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계속) 산책로 밖으로 빠져나오니 그림과 같은 풍경이 또 펼쳐진다. 계곡의 물이 어찌나 맑던지. 저 멀리 보이는 풍경도 너무 시원시원하다. 여름철이라 계곡에서 물고기도 잡고 래프팅도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던데 우리 가족은 아쉽게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차를 몰고 계곡에서 조금 멀리 벗어나면 이런 멋진 뷰 포인트가 나온다. 이름하여 터널 뷰(Tunnel View) 포인트. 터널을 빠져나오면 바로 이런 광경이 펼쳐져서 그렇게 불리나 보다.
왼쪽이 엘케피탄(El Capitan), 오른쪽 폭포가 브라이달 베일(Bridal Veil, 면사포) 폭포, 그리고 저 멀리 안쪽에 하프돔이 살짝 보인다. 참고로 왼쪽에 보이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 바윗덩어리 엘 케피탄인데, 암벽 바닥에서 정상까지 수직 높이가 910m나 된다고 한다. 전 세계 암벽 등반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바위산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어려운 코스 중 하나라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길게는 5~6일 동안 암벽을 올라야 정상에 닿을 수 있다고 하니 그들의 대담함에 절로 할 말을 잃는다. 차를 몰고 면사포 폭포에 들러 물벼락도 맞아보고, 주차장에 오던 길에 누렁이 개를 만나 쓰담쓰담 해주기도 하였다.
차로 한 바퀴 돈 후에 비지터 센터에 들러 아이들 레인저스 프로그램에 참여해본다. 요세미티의 여러 명소를 방문해보고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면 요세미티 레인저스 배지를 무료로 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요세미티에서는 정말 많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족들이 즐기기 딱 좋은 곳인데 시간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어보기만 한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요세미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각종 체험활동에 대한 안내가 있으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우리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공원을 빠져나와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전, 중간 숙소에 들른다.
실패한 적이 없는 Holiday Inn Express. 방도 생각보다 널찍하고 깔끔했다.
아침과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서, 저녁은 주변 맛집을 찾아보기로 한다. 직원이 추천하는 스테이크 하우스로 들어가 보았다. 낯선 시골 마을에서 내비게이션에 의지해서 찾아간 곳인데 이상하게 손님이 없어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내부는 깔끔했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니 글쎄 ‘엘케피탄 스테이크’가 있는 것이 아닌가. 가격도 착하고 설명도 기가 막히다. “이보다 더 두꺼울 수는 없다.”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 엘케피탄 스테이크를 맛봐야지!
조금 기다리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두꺼운 스테이크가 나왔다. 고기가 질길 줄 알았는데, 정말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맛있게 구워졌다. 대체 이걸 어떻게 요리한 건지. 삶았을까, 구웠을까.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엘케피탄은 해체되어 우리 가족의 뱃속으로 사라졌으니 말이다.
와인도 없으면 아쉬우니 레드와인을 한 잔과, 아이들을 위한 메뉴로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우연히 찾아가게 된 맛집! 이런 게 바로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내일은 이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일정이 이어진다.
WRITTEN BY 정형근
틀에 박힌 패키지여행보다는 치밀한 준비로 패키지와 비슷한 유형의 자유여행을 직접 기획하고 여행하면서 겪었던 추억과 노하우를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가족들과 평생 잊히지 않을 멋진 추억여행을 계획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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