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우와 직녀가 나오는 고구려 덕흥리의 고분 벽화
사진출처 : 네이버 지식 백과
이번 호에는 짧은 고사로써 누구나 다 아는 ‘견우직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 내용에서는 역시 대부분 알고 있기에 여기서는 그 견우직녀 설화의 발생과 전승, 그리고 그에 따른 몇몇 문인들의 시를 통해 자신이 언급하고자 한 바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견우직녀(牽牛織女) 설화의 발생과 전개
전설의 견우와 직녀는 독수리 별자리의 알타이(Altair) 별과, 거문고 별자리의 베가(Wega) 별을 가리키는 것으로, 원래 은하수의 동쪽과 서쪽의 둑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두 별은 태양 황도상의 운행 때문에 가을 초저녁에는 서쪽 하늘에 보이고, 겨울에는 태양과 함께 낮에 떠 있고, 봄 초저녁에는 동쪽 하늘에 나타나며, 칠석 때면 천장 부근에서 보게 되므로 마치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동양에서는 이 두 별을 삼성(參星)과 저성(氐星)이라고 불렀습니다. 최초로 중국 문헌에 보이는 것은 『詩經』의 「小雅•大东」에 언급된 것인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維天有漢, 監亦有光。跂彼織女, 終日七襄。雖則七襄, 不成報章, 睆彼牽牛, 不以服箱。
이처럼 간단한 글귀가 춘추전국 시대가 지나고 한대 및 위진남북조 시기를 거치면서 그 내용이 좀 더 구체적이면서 현재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완정(完整)한 견우직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견우직녀의 이야기가 최초로 전해진 것은 고구려 시대라고 보는데, 그 근거는 덕흥리 고분벽화의 ‘견우직녀도’를 통해 유추한 것이며, 문헌상 구체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고려말 공민왕 때라고 합니다. 특이 이 당시 견우직녀를 소재로 한 시들이 상당히 유행하였다고 전해집니다.
2. 시문 속에 나타난 견우직녀 이야기
이미 예상할 수 있겠지만 견우직녀 이야기를 자신의 시문에 언급한다는 것은 일종의 스스로 내면에 있는 연정에 대한 번민의 감정을 은밀히 표현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몇몇 시를 접해 보았는데 그중에 가장 걸작이라고 느끼는 시를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고려 후기의 문신인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의 <칠석(七夕)>이라는 시의 내용입니다.
天敎此夕一團欒 하늘은 오늘 저녁 한 번만 만남을 허락했네
鵲橋已恨秋波遠 오작교는 은하수가 요원함을 한탄했지만
鴌枕那堪夜漏殘 원앙 베개엔 밤새 눈물 자국만 남는구나
人世可能無聚散 인간 세상에 모이고 헤어짐이 없을 까마는
神仙也自有悲歡 신선도 역시 슬픔과 기쁨이 있는 것을
猶勝羿婦偸靈藥 예의 아내 영약을 훔쳐 마시고
萬古羈棲守廣寒 만고에 홀로 광한궁 지키는 것보다야 낫겠지
이제현을 깊이 조사한 바가 없어 본 시의 저작 배경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신선으로서 견우직녀가 칠월칠석 한 번의 만남이 비록 애절하다 하더라도 인간 세상 또한 만나고 헤어짐이 있으며, 영약을 훔친 예(羿)의 아내가 영원히 홀로 달에 있는 광한궁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 천만다행이라는 내용입니다. 즉,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정해진 날 만날 수 있으니 영원한 이별에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뜻일 것입니다.
참고로, 시에 언급된 예의 아내가 달에 있는 광한궁에 갇히게 된 연유를 살펴보면, 중국 전설에 활의 명수인 예가 옥황상제의 미움을 받아 인간 세상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예의 아내 항아(姮娥)도 함께 귀양을 가게 되었는데, 예는 서왕모를 찾아가 한 개 먹으면 불로불사, 두 개를 먹으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약을 두 알 구해옵니다. 하늘로 돌아가고 싶은 항아는 예가 잠자는 사이에 약 두 알을 훔쳐 전부 먹어 버렸습니다. 항아는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지만, 욕심의 대가로 벌을 받아 달에 갇혀 혼자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일순 오작교(烏鵲橋)에 대한 의문이 생김을 숨길 수 없습니다. 즉 ‘까마귀와 까치가 놓은 다리’라는 의미인데, 왜 하필 다른 새도 아니고 그들에게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임무를 맡기게 되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두 조류의 생태가 무리를 지어 활동하기 때문에 연결 지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호에서 언급한 ‘삼족오’의 내원(来源)처럼 고래(古來)로부터 까마귀는 길조로 여겨졌기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이 됩니다.
여기에 칠월칠석 즈음에는 공교롭게도 그 머리가 벗어지는데 그 이유가 견우와 직녀가 발로 밟고 지나갔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연결하면서 이야기의 긴밀성이 더해지게 되었는데, 까막까치가 견우직녀와 연결된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훨씬 복잡한 배경이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견우직녀 이야기에서의 까막까치는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견우직녀의 만남은 있을 수 없으며, 1년에 한 번 만나는 애절함, 즉 이야기가 갖추어야 할 극적임이 없어 결코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역할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조선 중기 이경석(李景奭, 1595~1671)의 시를 보겠습니다.
烏鵲成橋雨浥塵 까막까치 다리 놓고 비는 먼지를 적시네
莫怨年年纔一渡 해마다 한 번씩 건너는 것 원망하지만
世間無限別離人 세간에는 기약 없이 이별하는 사람도 있다오
앞서 언급된 이제현의 시와 내용이 유사하면서 까마귀와 까치의 역할이 좀 더 소상히 나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위의 시에서 “까막까치 다리 놓고 비는 먼지를 적시네”의 칠석날을 기점으로 내리는 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칠석 전날에 내리는 비를 세거우(洗車雨)라고 하는데 ‘수레를 씻는 비’라는 뜻으로, 서로 만나기 위해 타고 갈 수레를 깨끗하게 씻는다는 의미는 남녀가 만나기 전 단장하면서 느끼는 일종의 설렘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칠석 다음 날 내리는 비는 쇄누우(灑淚雨)라고 하는데 ‘눈물을 뿌리는 비’라는 뜻으로, 또다시 생이별을 해야 하는 직녀의 애절함이 담긴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는 의미이겠습니다.
앞의 두 시의 결론을 유추해보면, 결국 견우직녀의 1년에 한 번의 고정적인 만남은 결코 불쌍히 여길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인간 세상에는 바라만 볼 수 있을 뿐 만날 수 없으며, 영원히 가까이할 수 없는 인연이 더 서글프고 아프다는 것을 역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옥봉 이씨(玉峰 李氏)의 시에는 그런 감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不比浮生有別離 인간 세상의 이별과는 비할 바가 아니라네
天上却成朝暮會 하늘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모이는 것을
人間謾作一年期 사람들은 부질없이 일 년에 한 번 만난다 하네
참으로 맞는 말인 듯합니다. 일평생 길어야 칠팔 십인데, 1년에 한 번 만남이 영원토록 계속된다면 어찌 그 1년이 인간 세상의 1년에 비할 바이겠으며, 이는 오히려 매일 만난다 하여도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닌데, “뻔히 바라보아도 만나 보긴 어려울 터”라는 표현이 사무치게 다가옴을 느낍니다.
지괴소설집 <수신기>에도 견우직녀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나, 유사하거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비슷하여 언급하지 않았으며, 이번 호까지 중국 지괴소설을 마무리하고 다음 호에는 지괴소설이 소설로써 좀 더 발전한 단계인 전기소설(傳記小說)을 작품과 함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기억해두기
《단어》
词语(어휘) : 牽牛織女
拼音(병음) : qiānniú zhīnǚ
《예문》
指牵牛星, 织女星。亦指古代神话中的牛郎, 织女。
zhǐqiānniúxīng, zhīnǚxīng。Yìzhǐ gǔdài shénhuàzhōngde niúláng, zhīnǚ。
견우성과 직녀성을 지칭한다. 또 고대 신화 중의 소치는 목동과 직녀를 지칭하기도 한다.
牽牛織女를 풀이해보면 牽牛는 소를 끈다는 뜻이고, 織女는 베를 짜는 여자라는 뜻인데, 중국에서는 나중에 牽牛가 牛郎으로 바뀌어서, 현재 우리가 쓰는 牽牛織女가 아닌 牛郎織女로 쓰입니다.
WRITTEN BY 송희건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
“군자는 배움으로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로써 인의를 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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