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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과학 이야기] 웜뱃의 정육면체 배설물 속 ‘똥’의 물리학

웜뱃의 정육면체 배설물 속
‘똥’의 물리학

사진출처 :  https://ko.wikipedia.org    https://www.scimex.org

이번 [유쾌한 과학 이야기]에서는 조금 원초적인 주제(?)를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원초적이지만 생명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대사(大事) 중 하나인, ‘배설’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주사위 모양의 정육면체 ‘똥’을 보신 적이 있나요? 호주에 사는 ‘웜뱃’이라는 동물의 배설물이 바로 정육면체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s://nerdist.com

웜뱃은 풀이나 뿌리를 먹는 초식동물로 다 큰 웜뱃의 길이는 70∼120㎝ 정도, 무게는 25~40㎏에 이릅니다. 덩치는 크지만 코알라를 닮은 듯도 하고, 두더지 혹은 귀여운 곰돌이 모습도 연상시키는 외모 덕분에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아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상당히 많습니다.

 

사진출처 : https://redtreetimes.com

이러한 웜뱃은 특이하게도 정육면체의 배설물을 만드는데요, 하루에 무려 80~100개를 배출해냅니다. 어떻게 이러한 각진 모양의 배설물이 만들어지는 걸까요? 항문이 네모났기라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뱃속에 네모난 틀이라도 들어있는 걸까요?

 

괴짜 과학자들이 이 흥미로운 연구 주제를 그냥 넘어갈 리 없겠지요? 이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조지아 텍(Georgia Tech)의 패트리샤 양(Patricia Yang) 박사와 생체공학자 데이비드 후(David Hu)는 2019년 한 마디로 웜뱃의 ‘똥’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물리학적 근거로 정육각형 똥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덕분에 그들은 2019년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사진출처 : https://cos.gatech.edu

연구팀은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사고로 안락사된 웜뱃의 해부 샘플을 받아 ‘정육각 똥’의 비밀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웜뱃은 비정상적이라 할 만큼 상당히 긴 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길이는 무려 9m에 이르렀습니다. 그 덕분에 웜뱃이 음식을 먹고 영양과 수분을 빨아들이는 데 사람보다 10배 이상 오래 걸려 약 14~18일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장의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배설물은 매우 건조하고 단단해져 배출 과정에서도 모양이 변형되지 않는 거지요.

 

그렇다면 정육각의 배설물 형태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연구팀은 웜뱃의 장 조직과 근육이 위치에 따라 두께와 경직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다른 곳에 비해서 장의 단면적이 2배이면서 강성이 4배인 영역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두꺼운 장 근육 부분의 뻣뻣한 영역과 부드러운 영역이 번갈아 만들어내는 원형의 수축 운동을 시뮬레이션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강성비가 늘어날수록 시험 물질이 점차 정사각형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지요.

 

사진출처 : https://pubs.rsc.org

뻣뻣한 장 부위의 수축이 빨라지고 부드러운 장 부위의 중심부에서 수축이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모서리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근육이 두꺼워 꽉 끼는 부분은 빠르게 수축되어 배설물을 세게 밀어내고, 부드러운 근육 부분은 천천히 수축하면서 모서리를 만듭니다. 웜뱃의 장은 5일 동안 2초마다 한 번씩, 무려 총 10만 번 이상의 수축운동을 하여 장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정육면체 모양을 완성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웜뱃의 정육면체 배설물은 장의 마지막 17% 내에서만 형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요.

 

연구팀을 이를 두고 ‘마치 케이크를 굽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하는데, 축축한 케이크 반죽이 오븐에서 구워질 때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모서리를 만들고, 가운데는 평평한 면이 이뤄지는 것이 바로 웜뱃의 배설물 생성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웜뱃의 배설물 생성과정이 가진 물리학적 메커니즘이 제조, 임상 병리, 소화 건강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정육면체 똥’ 속에 이러한 놀라운 논리가 숨어 있다니 생명은 참 신비롭지요?

 

사진출처 : https://us.blastingnews.com

땅굴파기 선수인 웜뱃은 마음씨도 착하다고 해요. 지난 호주 산물로 많은 야생동물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동물들이 불을 피해 자신의 집에 들어올 수 있도록 공유한 것이 알려지면서 웜뱃이 다시 조명되기도 했지요. 나중에 보니 그 동굴 속에는 곤충, 파충류들로 가득 차 있으며, 새도 있었으며 양과 캥거루가 입구에 숨어 있었다고 하니 웜뱃의 동굴이 많은 생명을 구한 것입니다.

 

생긴 모습도 귀엽고, 마음씨도 착하고, 정육면체 똥을 만드는 재주까지 있는 웜뱃은 사실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입니다. 1906년 웜뱃이 해로운 동물로 지정되면서 호주 정부는 웜뱃을 사냥하도록 장려하였고, 그 결과 1925년에서 1965년 사이에 약 6만 3,000마리의 웜뱃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산불 등 자연재해를 막아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출처 : https://fox2now.com

이제, 여러분은 언젠가 호주여행을 하다가 정육면체의 살짝 냄새나는 물건을 길바닥에서 발견하신다면 신비로운 과학적 매커니즘에 의해 탄생한 웜뱃의 ‘똥’을 떠올리며 조금은 경이롭게 바라보게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참고 1. 사이언스 타임즈, 특이한 웜뱃의 배설물을 어떻게 만들어지나?, 2021-02-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