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공원 놀이터에 갔다. 따뜻한 집 안에 있기만 갑갑하다고 해서 야외로 나오긴 했지만, 겨울로 막 들어서는 길목이라 바람이 차가웠다. 꽁꽁 무장시키긴 했지만 코끝에 닿는 공기는 오랫동안 노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기세였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공원매점으로 조카들을 유도했고 따뜻한 게 있을지 골라보려 했지만 어린 조카들이 마실 따스한 음료는 찾지 못하고 과자 한 봉지씩만 들고나왔다.
좋아하는 조카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 순간, 매점 옆 실외 농구장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이 이 코트, 저 코트를 넘나들며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멋진 폼은 아니더라도 친구들끼리 어울리는 게 마냥 좋은 듯싶었다. 한때 나도 농구공 하나 들고 이 코트를 자주 찾곤 했다. 먼 거리에서 던진 공이 링을 통과하여 링 그물을 출렁거리게 할 때 그 기분이 정말 상쾌했다. 비록 큰 키가 아니어서 덩크슛 도전을 할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쉽기는 했어도, 공을 쫓아 바삐 움직이면 금세 땀으로 옷이 젖곤 했다.
고등학교 친구 중에는 큰 키를 이용해 멋진 덩크슛을 해보인 적이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었다. 그리고 보면 농구가 지금의 야구 인기를 능가했던 시절도 있었다. 고아라가 주인공으로 나와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4>에서 보면 당시 연세대 농구부, 그중 이상민 선수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농구경기는 웬만한 실업경기보다 인기가 많았고,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었다. 지금 예능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서장훈까지 합세하면서 인기 최절정을 이루기도 했다.
실력과 외모를 겸비하면서 유니폼과 농구화는 불티나게 팔렸다. 더군다나 농구의 인기는 국내에 한정되지 않았었다. 아니, 농구마니아들은 미국 NBA에 열광했다. 시카고 불스를 이끌고 있었던 마이클 조던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를 했으며 그 옆을 돕는 스카디 피펜, 코트의 악동 로드먼이 삼총사로 활동하며 우승을 밥 먹듯 했다.
특히, 마이클 조던은 새처럼 공중을 날아서 한 손으로 성공시켰던 덩크슛은 두고두고 회자하였으며, 그 덩크슛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에게 ‘에어 조던’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주기에 이르렀다. 드리블할 때면 기다란 혓바닥을 내밀고 뛰는 모습은 조던의 전매특허였으며, 농구를 한다는 사람들은 한 번쯤 흉내를 내고 싶어 했다. 그렇게 인기 많았던 농구가 지금은 침체기로 접어들기는 했어도, 남학생들은 체육 시간이면 축구와 농구로 양분될 정도로 즐겨 한다. 주말이면 농구장 하나 들고 물병 하나 옆에 끼고 나 홀로 농구 하러 왔다가 “함께 한 게임 하시지요?”라는 제안에 함께 어울려 게임을 하는 경우도 요즈음도 빈번하다. 많은 체력 소모와 함께 순발력 민첩성이 필요하며 정확한 타이밍까지 고루 갖추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농구는,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좋아하는 스포츠로 남을 거 같다.
여전히 신나게 뛰고 있는 학생들의 힘찬 목소리를 뒤로하고, 조카들이 감기에 걸릴까 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따스한 봄이 되면 나도 새 농구공을 장만해야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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