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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광주여행] 호남 선비정신의 뿌리를 만나는, 광주 사색여행 (2) 철학자의 길

by 앰코인스토리 - 2020. 1. 17.

철학자의 길을 따라 걷는 사색여행

▲ 너브실마을

 

월봉서원이 위치한 너브실(광목)마을은 행주 기(奇) 씨 집성촌으로 황룡강변의 너른 들판을 품고 있습니다. 황톳길 따라 예스러운 돌담이 이어지면 서원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은 백우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철학자의 길을 걷는 데 있습니다. 솔숲과 대숲이 어우러진 숲길이 운치를 더하는 길, 선비의 걸음으로 느리게 산책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코스는 세 번 이상 오르면 소원을 성취하게 된다는 소문이 있답니다.

 

▲ 백우산에서 내려다 본 월봉서원

 

▲ 기대승 시비

 

서원을 나선 걸음이 백우산 자락을 따라 고봉묘소를 향합니다. 마른 낙엽이 푹신한 융단을 이루는 길에서 걸음걸음 바스락 소리가 유난히 귀를 간질이는데요, 사방이 고요한 세상에서 새소리, 바람소리 청명하니 걷는 재미 또한 제법 쏠쏠합니다. 눈앞으로 커다란 바위가 위풍당당합니다. 표면으로 기대승이 지은 유일한 한시가 새겨져 있네요.

 

호사롭고 부귀롭기야 신릉군만 할까만 백 년 못 되어 무덤 위에 밭을 가니 하물며 여남은 장부야 일러 무삼하리요.

 

이 시구에서 기개 높고 청렴하기로 유명했던 선생의 품성이 느껴집니다. 시비(詩碑)를 뒤로하고 완만한 숲길을 오르면 기대승 선생과 그 부인, 정부인 함풍 이씨의 묘가 나옵니다. 나란히 자리한 두 개의 묘소는 묘좌유향(卯坐酉向)으로 월봉서원 서북쪽 150m 되는 곳에 있습니다.
무덤을 둘러본 발걸음이 귀전암(歸全庵) 터를 향합니다. 백우산 청량봉 아래 고봉 선생이 학문을 하시던 곳으로 부모가 온전히 낳아주시고 자식은 온전한 맘으로 돌아간다는 증자의 귀전유훈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는데요, 현재 귀전암은 그 터만 남아 유허비로 존재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 백우정

 

▲ 강수당

 

서원 뒤 백우산을 따라 이어지는 철학자의 길, 고봉 묘소와 귀전암을 돌아본 발걸음이 다시 월봉서원을 향해 내려옵니다. 백우정(白牛亭)은 월봉서원 동쪽에 위치한 정자로 바로 앞쪽으로는 고봉 선생의 신도비가 있습니다. 높은 지대에 자리한 정자는 사방이 고즈넉한 자연에 둘러싸여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 강수당(講修堂)은 월봉서원의 교육체험관으로 학이실, 예경실, 궁리실, 유물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11년도 완공된 이곳은 이후 각종 세미나 및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곳의 유물관에서는 월봉서원과 고봉 기대승 선생의 유물을 살펴보고 조선 성리학의 계보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 귀후재

 

귀후재(歸厚齋)는 기씨 가문의 전용 서당으로 외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한 듯 낡은 사당의 모습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완성하는 곳. 귀후(歸厚)는 사람이 나이를 들어 학문이 깊어지면 원칙주의보다는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 칠송정

 

칠송정(七松亭)은 고봉 기대승의 장남 함재 기효증 선생이 고봉 묘소 아래 시묘하던 곳으로 후일(1578년) 정자를 세워 아침저녁으로 묘소 참배를 하며 부모에 효도하지 못한 후회의 마음을 달래곤 하였습니다. 손수 일곱 주의 소나무를 뜰 앞에 심었다 하여 칠송정(七松亭)이라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애일당(愛日堂)은 조선 숙종 때 지은 별당으로 고봉의 6대손인 기언복이 연로하신 어머니를 위해 마련한 거처입니다. 하루하루를 사랑하라는 뜻의 애일(愛日)은 부모를 향한 효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 이완당 다시카페

 

▲ 이완당 다시카페

 

 

칠송정 - 귀후재 - 월봉서원 - 백우정 - 고봉묘소 - 귀전암 터로 이어지는 철학자의 길. 월봉서원에서 시작한 산책은 백우산 숲길을 지나 백우정을 돌아와 마을길을 돌아 다시 월봉서원에서 그 발자국의 마침을 찍습니다. 지친 발걸음이 향한 곳은 마을 어귀, 서원의 초입에 위치한 이안당(怡安堂)입니다. 즐겁고 편안한 집이라는 뜻의 한옥공간은 월봉서원의 철학 스테이를 위한 숙박시설로, 그곳의 다시(茶詩) 카페는 따뜻한 차 한 잔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휴식공간입니다. 오가는 담소가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차문화 체험 공간, 호남 선비정신의 뿌리를 만나는 광주 사색 여행의 마지막으로 더할 나위 없어 보입니다.
 

Travel Tip.

철학자의 길
 칠송정 - 귀후재 - 월봉서원 - 백우정 - 고봉묘소 - 귀전암 터 (1.5km, 1시간)

 

이안당 다시(茶詩)카페
 광주 광산구 광곡길 133 (광산동 452)
 매주 수~일요일 상시운영
 평일 11:00~15:00, 주말 10:00~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