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요즈음, 앰코인스토리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무더위에 대처하고 있는지요? 최근에 일본은 폭염 속 학교에서 야외활동을 하고 돌아온 초등학교 1학년생이 더위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어서, 학교장이 나와서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국도 무더위로 고생하고 계시는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만, 무더위에 건강 해치지 않도록 평소 건강관리와 수분섭취에 주의하세요.
자, 이번 호에서는 일본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서 빠지지 않는 오벤토(도시락)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도시락과 술을 놓고 꽃놀이를 즐기는 에도 시대 사람들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우선 ‘오벤토’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접두어인 ‘오’와 ‘벤토’가 합쳐져서 오벤토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일본어에서는 단어 앞에 붙이는 접두어로 ‘오’와 ‘고’가 있는데, 한자어의 일본어 앞에는 ‘고’를 붙이고, 순 일본어 앞에는 ‘오’를 붙여서 사용하는 것으로, 별다른 의미는 없으나 단어를 예쁘게 꾸며주는 말이라 하여 미화어(美化語)라고 불립니다.
일본에서 오벤토는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동네 어느 슈퍼나 편의점을 가도 예쁘게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직장인들이나 혼자 사는 1인 가족, 특히 일본은 가족을 지방에 두고 도시에서 단신 부임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런 분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상품이 되었습니다. 한국도 요즈음은 편의점에 가면 일본처럼, 아직은 다양하지 않지만 많은 도시락 제품들이 있더군요.
오벤토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헤이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네요. 당시 ‘돈지끼(とんじき)’라는 주먹밥 외, ‘호시이-(乾飯)’라는 조미건조된 쌀을 휴대용 식량으로 사용하였는데, 호시이-는 쉽게 부패하지 않고 작은 용기에 넣어서 휴대해서 먹을 수도 있고, 또는 이것을 물에 넣고 익혀서 먹기도 했습니다. 이후 전국 시대와 아즈치모모야마 시대를 거쳐 오늘날의 오벤토의 형태로 자리 잡았으며, 시대의 생활상을 가미하여 메이지 시대에는 에키벤까지 나오게 됩니다.
오벤토의 종류를 살펴볼까요?
히노마루(日の丸) 도시락
백반 중앙에 우메보시 하나 올려놓은 것으로 일본 국기인 일장기를 본뜬 도시락. 가장 간단한 도시락 중 하나.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마쿠노우찌(幕の内) 도시락
백반과 몇 가지 반찬을 세트로 한 도시락으로, 가장 역사가 깊음.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노리(海苔) 도시락
밥에 김을 덮어놓은 도시락으로, 생선튀김 등 반찬이 곁들여져 있어 가격이 저렴하여 일반적인 도시락.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쇼카도(松花堂) 도시락
일본 정식요리를 간편하게 벤토화한 것으로 도시락 용기를 십자가로 분할하여 도시락에 다양한 요리를 넣은 것으로 일반적으로 접대용으로 사용함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오키나와(沖縄) 도시락
밥 위에 여러 가지 튀김이나 볶음요리를 올려놓은 스타일로, 음식이 부패하기 쉬운 오키나와 날씨를 반영한 것으로 맛도 진하고 칼로리가 매우 높다.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위의 종류와는 별도로, 실제 일본의 편의점과 슈퍼의 오벤토 종류를 보면 정말 다양합니다. 각양각색의 일본와식의 오벤토부터 이탈리안 파스타는 기본이고, 레자니아, 중화요리, 일본우동, 카레, 일본라면, 하얀 쌀밥에 튀김을 얹은 돈부리, 스시, 주먹밥, 샐러드도 가지가지, 요즈음은 여름이라 계절에 맞게 장어덮밥 오벤토도 보이네요.
특히, 아침 9시 전후로 가면 그날의 신선한 오벤토를 만날 수 있으며, 오후 8시경에 가면 그날 팔고 남은 오벤토를 2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일본의 오벤토는 대부분 그날그날 소비를 하므로 신선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살아도 불편함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1인 가구가 어느 나라보다 많은 것 같네요.
▲ 요코가와역의 에키벤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또한, 일본 하면 철도가 많이 발달하여 교통환경에 맞춰서 발달한 ‘에키벤(駅弁)’도 있습니다. 에키벤은 철도역이나 열차 내에서 판매하는 오벤토로, 각 지방의 특색을 반영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필자도 출장 때면 역에서 벤토를 사서 열차 안에서 먹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출장지에서도 보통은 오벤토를 준비해서 주기 때문에 각 지역에 출장을 다니다 보면 그 지역의 특산물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 역에 있는 오벤토 가게
▲ 필자가 먹어본 출장지에서의 오벤토
▲ 편의점 오벤토 사진
오벤토라고 하면, 가정에서 만드는 오벤토도 있지요! 5년 전, 일본 영업에서 같이 근무하는 일본인 친구로부터 들은 말입니다만, 딸의 벤토를 위해 두 시간 넘게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서 보냈다며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줬는데요, 정말 아기자기하게 그림을 그려 놓은 느낌이었네요. 인터넷에서 오벤토 사진을 보면 제가 어렸을 때 가지고 다니던 도시락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예술작품 같은 오벤토가 많더군요. 아무튼 오벤토의 기본 목적이 한 끼의 행복이니, 정성으로 만든 오벤토를 보면서 행복해지고 영양까지 만점이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오벤토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앰코인 여러분. 무척 무더운 여름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 드시고 스트레스를 날려보세요.
WRITTEN BY 유행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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