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처럼 소중한 관계
식구처럼 다정한 존재
어릴 때는 기다려지기만 했던 5월입니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평소에 갖고 싶던 장난감을 선물 받지 않을까 두근거리기도 하고, 빨간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만들어 부모님께 달아드리면 어설픈 솜씨와 상관없이 종일 가슴에 달고 계시는 모습에 뿌듯하기도 했지요. 어른이 되어 맞이하는 5월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가정의 달에 우리는 정말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을까요?
가정의 달은 마치 ‘○○데이’라고 부르는 날들처럼 상업적으로 변모하는 느낌입니다. 포털사이트의 뉴스에 ‘가정의 달’을 검색하면 5월에 펼쳐지는 각종 행사가 빼곡해요. 특가 이벤트, 특별 할인행사, 특별 프로모션, 특별 메뉴, 특별 공연처럼 자녀들과 여기 한번 가보라고 부추기고, 부모님께 이런 걸 선물하라는 정보들이 넘쳐나지요. 올해의 트렌드는 심지어 부모님께 젊음을 선물하라는 ‘효도 성형’이라네요. 이외에도 소외된 아이들,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해 어느 물품을 기부했다던가, 5월에 직장인들의 지갑이 얼마나 얇아지는가에 대한 통계가 오갑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과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볼 겨를도 없이 경제적이고 상업적인 논리에 자연스럽게 발을 맞추는 셈이지요.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의미가 더는 크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1인 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2017년에 560만 가구를 넘었고, 2018년에 800만 가구를 돌파했어요. 1~2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요. 같이 얼굴 맞대고 살을 부비고 사는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없는데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의 의미가 마음에 쏙 들어올 리 없습니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든든한 것인지, 부모님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이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행복을 주는지, 매일 부대끼며 살지 않는 한 느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처럼 소중한 관계가 없는 건 아니지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라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식구’라는 단어에 주목해 봅니다. 식구라는 말은 보통 가족 구성원에게 쓰는 말이긴 하지만 가족보다는 훨씬 더 넓은 의미를 품었습니다. ‘이번에 우리 식구가 된 김 대리를 소개합니다.’라던가, ‘이쁜 냥이가 우리 집 식구가 되었어요!’, ‘화분을 하나 더 들여놓아 이제 네 식구가 되었습니다.’처럼 말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식구’들이 가족의 의미를 공유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듭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따뜻한 보금자리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경제적인 논리로 치환되는 가족 중심주의를 벗어나 마음을 다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떠올려보세요. 사랑하는 부모님과 아이들뿐만 아니라 집안에 온기를 불어넣는 반려동물들, 서로의 개성과 개인주의적 성향을 존중해 주는 동거인들, 혈연은 아니지만 새로운 식구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모습의 가정이 많습니다. 가정의 달은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을 더욱 포근하게 안아주는 달이기를 바라며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는 책들, 사랑스러운 책들 골랐습니다.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황선우 지음, 위즈덤하우스
매력이 넘치는 책입니다. 특별한 한 사람이 뿜어내는 매력이 아니라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의 글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독특한 무늬를 자아내며 만들어지는 매력입니다. 두 여자는 동거를 시작합니다. 사실 남자건 여자건 성별을 떠나 오랫동안 자신만의 삶을 꾸려온 타인과 합을 맞춰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여느 신혼부부들처럼 갈등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받으며 같이 살길 잘했다고 말하는 두 사람. 나답게 사는 삶을 고민한 사람 둘이,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었던 사람 둘이, 그리고 고양이 네 마리가 아옹다옹 살아갑니다. 다르게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봉태규 지음, 더퀘스트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와 함께 등장해 꽤 신선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배우 봉태규가 가족에 대한 에세이를 썼습니다. 그는 고백합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저절로 아빠와 남편이 된 줄 알았다고요. 하지만 한 가정의 구성원이 된다는 건 결혼을 하고 법적인 절차를 밟고 국가의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의 상태를 먼저 헤아려줄 수 있는지, 나의 상태를 맨 마지막에 놓아둘 수 있는지 점검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제목처럼 진지하게 읽어보세요. 봉태규라는 배우 대신에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가 보이고, 여자와 남자라는 성별을 떠나 다양한 각도에서 삶을 성찰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 가족이니까!
「세상에 이런 가족」
김별 지음, 뜨인돌
세상에는 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요즘엔 결혼한 부부가 양가의 부모님을 동시에 모시고 사는 가족은 보기 드물지요. 작가는 부모님과 함께, 그리고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와 함께 살며 벌어지는 상황들을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심지어 할머니 두 분은 치매에 걸리셨는데, 아들과 며느리를 못 알아보는 건 일쑤. 서로 대화가 잘 통하지 않지요. 이런 상황이라면 가족들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싶지만 이렇게나 쿨하고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작가는 매번 부모님 출생의 비밀(?)을 상상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여행자’ 할머니들과 웃기고도 짠한 시간을 보냅니다. 어떤 상황에 닥치든, 어떤 가족들과 살고 있든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하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렇게 내 맘 같을까?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심재원 지음, 위즈덤하우스
어떻게 하면 완벽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것에 완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요.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이기에 쓸 수 있는 말, 완벽하게 사랑한다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심하게 그려낸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육아에 지친 엄마를 위해 시작한 아빠의 기록이 어떻게 한 가정을 바꾸어 놓았는지, 어떻게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서로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귀한 선물일 수 있다는 사실도요. 함께 살고 있어도 보통의 가족처럼 느껴지지 않는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지요.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엄마와 아빠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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