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나무의 군락지 마리포사 그로브를 둘러보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요세미티를 상징하는 하프돔을 볼 수 있는 글레시어 포인트(Glacier Point)다. 산 위를 향해 끝도 없이 구불구불 나 있는 도로를 한참 올라가다 보면 주차장이 나오고, 조금 위로 걷다 보면 이런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진다. 먼 옛날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 와 바위를 저렇게 깎아 놓았다는데, 믿어지질 않는다. 엄청난 자연의 힘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진 저 안쪽까지 생긴 계곡이 빙하가 흘러나와 깎아서 형성된 것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줌으로 당겨 찍어 더 가까이 보면, 날카로운 칼로 수박 쪼개듯 화강암 돔을 반으로 쪼개 놓은 모습 같다.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침 국립공원 직원이 나와 하프돔과 요세미티 공원에 관해서 설명을 해준다. 원어민 발음이라 알아먹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 모두 경청을 하였다. 절반도 이해를 못 한 듯하다. (^_^)
이제 어둠이 내리기 전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운영하는 숙소로 떠난다. 참고로, 여름 성수기 때 요세미티공원 내 숙소를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LA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람들이 여름 휴가지로 첫손에 꼽는 곳이 요세미티이고, 공원 밖 숙소에서는 1시간 30분 넘게 운전을 하고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공원 내 숙소가 인기가 높다. 필자도 서부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을 했던 숙소가 요세미티였다. 여행 시작 1주일 전까지도 요세미티 숙소만은 미정인 상태여서 초조했다.
원하는 날짜에 요세미티 내 숙소는 이미 풀 부킹이 되어있는 상황이었는데, 미국 여행 출발 며칠을 앞두고 행운이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요세미티 내 숙소의 경우, 예약했던 날 1주일 전까지 취소(cancel)하지 않으면 환불이 안 되는 조건이라 날짜에 닥쳐서 급하게 취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정보를 읽어서 그랬는지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진 것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를 켜고 요세미티 숙박예약 사이트에 접속하여 확인해보니 정말 누군가 취소한 방이 딱 하나 나와 있었다. 클릭 신공으로 냉큼 예약에 성공한 그 기쁨이란! 그렇게 어렵게 예약한 숙소를 향해 올라왔던 산길을 다시 내려가는데 저 멀리 해가 진다.
해는 금방 뚝 떨어지더니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완전 어두워진 후에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 전에 주의사항을 확인했는데, 요세미티 공원에는 야생 곰들이 많고, 특히 차 안에 음식을 남겨놓으면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숙소 키를 받으려고 들른 관리소 TV에 비디오가 나오고 있는데 글쎄 사람만 한 곰이 차를 흔들고 유리창을 깨고 차 안으로 들어가 먹을 것을 꺼내 먹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 우리 차에 아이들이 과자 같은 거 먹다가 많이 흘린 것 같은데 어떡하지. 걱정이 태산 같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선지 주차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 숙소에서 좀 멀리 떨어진 어두운 곳에 주차해야 했다. 너무 어두워서 진짜로 곰이 나와서 덮칠 것만 같아 서둘러 짐을 내리고 숙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집사람이 뭘 놔두고 왔다고 차로 다시 갔다 오란다. 아, 이런. 곰이랑 마주칠까 봐 얼마나 무서웠던지. 아빠 체면에 못 간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도 없어서 혼자 다시 갔다 왔지만 새까만 밖의 어둠이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새끼가 있는 어미 곰을 만나 도망치다가 물려 죽은 사람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곰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컸다.
다음날 아침, 또 습관처럼 새벽같이 눈이 떠진다. 혼자 밖으로 나가 숙소 주변을 둘러본다. 멀리 폭포도 보인다.
우리 가족이 하룻밤을 지낸 랏지가 잘 드러나지 않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침을 먹고 공원 구경에 나서 본다. 이른 시간인데 벌써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순환 셔틀을 타면 요세미티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우리는 비지터 센터에서 자전거를 빌려 주변을 둘러보기로 한다. 안전을 위해 헬멧은 필수!
자전거를 타고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이러한 자전거 전용 도로가 쭉 나 있다. 저 멀리 보이는 하프돔. 마음 같아서는 저 끝까지 가보고 싶었으나 시간 관계상 사진만 찍고 돌아와야 했다.
저 위에 멋있는 폭포도 보인다. 어떻게 저 높은 바위산 꼭대기에서 저런 많은 양이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차를 몰아 요세미티 곳곳을 누벼본다.
폭포를 향해 가보니 또 이렇게 많은 돌탑 무더기가 있다. 각자의 소원을 담아 쌓은 돌탑들. 어느 나라를 가나 돌탑은 존재한다. 둘째는 나무와 돌을 이용해서 생각보다 어마무시하게 큰 탑을 쌓았다. 나중에 건축가가 되려나.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 바위인 엘 케피탄도 구경하고,
그 주변으로 나 있는 산책길을 걸어본다.
산책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관리소 보안관들이 나타나 어미 곰과 새끼 곰들이 저 계곡 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니 주의하라고 한다. 아, 또 곰이다. 곰이랑 맞닥뜨릴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정신없이 걸어 산책길을 빠져나와야 했다. 그런데 가다가 이런 뼈다귀를 발견하고는 곰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이거 곰이 먹다 버린 뼈 아닐까? (다음 호에 계속)
WRITTEN BY 정형근
틀에 박힌 패키지여행보다는 치밀한 준비로 패키지와 비슷한 유형의 자유여행을 직접 기획하고 여행하면서 겪었던 추억과 노하우를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가족들과 평생 잊히지 않을 멋진 추억여행을 계획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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