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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 책VS책] 우리가 돈에 대해 배운 것들

by 에디터's 2021. 1. 27.


우리가 돈에 대해 배운 것들

유명한 절에 갔더니 주렁주렁 소원지가 달려 있었어요. 보통 소원을 빌면 가족의 건강이나 행복을 염원하지 않던가요? 그런데 소원지에 적힌 소원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주식 대박 나게 해주세요’, ‘부자 되게 해주세요’ 같은 소원들이 금빛의 소원지에 적혀 반짝이고 있었거든요. 코로나의 여파로 다들 먹고살기 힘들구나 싶기도 하고,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대놓고 부자가 되는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빌어야 하나 고민도 되었습니다.

 

우리가 돈에 대해 배운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모두 돈을 좋아하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돈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면 격이 낮다고 생각하고,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하고요. 돈을 멀리하고 청빈하게 생활했던 옛 위인들이 여전히 위인전 리스트에 올라있지요.

 

이제는 돈을 다르게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2021트렌드코리아」에서는 ‘자본주의 키즈’를 언급하며 돈과 소비에 대해 편견이 없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자연스러운 세대를 주목했습니다. 코로나로 경제가 얼어붙은 2020년 주식시장에 가장 많이 뛰어든 세대가 20대입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0대가 만든 주식 신규계좌는 73만여 개, 2019년의 21만여 개 대비 4.3배가 늘었습니다. 주위에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요? 거시경제와 미시경제를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요. 오늘 하루 얼마를 지출했는지 꼼꼼하게 가계부를 쓰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새해에는 모두가 살림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권의 책을 준비했습니다. 

 

하루 만원으로 시작하는 부자 되는 습관
「존 리의 부자 되기 습관」 

존 리 지음, 지식노마드

한국은 노인층의 빈곤율이 세계 최고이고, 노인의 취업률도 세계 최고입니다. 돈에 대해 이해와 관리가 부족한 결과로 은퇴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고, 그럼에도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OECD의 65세 이상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 당 18.8명인데 비해 한국은 58.6명입니다. 노인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 첫 번째가 경제력이라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2015년에 일반인들의 소비를 조사한 결과, 소득의 60%를 사교육비와 식료품, 외식비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에 쓰는 돈은 1% 정도로 조사되었지요. 반면 부자들은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이나 사회보험에 22%를 사용한다고 해요. 존 리는 라이프스타일의 차이가 은퇴 이후, 노년의 삶을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존 리는 일단 자녀들이 부자가 되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사교육비, 사고 나면 감가상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자동차, 부자처럼 보이려는 라이프스타일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여야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고 커피 두 잔을 사서 마시는 사람이 담배와 커피를 끊고 매일 아낀 돈 1만 원으로 1989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매달 30년 동안 꾸준히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고 가정하면, 배당금은 차치하고서라도 단순 주가 기준 85억 원이 되어 있으리라는 예시가 놀랍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노후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이 꼭 투자를 해야 한다거나, 주식을 사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권해드리는 건 아닙니다. 코로나 때문에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소비와 지출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한편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나에게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연 소득 480만 원에서 창업가로 거듭나기까지
「오늘부터 돈독하게」 

김얀 지음, 창비

이 작가가 그 작가 맞나 싶었습니다. 김얀 작가는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인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바다의 얼굴 사랑의 얼굴」을 쓴 에세이스트입니다. 굉장히 솔직한 이야기들을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글재주를 가진 작가지요. 여행에세이가 언제 또 나오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돈과 관련된 에세이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갑자기 ‘빵 터지는’ 유머러스한 문체도 그렇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내지르는 솔직함도 여전합니다. 그리고 돈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에서 돈 좀 만지게 된 지금까지 작가가 겪어온 여정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김얀 작가는 전세 만기일을 앞두고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았습니다. 몇 달 동안 부동산 열한 곳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지만 480만 원이 적힌 연소득증명서를 은행창구에 내미는 순간 모든 노력은 헛것이 되어 버렸지요. 돈이란 건 티끌 모아 티끌이라며, 글을 쓰는 예술가가 돈 벌 궁리를 하는 건 고상하지 못하다며 무시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돈과 자신의 관계를 조금 더 돈독하게 만들기 시작했어요. 경제 관련 책 읽기나 가계부 앱 쓰기 같은 일반적(?)인 일들부터 구멍 난 양말 꿰매기, 셰어 하우스 만들기 같은 일들까지 촘촘하게 기록했습니다. 대문호의 꿈을 꾸며 대부호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는 작가가 대견합니다. 대문호는 못되어도 대부호는 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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