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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영화n영어 31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네가 초심을 지키길 바랄 뿐이야

by 앰코인스토리 - 2020. 7. 7.

 

경비노조에 대한 글을 쓰던 사람이 패션잡지의 인턴에 지원한다면 어떨까요? 사회 비판적인 기사를 즐겨 쓰고 기자가 되고 싶다던 사람이 패션잡지 회사에 들어간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속 앤드리아도 알고 그녀의 상사 미란다도 아는 사실은 그녀가 이곳에서 오래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한번쯤 겪어봤을 일이라서 그런지 앤드리아(앤 해서웨이)가 자신이 1순위로 원하던 곳이 아닌 자신을 택한 회사로 들어가는 과정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앤드리아는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패션잡지에 악명 높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비서로서 강도높은 요구를 이행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앤드리아가 비서일을 배워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 속에서 인생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픽션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보는 듯한 강점을 지닌 영화가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인생에 대해 배운 것은 자신이 고수하는 가치관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사회 속에서 매몰되어 그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지요. 앤드리아도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변한 모습에 대해 질타를 하곤 했습니다. 도덕이라는 가치관과 주변 사람들과의 약속들을 일 때문에 경시할 때 그런 위기가 있었어요.

 

다음은 앤드리아의 남자친구가 앤드리아가 동료의 자리를 빼앗고 대신 파리로 출장가는 모습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입니다.

 

 

앤드리아:
I didn't have a choice, okay? Miranda asked me, and I couldn't say no.

나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었어. 미란다의 제안에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고.  

 

네이트 :
That's your answer for everything lately, "I didn't have a choice."
요즘 부쩍 넌 그렇게 이야기하지. 
Like this job was forced on you.
마치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이야.

 

앤드리아 :
You're mad because I work late all the time and I missed your birthday party. And I'm sorry.
야근도 많고 네 생일에도 늦어서 네가 기분이 나쁜 거 알아.  미안해.
You hate Runway and Miranda. And you think fashion is stupid. 
런어웨이, 미란다, 내 옷까지 맘에 들어하지 않잖아.

 

네이트 :
You know, I wouldn't care if you were out there pole dancing all night...                                             
as long as you did it with a little integrity.

뭘 하든 상관없어. 다만 네가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야.

 

부사가 되는 <With + 추상명사>

 

지인과의 약속도 쉽게 깨트리고 나서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에서 앤드리아 본연의 좋은 모습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가장 가까이 지낸 친구들이 이런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요. 그런 그녀에게 네이트는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하네요.

 

I wouldn't care if you were out there pole dancing all night... as long as you did it with a little integrity.

 

이 문장은 주어+동사+목적어로 이미 완전한 문장입니다. 그러므로 With a little integrity는 ‘초심 지키고’ 로 해석되며 부사역할을 하게 됩니다.   

 

상사 미란다가 자신의 일신을 위해 부하와의 약속을 쉽게 깨트리는 모습에서, 진실을 알면서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아무런 죄책감없이 다른 사람의 가치에 무감각하는 모습은 이후 앤드리아가 선택한 방식과도 배치됩니다. 그러한 대조를 통해 앤드리아 스스로가 지녔던 가치조차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말해주지요.

 

앤드리아라고 명품 옷을 몇 벌이나 선물 받고 화려한 공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을 마다하고 싶을까요.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자꾸 침범하게 만드는 패션업계의 논리에 무너지는 건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녀가 미란다와 다른 점은 아니다 싶을 때 자리를 박차고 나올 용기가 있다는 점이에요. 가장 정점에 있을 때 그녀는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원래 하고 싶었던 사회 비판적인 글을 쓸 수 있는 신문사에 문을 두드렸고 누구보다도 패션업계에서 일하고 싶어하던 그녀의 동료의 자리도 지켜주었습니다.

 

 

남을 밟고 이용하고 뒤통수 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미란다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녀 역시 자신의 자리를 어이없게 놓치게 되는 위기에 맞서 나름대로 대응했을 뿐입니다. 정글과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에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명작이라고 생각한 점은 어느 누구도 악역을 맡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 사회의 경제논리에 의해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잘 깔아 놓았고 관객이 그 상황을 이해하도록 설득했어요. 그리고 그러한 설득 안에서 초년생때 겪어봤던, 혹은 현재 조직 사회 속에서 일하는 개개인으로서 겪은 사회의 부조리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치가 매몰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다짐도 불러일으킵니다.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