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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외국 특파원

[대만 특파원] 대만 최고봉 옥산(玉山) 산행기, 1편

▲ 등산로 입구로 가는 도로변에 피어있는 갈대들


대만 내륙 중심부에 위치한 옥산(玉山, 위에싼)은 아시아권을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그 높이 만으로도 유명한 산입니다. 특히, 눈이 없는 대만에서 겨울에 눈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그 높이만 4,000m 가까이 됩니다. 높이 만큼 산세도 험하여 통제된 인원들만 등산을 허락하는데, 한국 현지 직원 중 서성태 수석이 어려운 일정을 소화하여 이렇게 사보를 통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뒤척이다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이제 새벽 2시. 앞으로 이틀간 이어질 강행군을 대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긴장을 한 탓인지 너무 일찍 일어나 버렸다. 첫 번째 집결지인 타이중으로 가는 데는 한 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고 구글맵이 알려준다. 다시 잠들까 하다가 그냥 일어나 샤워를 하고 준비를 한다. 어제 챙겨놓았던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작년 11월이었다. 옥산을 가려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고, 사실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난 그간 주워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쉽지 않을 거라 판단하고 쉽게 긍정의 답을 주었다. 옥산을 가기 위해서는 미리 신청해야 하고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한정된 인원들에게만 입산의 자격이 주어지는데, 주말에 당첨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기만큼 어렵다는 말을 들어왔던 터였다.
하지만 12월의 어느 날, 지인은 나에게 당첨소식을 알려왔고, 산장 예약, 침낭, 식사 예약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난 적잖이 당황하며 옥산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추첨의 어려움 때문인지 정보는 많지 않았고, 그나마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등의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섞여 있었다.


▲ 배운산장을 향해가는 등산로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나는 고산증과 겨울 산의 추위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옥산 정상의 높이는 3,952m, 기억을 더듬어 내 인생의 고지대들을 끄집어 내보기 시작했다. 산악기차를 타고 오른 스위스의 융프라우가 3,000m를 넘었고, 대만에서 차 타고 올라간 뒤 한 시간가량 트래킹을 한 합환산이 3,300m 정도 될 것 같았다. 100m당 0.5도씩만 계산해도 옥산 정산은 내가 사는 곳보다 적어도 20도는 낮을 터이니, 1월의 옥산은 당연히 영하의 기온일 터였다. 어쨌든 어렵다는 추첨에 당첨이 되었고 이제 와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른 새벽의 고속도로에는 구간 구간 진한 안개가 끼어 있고, 많지 않은 차량으로 약간은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타이중에 도착해 이번 산행을 같이 할 일행을 만났다. 한 명의 미국인이 낀 4인조였다. 다시 세 시간여를 달려 등산로 입구에 있는 관리사무소와 파출소에 들러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날씨는 맑고 경치는 아름다웠다. 정상 높이가 상상되지 않을 만큼 등산로는 경사도 심하지 않고 잘 관리되어 동네 뒷산을 산책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의도적이었는지 등산로는 산의 안쪽을 타고 가는 게 아니고 바깥쪽을 둘러 이어져 있어 확 트인 경치를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우리는 고산증을 우려하여 조금은 느긋하게 무리하지 않고 첫 번째 목적지인 배운산장으로 향했다. 보통은 여섯 시간을 예정하는데 우린 중간중간 휴식도 취하고 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이동하여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4시 정도에 도착했다. 다행히 우리 일행 중에는 고산증으로 고생한 사람은 없었지만, 이번 여정 중에 토하거나 코피를 흘려 놓은 자국을 보거나 고산증으로 힘들어 중간중간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배운산장 현판에 비친 따뜻한 햇볕


산장에는 이미 상당수의 외국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와서 짐을 풀고 있었다. 군대처럼 주욱 늘어져 있는 2층으로 된 침상에 슬리핑 백을 이용해 잠을 잘 수 있는 구조였다. 우리도 간단히 짐을 풀고 늦은 점심으로 산장에서 준비해준 국수를 먹었다. 이미 시장했는지 아니면 정말 맛이 있었는지 우린 순식간에 그릇을 비워냈다. 그 뒤로도 자신이 선택한 치킨이나 돼지고기 주요리를 포함한 채소가 가득한 제법 푸짐한 저녁이라든지 새벽 2시에 정상 정복을 향해 출발하기 전 제공된 국수, 정상 등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맞이하게 된 아침 식사 등 교통이 닿지 않는 산장의 음식치고는 상당히 정성스럽고 훌륭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배운산장 앞마당에 펼쳐진 석양


우리는 하산 때에 사람들이 일일이 등짐을 지고 음식을 나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식재료 준비를 위해 적어도 왕복 12시간의 길을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네 번의 음식을 위해 지불한 대만 돈 900원(약 3만 원)은 그들의 수고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었다.
서쪽을 향해 있음에도 산장에서의 해는 일찌감치 뾰족한 산봉우리 사이에 낀 운해 위로 장관을 연출하며 사라져버렸다. 모두들 사라져버린 해를 아쉬워하며 다음날 이른 정상 등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이른 취침 시간과 오래간만의 단체 취침 때문인지 한참을 잤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깼을 때 시계를 보니 9시밖에 되지 않았고 그 뒤로 수도 없이 뒤척이며 선잠을 잤다. (서성태 수석의 옥산 산행기는 다음 호에서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