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책? 책을 위한 책!
‘책을 소개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가을입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날씨는 화창하고 놀러 가기 딱 좋은 날씨가 이어집니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책을 읽기 좋도록 맑고 선선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너도나도 밖으로 놀러 나가는 바람에 하도 책이 안 팔려서 출판계에서 만들어 낸 말이라고 합니다.
물론 가을은 나들이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요. 한여름 뙤약볕 아래 땀 흘려 일군 곡식들이 여물고 풍성한 열매를 거두며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에요. 마음이 넉넉하고 여유로워지니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들판에서 곡식을 거두듯 책 속에서 지식을 거두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라는 뜻이지요. 사실,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계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책들은 참 많습니다. 당장 초등학생들만 보아도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면서도 학교에서 정해준 필수도서를 숙제처럼 읽고, 국어 학원에 다니고, 논술 시험을 대비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국어 시험, 문학 시험, 수능 시험, 논술 시험을 치르느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설득당합니다. 마치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정답(?)에 조금 더 가까운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자면, 논술 시험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지식을 쌓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논리적이면서도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독서는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가 설파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독서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에 대해서 유쾌하게 이야기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독서가 즐겁다는 사람들이 현학적인 말투로 젠체하며 자신이 읽었다는 두껍고 지루한 책들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면, 독서가 즐거워 보이긴커녕 오히려 멀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래서 오늘은 독서의 즐거움을 말하는 책들을 골라보았습니다. 독서의 중요성이나 독서의 효용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독서 그 자체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도록 그야말로 유쾌통쾌하게 쓴 책들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쓴 책에 대한 글입니다. 읽기만 해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서 더불어 즐거워지고,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이 더욱 늘어납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을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책을 읽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그리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이런 모든 분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골랐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책 이야기가 될 것이고,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책 읽기가 얼마나 즐거운 유희인가를 알려주는 책들이 되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책을 더 읽어볼까 고민하던 분들에겐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 되겠지요.
자, ‘책을 소개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책 마니아를 위한 유희로운 책
「독서의 기쁨」
김겨울 지음, 초록비책공방
상당한 애서가이자 진중한 독서가인 김겨울은 ‘겨울서점’의 주인장으로 유명합니다. 겨울서점은 실제 서점이 아니라 북튜버 김겨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이름이에요.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한 김겨울은 전공이 뒷받침해주는 충분한 철학적 사유에 라디오 디제이, 싱어송라이터의 경험을 살려 책을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었지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겨울서점’ 채널도 매력적이지만, 이 책 「독서의 기쁨」도 만만치 않습니다. 책의 물성과 정신성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단단한 책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에 코를 박고 읽다 보면 소소한 유머 감각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하며 책을 덮을 때까지 웃음 짓게 됩니다.
개인주의자 선언에 이은 쾌락독서 선언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문유석 판사님의 책을 읽으면 늘 드는 생각인데요, 세상에 이런 판사님만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쌓아 올린 균형 잡힌 생각은 기본이요, 책을 읽으며 느낀 점에 대해 무척이나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와 표현력, 한 페이지에 한두 번씩은 꼭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허를 찌르는 유머감각이 살아있어요. 읽고 나면 책 한 권이 이렇게 짧았던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호르몬 과잉기에 소설의 야한 대목을 찾아 읽던 경험이 책을 쓰는 데까지 이어지며 성공한 덕후가 되었다는 뿌듯함을 드러내면서도 “삶은 글보다 훨씬 크다.”고 말하며 책을 통해 타인과 세상을 향한 공감의 범위를 넓힙니다. 독서가 왜 쾌락인지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이 주변에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고) 선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권의 책이 나의 세계로 확장되기까지
「출판하는 마음」
은유 지음, 제철소
은유 작가님의 책은 언제든 믿고 사봅니다. 삶이 흠뻑 묻어나는 논픽션을 주로 쓰시지요. 「출판하는 마음」이라는 이 책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고 내 손 안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개입하는 사람들, 책에 애정을 담아내는 사람들의 인터뷰 모음집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엿보는 일은 그 자체로 꽤 두근거리는 일인데, 은유 작가님의 시선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문학 편집자, 번역자, 북디자이너, 출판마케터, 온라인서점 MD, 서점인, 1인 출판사 대표에 이르는 10명의 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요,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의 입장을 헤아리고픈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다가섭니다. 이 책을 읽으면 온라인 서점의 북카트에 읽고 싶은 책들이 쌓이고 또 쌓입니다.
책으로 채우는 일상의 허기
「밥보다 책」
김은령 지음, 책밥상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목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밥 먹어라!”라는 부름에 읽던 책을 옆구리에 끼고 밥상머리에 앉아 허겁지겁 밥을 먹어 치우며 ‘밥보다 책’이 더 좋다고 여기던 어린 시절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책을 소개하는 책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저자입니다. 누가 이 책을 권하는가가 책의 분위기를 좌우하거든요. 김은령은 자기소개에 ‘책은 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 골라 읽는 거’라고 적었습니다. 끊임없이 책을 사는 ‘매서광’에 ‘책 소믈리에’를 자처하는 저자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그와 연관된 책들을 소개합니다. 오랫동안 《행복이 가득한 집》, 《럭셔리》 같은 잡지를 만든 사람의 잡학다식한 책 취향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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