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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대만 특파원] 대만 겨울의 시작과, 열기가 더해가는 지방선거

by 앰코인스토리 - 2018. 11. 27.

이곳 대만도 겨울이 있습니다.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는 북부 지역에 있어서 겨울에는 10도 이하로도 내려가곤 하는데, 그때는 추위에 얼어 죽는 동사자가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 10도에 동사자가 웬 말이냐고 하겠지만, 습습한 대만의 겨울과 그 겨울비를 아는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하는 일입니다.

 

▲ 빠리에서 보는 단수이 풍경

 

▲ 빠리의 늪지

 

▲ 빠리 해안가의 요트 풍경

 

위의 사진은 대만 북서부 쪽의 유명한 관광지인 단수이(淡水, dànshuǐ)와 빠리(八里, bālĭ) 지역의 풍경들입니다. 단수이는 淡水라는 중국어로, 산에서부터 이어지는 하천들이 바다와 만나는 지역으로 대만의 베니스라고 불리며 석양이 유명한 곳입니다. 전에 소개한 적 있는 주인공 주걸륜(周杰伦)의 피아노와 여주인공의 순수함을 잘 표현한, 대만의 유명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不能说的秘密, bùnéng shuō de mìmì)>의 주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유명세와 단수이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유명세와 다르게 겨울에는 잦은 비로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단수이 너머에는 빠리라고 불리는 또 다른 관광지가 있는데요, 이곳은 대만 사람들도 자주 오는 곳으로 자전거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캐나다의 유명한 잉글리시 베이(English Bay)를 느끼게 하는 멋진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이 역시도 차가운 바람이 부는 추운 지역으로 변해버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 단수이에서 빠리로 이동하는 페리에서의 단수이 풍경

 

대만의 겨울이 늘 추운 것만은 아니지만, 습도가 높은 겨울이 생각보다 추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 추위를 덮어줄 열기가 대만 곳곳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바로 ‘지방선거’입니다. 이번에 펼쳐지는 지방선거는 도지사(대만에서는 현(縣)이라 함)와 시장선거가 주된 관심사이고, 도위원, 시위원, 그리고 이장까지도 선거로 다시 뽑게 됩니다. 타이베이의 시위원은 지역으로 다시 구분되는데, 장장 20명 이상의 후보가 있는 곳도 있답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의 시장이 가장 큰 관심사이듯, 대만도 지난 선거에서는 타이베이 시장이 초반 지명도 열세를 뒤집고 의사가 당선되었다. 그 배경에는 젊은 지지세력의 SNS가 한몫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올해는 관심이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의 제2 도시인 가오슝으로 옮겨갔습니다. 공교롭게도 유명해진 가오슝시장 후보의 이름이 한국유(韓國瑜, 한궈위)입니다. 가오슝은 우리나라 부산처럼 남부에 있는 도시로, 집권당인 민진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매우 많은 곳입니다. 여당인 국민당에서 소모성 후보로 낸 한궈위가 그의 독특한 언변과 이미지로 유명해지면서 젊은이의 지지로 오히려 집권당인 민진당 후보를 앞서는 상황입니다. 타이베이의 시위원 후보 중에는 이러한 한궈위의 유명세를 이용하는 예도 있었습니다.


토요일 투표 후 결과가 나왔네요. 한궈위가 현격한 차이로 당선되었습니다. 20년 동안 지켜온 민진당 아성을 무너뜨린 이유로 경제 문제를 꼽습니다. 파인애플, 바나나 등이 주 과일 농작물인데 현 집권당인 민진당의 독립정책으로 중국으로의 판로가 끊기고 여행객도 없어 제2 도시인 가오슝의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기에 중국과 친화적인 국민당과 신인 시장 후보라는 캐릭터가 만나 압승을 거두는 이변을 만든 것이지요.

 

 

▲ 투표 결과를 지켜보는 야외무대

 

또한, 하나의 해프닝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특이한 점은, 투표와 더불어 국민여론조사를 동시에 시행한다고 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동성결혼은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하는 내용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청원 같은 절차를 투표와 연결 지은 것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국회에 정책논의 대상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실제 투표 때는 이 여론 조사 때문에 투표 시간이 길어져, 특정 지역은 마감 시간 4시 이후에도 투표를 못 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또한 투표가 개표되는 해프닝도 생겼습니다. 타이베이 시장 후보들은 그야말로 박빙으로 경쟁했습니다. 결국, 3천 표 차로 기존 무소속의 커 시장이 당선되었지만, 결국은 진띵 시장 후보가 재검표를 요청했고, 또한 투표자가 기다리는 시간에 개표가 진행된 점을 유감으로 표시하였다고 합니다.

 

 ▲ 타이베이 시장 후보 간 간발의 차이

 

어느 나라든 선거는 항상 후끈합니다. 대만 지방선거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그리 시끌시끌하지는 않지만, 대만의 습습한 겨울을 이길 정도로 열기는 충분합니다. 부디 모든 사람이 만족할 만한 좋은 선거 결과이길 바랍니다.




WRITTEN BY 유민

강자에 대한 겸손은 의무, 동등한 사람에 대한 겸손은 예의, 약자에 대한 겸손은 숭고함이다. - 李小龍 / 겸손하게 대만문화를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