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50분. 아직 알람이 울리기까지 10분이 남았다. 순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더 잘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10분을 더 잔들 뭐가 달라질까 하겠지만, 10분은 1시간 그 이상의 꿀잠을 청할 수 있는 시간이다. 드디어 5시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눈을 뜨고 불을 켜고 알람을 끈다. 서너 번 기지개를 켜면 몸이 비로소 깊은 잠에서 빠져나와 정신과 몸이 하나로 일치가 된다. 개운한 느낌이 든다. 중간에 잠시 깨지 않고 5시를 꽉 채웠다 하더라도 이런 개운함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 같다. 본 운동을 하기 전에 워밍업을 하고 나면 온몸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기상 10분 전에 눈을 뜬 것이 이렇게 하루 활력소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보니 꿀잠에 대한 기억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힘들고 짜증스러웠던 고3 여름은 견디기 어려웠던 계절 중 하나였다. 특히 4교시 말미가 되면 눈꺼풀이 한층 무거워졌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눈꺼풀을 부여잡고 남은 10여 분을 견디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사력을 다했지만 잠의 유혹에 빠져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 책상머리에 머리를 콕콕 찍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그리고 4교시를 마치는 종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헌데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잠은 꿀잠이었다. 비몽사몽 했던 4교시를 떠올려 보면 너무나도 쌩쌩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긴 잠을 자야 온몸에 화색이 돌고 온몸이 개운할 수 있다는 편견을 그때 깰 수 있었다. 맑아진 머릿속에는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무한공간이 마련되었고 축축 늘어졌던 팔과 다리에는 힘이 불끈불끈 솟았다. 짧은 시간 동안의 잠은 그렇게 나를 바꾸어 놓았다.
그러고 보면 힘들었던 군대 시절에도 쪽잠은 나에게는 큰 힘이 되기도 했었다. 일주일 동안 훈련으로 피로가 쌓이고 또 쌓였을 때 부대에서는 주말에 영화를 보여주었다. 군부대 특성상 커튼은 두꺼운 천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불을 끄면 내무반은 암흑 세상이었다. 처음에는 영화에 몰입하던 병사들도 대다수 잠에 빠져들었기에 계급이 낮은 병사들도 크게 혼이 나지는 않았다. 물론 마음 푹 놓고 마음껏 수면을 취할 수는 없었지만 한 주 피로를 씻어내는 단비 같은 잠이었다. 짧은 시간의 꿀잠은 분주한 일상으로 복귀가 되었을 때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까지 되곤 했었다.
날이 점점 더워지는 한여름과 마주한다. 점심을 먹고 나면 쏟아지는 잠과의 사투를 벌여야 할 시간도 다가온다. 올해는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 지혜를 모아 본다. 그 안에 10분 동안의 꿀잠도 하나의 안으로 넣어 본다. 매번 잠깐의 잠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부터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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