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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소수의 세계를 이해하며 확장된 세상과 조우하기

소수의 세계를 이해하며
확장된 세상과 조우하기

1947년에 미국의 한 연구진이 ‘흑인’ 아동을 대상으로 ‘인형 테스트’라는 실험을 했습니다. 갖고 싶은 인형을 고르라면서 백인 인형과 유색인 인형 중에서 고르게 했지요. 67%의 아이들이 백인 인형을 골랐습니다. 색깔이 예쁜 인형을 고르게 했더니 60%의 아이들이 백인 인형을 골랐습니다. 어느 인형이 착한 인형이냐고 물으니 59%의 아이들이 백인 인형이라고 답했지요.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자신과 닮은 인형은 어떤 인형이니?”라고 물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이 실험의 연구자들은 차별을 하는 사람도, 차별을 받는 사람도 모두 다 차별인지 의식하지 못하고 차별을 익숙하게 생각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차별이 공공연할 때는 그것이 차별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노예 제도가 있던 시절에는 흑인을 물건으로 사고 팔면서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던 시절에는 여성은 지능이 낮고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전의 예를 들 필요도 없습니다. 공공연한 차별은 우리 주위에서 늘 있는 일이니까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다른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을 갈라놓기 위해 놀이터에 울타리를 치는 일이 벌어지고, 아파트의 품격을 지킨다며 택배 기사들의 출입을 막습니다. 상대적 약자에게 강하게 구는 ‘갑질’이라는 말도 요즘엔 무척 익숙해졌지요. 장애인을 희화화하는 ‘애자’라는 말이나 외모를 품평하는 ‘예쁜 게 착한 거야’라는 말, ‘급식충(아동·청소년)’, ‘맘충’(엄마), ‘틀딱충’(노인), ‘병신’(장애인)과 같은 비하적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입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욕을 할 때 비하하는 느낌을 더하기 위해 상대방의 성별과 상관없이 ‘-년’이라고 부릅니다. 예쁘거나 잘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왕따시키는 일도 빈번합니다. 백인과의 결혼으로 이루어진 집은 ‘글로벌 패밀리’라고, 유색인종과의 결혼으로 이루어진 집은 ‘다문화 가족’이라고 부릅니다.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무슬림’이라고 하면 일단 경계 태세에 들어가고, 인종주의자가 아니라면서도 피부색이 검은 사람이 옆에 앉으면 움찔합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그런 적 없어. 난 안 그래.”라고들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우리에게 백인 인형과 흑인 인형 중에 선택하라면 어떤 인형을 고를까요? 미끈한 몸매를 뽐내는 바비 인형과 통통하고 키가 작은 바비 인형이 있다면, 근사한 자동차를 탄 인형과 작은 휠체어를 탄 인형이 있다면, 히잡을 쓴 인형과 금발 머리를 한 인형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인형을 고르게 될까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쓴 김원영 변호사는 어느 북토크에서 소수자의 문제를 공부하는 일을 언어 공부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권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논문을 읽으려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지만 영어권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굳이 다른 언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지요. 그 대신 우리는 한국어라고 하는 소수 언어를 알아요. 김원영 변호사는 소수 언어를 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장애인 문제를 포함한 소수자의 문제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은 삶에 굉장한 상상력과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고 언어적으로도 풍성해지는 방법이라고 말하지요. 그의 말대로 어떤 의무로서가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이해하는 방법의 하나로 상대적 약자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합니다.
최근에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읽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어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해 봅니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증거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사계절

우리는 히틀러처럼 우생학을 내세워 누군가를 학살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장애나 질병을 가진 아이,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아이를 낳아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할 수 있을까요? 평생을 누워지내는 장애, 처절한 빈곤, 추한 외모나 다른 성적 지향 같은 소수성을 안은 채 소외되고 배척당할지 모르지만 세상에 태어나는 편이 더 나은 걸까요? 수시로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안고 태어난 김원영 변호사는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저자는 흔히 ‘잘못된 삶’, ‘실격당한 인생’이라 불리는 이들도 그 존재 자체로 존엄하고 매력적임을 증명합니다. 어떤 것이 잘된 삶인지, 혹은 잘못된 삶인지 우리 자신의 기준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어떤 구절은 무척이나 유머러스해서 웃음이 빵 터지다가도 다음 문장에서 다시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성찰을 이어가게 됩니다.

 

 

 

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정우성 지음, 원더박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정우성이 이 책에서 고백하기를, 지금까지 아무리 연기를 못해도 그렇게 악플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난민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자 엄청난 악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살아남기가 팍팍한 현실에서 생판 모르는 남을 보듬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나라의 사람들,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왜 나서야 할까요. 이 책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뿐만 아니라 정우성이 고민했던 지점들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는 “누구라도 난민촌에서 난민들을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과 유엔난민기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가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 우리와 다르지 않은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페미니즘을 찾아가는 다섯 개의 지도
「불편할 준비」

 

이은의, 윤정원, 박선민, 은유, 오수경 지음, 시사IN북

어찌나 심란한 뉴스가 많은지, 뉴스에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관련 기사가 나오는 날에만 페미니즘을 공부해도, 매일매일 공부해서 박사학위까지 거뜬히 받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함께 공부해 볼까요. 회사에서 성희롱과 싸우다가 변호사가 되어 직장 내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은의 변호사, 생리와 낙태에,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산부인과 의사로서 설명하는 윤정원 의사, 아이를 키우면서 농사를 짓다가 내 편이 없어 직접 정치권에 뛰어든 박선민 국회 보좌관,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글쓰기를 장려하는 은유 작가, 드라마에 담긴 가부장적 시선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당연한 일을 비틀어보게끔 해주는 오수경 드라마비평가의 강의를 정리한 책입니다. 실용적(?)이면서 씁쓸하지만 재미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며 나의 이야기임을 또 한 번 깨닫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화롭게 더불어 살려면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

 

인권연대 기획, 김진호 이찬수 김홍미리 박미숙, 철수와영희 글

고통은 때로 외침이 되고 때로 폭력이 됩니다. 문제는 자신의 고통을 참다가 다른 특정한 대상에게 쏟아낼 때입니다. 그 대상은 주로 사회적인 약자입니다. 집단적으로는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성 소수자, 이주자 등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 심지어 가족도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특별히 백인들을 제외하고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깔보고 무시하는 일이 잦습니다. 사랑을 실천해야 할 종교인들도 혐오를 확산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누군가를 대상화하며 혐오와 차별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종교, 차별, 여성, 법 등을 주제로 진행한 인권연대의 강의와 질의응답을 엮어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흑인부터 난민까지, 인종화된 몸의 역사
「낙인찍힌 몸」

염운옥 지음, 돌베개

인종주의는 사람의 행동에 근거하는 게 아니라 ‘속성’에 근거해서 분류하고, 측정하고, 가치를 매기고, 증오하고, 심지어 말살하는 서양 근대의 이데올로기입니다. 눈에 보이는 ‘외모’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혈통’과 ‘지성’을 상상하고 우열을 매깁니다. 한때 유명했던 베네통의 광고가 있지요. 심장 세 개를 나란히 놓고 그 위에 백인(white), 흑인(black), 황인(yellow)라고 써넣었습니다. 피부색이 달라도 심장(의 색)은 똑같다는 광고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듯 보이지만 이 광고는 여전히 인종을 셋으로만 나누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인종은 다양하며 무한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서양의 미학이 어떻게 씨줄과 날줄이 되어 백인우월주의 신화와 인종화를 만들어냈는지 찬찬히 풀어냅니다. 백인우월주의가 여전히 건재하는 세상에서 문화적인 지표가 더 중요해진 신인종주의 현상에 주목해 봅니다. 스스로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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