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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인천 여행] 가을바람 살랑대는 인천 언택트 여행, 계양산성 길 & 계양산, 2편

by 에디터's 2020. 11. 20.

도시가 품고 있는 호젓한 계양산과 그곳은 산성길

 

임학정을 지나 숲길을 따라 걷는 걸음이 확 트인 경관을 마주합니다. 초지로 덮인 너른 땅, 계양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언덕으로 나무 한 그루가 운치를 한껏 살려줍니다.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며 잠시 쉬어가는 발걸음, 그곳의 벤치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음악과 함께 책장을 펼칩니다. 세월을 낚는 어부가 되어 무료한 시간을 흘리는 한때, 하늘에 맞닿은 풍경은 흡사 알프스의 대자연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마치 동산에 온 듯 동심을 자극하는 풍경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계양산성(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0호)은 그곳의 오래된 성터로 해발 394m의 계양산 동쪽 봉우리를 나이테 두른 듯 에워싸고 있습니다. 테뫼식 산성(산정식 산성)으로 둘레가 약 1.2km로 이어지며 성벽의 외부는 잘 다듬은 돌을 약 5m 높이로 쌓아 올렸습니다. 삼국 시대에 처음 축조된 석성은 부평읍의 성곽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이후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 초까지 사용되었는데요, 조선 임진왜란 때에는 치열한 싸움터로도 기록됩니다.

 

 

고성 혹은 폐성이라 하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간 성곽은 2000년대 들어서서 첫 발굴조사를 시작합니다. 조사 당시 이곳에서는 논어를 적은 목간을 비롯해 산성 내에서 석제품을 가공해 제작한 것으로 여겨지는 석경과 돌을 갈아 만든 납석제 뚜껑, 그리고 숫돌 등이 출토되었습니다. 또한 주부토(主夫吐)라고 쓰인 기와는 이곳이 고구려의 전략적 군사 요충지라는 사실을 말해주는데요,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된 자기류와 고려 전기의 청자가 함께 출토되는 등 겹겹의 세월 속에 아스라이 사라져 흔적만 남아있던 성은 옛사람들의 찬란했던 절정의 순간을 품고 있었습니다.

 

 

산성 내부에는 동쪽과 북쪽으로 두 개의 문지(門址)와 수구(水口)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이곳 계양산성이 삼국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군사 및 교통의 요충지임을 말해주고 있는데요, 동문(남문)에서 시작한 산성 산책이 남장대, 팔각정, 서장대를 빙 둘러 북문(동문)을 통과합니다. 이후 유적공원, 제3, 제2, 제1 집수정을 차례로 지나 다시 회귀하는 발걸음이 동문(남문)에서 멈춥니다.

 

 

산성길 복원 전, 이곳은 무연고 시신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가 즐비했습니다. 묘지들을 이장하고 다시 태어난 공원은 계양산성 탐방로가 드넓은 풍경 안에 예쁘게 펼쳐져 있습니다. 너른 잔디가 시원한 시야를 선사하며 계양 시내가 한눈에 조망되는 풍경은 가슴이 뻥 뚫립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저 멀리 북한산까지 보인다고 하는데요, 뒤로는 관악산, 우측의 남산과 저 멀리 롯데타워가 뚜렷합니다.

 

 

하늘 아래 팔각 정자는 아름다운 뷰를 가집니다. 너머의 계양산은 이곳에서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하나 더 넘어야 닿을 수 있습니다. 저 멀리 철탑이 보이는 곳이 산의 정상으로 오늘 탐방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계양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조금의 가파름이 있습니다. 숲길은 야자 매트가 깔려있고 정비가 잘 돼 있어 걷기가 편합니다.
산행 초보자들을 위해 나무 계단으로 조성된 오르막은 아이들이 걷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계단의 이어짐은 심장이 헐떡대고 제법 땀이 납니다. 과거 부평(富平) 일대의 진산(鎭山)으로 여겨진 계양산(394.9m)은 인천 도심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진산’ 또는 ‘안남산’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진달래가 유난히 많이 피어 봄이면 분홍 꽃물결을 이룬다고 합니다.

 

 

정상에 서자 사방이 확 트인 경관은 서쪽으로 영종도와 강화도 등 주변 섬들이 뚜렷합니다. 멀리는 서울과 고양시의 전경이 환하게 펼쳐지는데요, 그중에서도 강화도의 마니산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산이동 설화의 한 유형에 의하면 계양산은 강화의 마니산 한 자락이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산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마니산을 ‘형산(兄山)’이라 하고 계양산을 ‘아우산’이라고 하는 별칭을 가진다고 하네요.

 

 

 

또한, 계양산에 구름이 뜨면 반드시 비가 내리고, 해풍이 몰아치면 비가 갠다고 하여 ‘일기예보산’이라고 하는 별칭도 있습니다. 이는 천마산, 북한산, 관악산, 인천 계양구, 서해와 인천 송도, 한강까지.... 가히 사통오달 조망을 자랑하는 계양산이기에 가능한 별칭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주말, 세상을 발아래 두고 호젓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계양산 등산은 어떨까요. 계양산은 특히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니 이점 또한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Travel Tip. 계양산성 박물관
인천 계양구 계양산로 101 (계산동 산11)
museum.gyeyan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