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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미국 특파원] 미국의 총기문화, 총이 없는 사람은 있지만 한 자루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by 앰코인스토리 - 2020. 4. 27.

 

얼마 전 회사 근처 사격 연습장(Shooting range)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곳이고 아직은 일반적인 스포츠에 들어가진 않지만, 미국에서는 너무나 많고 일반적인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격 연습장은 총을 파는 총기 판매점과 같이 있습니다. 권총부터 자동 소총, 그리고 저격용 총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총들을 전시하고 만져보고 살 수 있는 거지요.
사격 연습장은 의외로 이용이 간단합니다.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원하는 총을 말하면 총과 총알을 원하는 만큼 제공합니다. 거기에 소음방지용 헤드폰, 그리고 보안경용 고글을 주고 사격장에 들어 갈 수 있지요. 권총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필자는 현장의 안전 요원으로부터 2~3분간의 아주 간단한 사용법을 배우고 바로 사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 젊은 연인들 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 것 같았습니다. 더 신기한 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본인의 총을 직접 들고 오는 모습이었는데, 정말 문화적인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미국 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이고 이에 따른 총기 사건이 많은 나라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맞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아침 뉴스에서는 지난 밤에 일어났던 총기 관련 사고와 경찰관과의 총격전 등에 대한 기사거리가 항상 나오지요. 총기 소지가 일반화되지 않은 한국 사람에게는 생소하고 약간 긴장되기까지 합니다. 미국은 맥도날드 지점보다 많은 총기 판매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 전역에는 민간인이 소유한 총기가 약 2억 7천만 정에 이른다고 하고, 해마다 500만정씩 증가한다는 미 연방수사국의 보고가 있다고도 합니다. 미국의 인구가 약 3억 5천만 명이니 성인 1명당 1정은 있다고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총이 없는 사람은 있지만 1정만 소유한 사람은 없다 라는 유명한 말이 있는 걸 보면, 미국인들의 총에 대한 애착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미국인들은 그렇게 많은 총기 관련 사고와 범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총기규제에 소극적일까요? 이것을 미국의 탄생 역사와 연관이 있습니다. 초기 미국 개척민들은 야생동물과 원주민에 대항하기 위해 총기 휴대가 허용되었으나, 식민 지배 국가인 영국이 과중한 세금을 인한 무장 반발을 차단하기 위해서 1774년 무기 몰수를 단행합니다. 여기에 미국 식민지 시민들의 대항과 무기를 소지한 민병대의 저항이 미국 독립운동의 시작이 됩니다. 즉, 1776년 독립선언 후 몇 년간의 독립전쟁도 결국은 시민들이 소유한 총기로부터 시작하여 완전한 독립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1787년 미국 최초의 헌법이 제정되고, 나중에 1791년에 수정헌법(Amendment)이 발효되면서 무기 휴대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명시가 됩니다.


 

수정 헌법 2조(Second Amendment)에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합법적으로 소지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각 주마다 공공장소에서의 휴대 등에 대한 규정 등은 따로 있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로 간주되어져 왔다는 겁니다. 아직까지도 미국은 총기 규제(Gun Control)에 대해서 수많은 논란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군에서 사용하는 자동 소총이나 일정 탄알의 수를 넘어서는 탄창, 그리고 범죄경력이나 심신불안자 등에 판매 금지 등에 관한 내용입니다. 결국 총기 소지 자체는 인정은 하되 조금이라도 총기사고를 줄이기 위한 임시 처방인 셈이지요. 여기에는 미국 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이라는 막강한 로비단체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회원이 500만 명이고 한 해 사용하는 금액이 5천억 원대로, 주로 정치인들의 선거 자금을 대고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단체인지 가늠을 할 수 있습니다.
총은 잘 사용하면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내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물건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갑론을박의 논쟁이 있을 미국에 총기문화에 대해 이번 호에서 짧게 한번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호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