제임스 부인 역시 자꾸 자신을 방치하고 실비아 가족들과 오랜 시간 동안 지내는 것이 못마땅하지요.

 

작품 <피터팬>은 네 아이를 위로하는 메시지가 잘 담겨 있습니다. 팍팍한 삶을 버텨내기 위해 즐거운 상상을 하라는 듯 작품 속에서는 주인공들의 믿음과 상상이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줍니다. 즐거운 상상을 하면 날게 되는 장치, 행복이 가득한 네버랜드의 설정, 독약을 먹은 요정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요정이 살 수 있다고 믿는 것뿐이라는 설정까지, 아이들에게 필요한 위로가 담겨 있었습니다.

 

제임스는 어릴 적 형의 죽음으로 일찌감치 어린 시절 때만이 누릴 수 있었던 상상의 즐거움이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일들을 포기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 즐길 기회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피터라는 아이가 겪는 희로애락을 옆에서 지켜보며 제임스는 아이의 인생사를 그려냈지요. 현실에서는 암울했지만 해피엔딩이었던 이 연극 작품도 사실 처음부터 어른들의 시선을 끈 건 아니었습니다.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은 동화라는 말에 반신반의했지요. 그래서 제임스는 어른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아이 관객들을 초대해 여기저기에 앉혔습니다. 아이들은 작품 하나에만 몰입해서 재미있으면 웃고 슬프면 웃고 감동하면 감동한다고 말해줍니다. 지금껏 가져온 각자의 고민은 제쳐 두고 즐거운 감정에 몰입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러한 솔직한 반응 덕분에 어른들도 현실에서 고민하던 일은 잠시 잊고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실비아와 제임스는 비록 그것이 실제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금 살아가는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아이들이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런 실비아의 바람을 제임스는 자신의 신작 작품에 잘 녹여냈지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겪은 경험들과 멋진 영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40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