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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외국 특파원

[미국 특파원] 그랜드캐니언 하이킹, 인생의 버킷 리스트

 

지난 호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1위’인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꼭대기 전망대에서 경치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직접 협곡을 따라 내려가는 하이킹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왜 그 높은 곳에서 내려가서 다시 올라오냐고요? 그건 내려올 산을 왜 힘들게 올라가냐는 질문과 같을 것입니다. (^_^) 실제 바로 눈 앞에 펼쳐진 수려한 자연경관을 실시간으로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는 것과, 자기 자신의 체력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도전이 없으면 쉽지 않겠지요. 총 등산 시간은 11시간, 걷는 시간만 따지면 9시간 이상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긴 여정입니다.

 

그랜드 캐니언의 림(Rim) 트래일(Trail)은 이미 경험이 있는 현지 ATI에 계시는 한국 선후배님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가야 합니다. 사전에 체력 단련을 위한 가까운 동네 산부터 매주 연습을 하고, 안전수칙과 필요 물품, 그리고 산행 코스를 숙지하며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야 하지요. 총 일곱 명이 일렬로 줄을 지으며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등산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올라갔다가 내려오기 때문에 처음엔 체력적으로 힘이 들지만, 하산할 때는 나름 체력 소모가 적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올 수 있는데요, 그랜드 캐니언은 그와는 반대로 높은 평지에서 낮은 곳의 정점을 찍고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다시 올라와야 하는 기이한 코스로, 체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극한의 하이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무가 없고 돌이 없는 퇴적 지형의 등산로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길 정리도 잘 되어있고 사람도 많지 않아 한국의 여느 국립공원 등산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입니다. 내려가는 중간, 곳곳에 말과 당나귀과의 교배종인 노새(Mule)의 분뇨 냄새를 맡아 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하나 더 추가한다는 설렘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더군요. 섭씨 30도가 넘을 정도로 작렬하는 태양과 마른 흙먼지를 뒤집어 써가며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색다른 경험은 하이킹의 묘미입니다.

 

 

중간에 방울뱀과 다람쥐의 대치 상황, 오히려 방울뱀이 다람쥐를 피해 도망가는 장면까지, 말 그대로 ‘동물의 왕국’이었습니다. 짐을 나르기 위해 일렬로 좁은 등산로를 떼를 지어가는 노새 무리와 체력적으로 힘든 분들을 위한 노새 하이킹 등 재미있는 광경들이 연출되기도 하고요.

 

 

반환점이라 할 수 있는 콜로라도 강줄기에서 점심을 먹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이킹에 들어갑니다. 애리조나주와 인근 3개 주에 물과 식수를 대주는 콜로라도강은 실제로는 노란 흙탕물 색이라 약간은 실망감이 없지 않지만 현지 사람들도 쉽지 않은 강에 손도 담가봅니다. 이곳에는 숙박을 할 수 있는 랏지(Lodge)라는 호텔이 있는데, 상수도와 에어컨도 있어서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우스(South Rim)에서 노스림(North Rim)으로 횡단을 하려면 하루는 이곳에서 하루 숙박을 해야 하는데, 대기자만 이미 15개월이나 밀렸다고 하네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도전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출발점인 사우스림의 카이밥 트래일헤드(Kaibab Trailhead)에서 시작하여 같은 사우스림인 브라이트 엔젤(Bright Angel trailhead)로 큰 반원을 그리며 올라옵니다. 그래야 하루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는 코스지요. 올라오는 길은 그야말로 본격적인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각자 체력의 한계가 있으므로 일행과 점점 벌어지게 됩니다. 나름 체력단련을 했다고 하지만 저질 체력으로 인해 제일 후미로 쳐지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필자는 카메라 꺼낼 기력도 없어서 해 질 녁의 아름다운 광경은 그저 사치일 뿐입니다. 오직 살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끝도 없는 지그재그길로 올라가야 하는 숙명만 짋어지면서 갑니다.

 

마지막, 인디언 가든(Indian Garden)이라는 쉼터에서 마의 구간인 7.2km의 길은 그저 무념무상으로 걷습니다. 해가 이미 지고 난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와! 드디어 해냈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순간입니다. 필자를 기다려준 동료 선후배님들의 찬사를 받으며 이 맛에 그랜드 캐니언 하이킹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네요. 다음에는 림 투 림( Rim to Rim) 횡단을 해보자고요. 또 다른 이는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든 경험을 나는 두 번이나 했는데 이제 무슨 욕심이 더 있겠습니까!’라며 정중히 거절하는군요. (ㅎㅎ) 이번 호를 마무리합니다. 다음 호에서 다시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