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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광주 여행] 호남 선비정신의 뿌리를 만나는, 광주 사색 여행 (1) 월봉서원

by 앰코인스토리 - 2020. 1. 10.

호남 선비정신의 뿌리를 만나는, 광주 사색 여행
월봉서원 & 철학자의 길

▲ 너브실마을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추억으로 보내고 다가올 신년을 희망차게 준비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앰코인스토리 가족 여러분~! 신년을 맞이하여 앰코인스토리 여행코너 역시 약간의 변화를 주려 합니다. 바로 앞서 전해드린 인천 & 송도 탐방기와 2019년 전라도 광주 탐방기의 믹스! 2020년부터 두 지역이 격월로 번갈아 소개된다는 점! 만인의 만족을 위한 첫 번째 이야기는 호남정신문화의 산실, 광주 월봉서원과 철학자의 길 탐방기입니다.

호남정신문화의 산실, 광주 월봉서원

 

▲ 월봉서원

 

▲ 기대승

 

광주 서북쪽의 끝, 전라도 장성군과의 경계에 있는 월봉서원은 호남을 대표하는 대유학자, 고봉 기대승(1527~1572)의 위패를 모신 곳입니다. 광주 출신의 기대승은 16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성리학자로 스물여덟에 「주자대전」 100여 권을 탐독한 후 네 권의 「주자문록」을 남겼으며 경연에서 선조에게 전한 말을 묶은 「논사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퇴계 이황과 나눈 12년간의 편지, 8년간의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은 역사에 길이 남을 조선 최고의 사상 로맨스로 유명합니다.

 

▲ 외삼문(망천문(望川門)

 

겨울의 어느 날, 유난히 인적 드문 길을 따라 만나게 되는 서원은 만물의 생과 사, 그 끝자락에서 특유의 쓸쓸함을 품고 고즈넉하게 자리합니다. 단단하고 반듯한 화강암 돌담을 두른 외삼문에는 망천문(望川門)이라 쓰인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하천을 바라보는 문이라는 의미로 여기서 천(川)은 서원이 자리한 너브실마을 앞을 흐르는 황룡강을 가리킵니다. 그 문을 지나 만나게 되는 서원은 동재(명성재⋅明誠齋)와 서재(존성재⋅存誠齋)가 있고, 동편 전사청 가운데 빙월당(氷月堂)과 서편 장판각(藏板閣) 그리고 정안문(靜安門)을 지나 숭덕사(崇德祠)에 이르는 구조를 가집니다. 대유학자의 정신이 깃든 공간,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서원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 빙월당 일부와 장판각

 

월봉서원은 고봉 선생 사후 7년인 1578년, 호남 유생들이 지금의 신룡동인 낙암 아래에 망천사라는 사당을 세우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임진왜란으로 피해를 본 서원은 지금의 산월동인 동천으로 옮겼는데요, 1654년 효정이 월봉이란 서원명을 내리면서 사우와 동⋅서재, 강당을 갖춘 사액서원이 되었습니다. 그 뒤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훼철되었다가 1941년 현재의 위치에 빙월당을 새로 짓고 1978년 사당과 장판각, 내삼문, 외삼문을 건립하여 1991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 빙월당

 

 

 

빙월당(氷月堂)은 월봉서원의 주강당으로 동편 전사청 마당 안 깊숙이 자리합니다. 빙월(氷月)은 고봉의 투명하고 깨끗한 성품을 표현한 빙심세월에서 유래한 것으로 정조가 하사했다고 전하고 있는데요, 묵묵히 서 있는 건물은 월봉서원이라 쓰인 현판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빙월당, 충의당이라 쓰인 현판이 눈에 띕니다. 특히 오른쪽 방 빈당익가락(貧當益可樂)이라 쓰인 편액이 눈길을 끄는데요, 이는 가난할수록 즐거움이 더한다는 뜻으로 퇴계 이황이 보낸 편지 중 한 구절이라고 합니다.

 

▲ 정안문 너머 승덕사

 

▲ 승덕사

 

빙월당을 나온 걸음이 뒤편 돌계단을 오릅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정안문(靜安門)은 월봉서원의 내삼문으로 조용하고 평안한 마음을 가지라는 뜻을 지닙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제법 너른 마당을 거느린 사당이 보입니다. 숭덕사(崇德祠)는 문헌공 고봉 기대승을 재향하는 사당으로 매년 3월과 9월 이곳에서는 학자를 기리는 춘⋅추향사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서원의 가장 안쪽이자 가장 높은 곳, 내삼문을 등지고 돌계단에 서니 서원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빙월당의 뒷모습과 너브실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이 한 폭의 수묵화를 완성하는데요, 사방이 고요한 침묵 속에서 심연에 이르는 사색은 그 깊이를 더해갑니다.

 

▲ 장판각

 

▲ 동재(명성재)

 

▲ 서재(존성재)

 

▲ 묘정비

 

다시 걸음을 되돌려 서원의 구석구석을 탐방합니다. ‘장판각(藏板閣)’은 월봉서원 내 자료를 보관하는 부속 건물입니다. 이곳에는 고봉선생 문집 11권의 판각 474매(광주시 유형문화재 제19호)를 비롯 충신당, 명성재, 존성재, 유영루 등의 현판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동재(명성재⋅明誠齋)’와 ‘서재(존성재⋅存誠齋)’는 월봉서원의 기숙사입니다. 배움에 있어서 밝은 덕을 밝히는데 성의를 다하라는 ‘명성(明誠)’, ‘존성(存誠)’은 자기를 성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외 월봉서원과 고봉 기대승 선생의 연혁과 관련 인물 등에 대한 내력을 기록하여 세운 ‘묘정비(廟庭碑)’를 만날 수 있습니다.

 

Travel Tip. 월봉서원
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곡길133 (광산동 452)
 매일 10:00~17:00
 062-960-8255
 www.wolb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