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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이야기] 서지마의 사랑

by 앰코인스토리 - 2018. 6. 21.

《相思夢》

相思相見只憑夢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儂訪歡時歡訪儂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도 나를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오가는 그 길에서 우리 함께 만나기를.

[주석] 장만식, 《황진이의 작품 속에 내재된 트라우마와 욕망 탐색,》 p.42.


林徽因 (中国建筑师、诗人、作家、教师)

사진출처 : 바이두백과 百度百科


서지마(徐志摩, 1897~1931)는 낭만시인, 풍류시인으로 불리는 중국의 20세기 초 인물입니다. 임휘인(林徽因)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하여 그녀와의 뜻한 바는 이루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본처와 이혼을 하였으며, 또 결국에는 남편이 있는 여인과 재혼하게 되는, 이른바 ‘사랑’에서는 상당히 곡절이 많은 인물이라 하겠습니다. 그는 유복한 가정환경의 요인도 있었지만, 일찍이 학업에 깊은 뜻이 있어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하였는데, 그 당시로써는 동서의 지식을 두루 섭렵한 상당한 지식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그의 내면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부되는 아픔 즉, 자기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조금은 모순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 임휘인(林徽因, 1904~1955)을 보고 첫눈에 반하다 (一见钟情)


1920년 서지마가 스물세 살이었고 런던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임휘인의 아버지인 임장민의 초대로 집에 가게 되는데 임휘인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맙니다.


임휘인과 서지마가 서로 알게 된 때는 임휘인이 막 16세가 되던 해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임휘인이 막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한 아리따운 나이였으니! 그 날밤 서지마는 임장민의 초대를 받고 방금 전에 임씨의 집에 도착한 참이었습니다. 임장민은 위층으로 고개를 돌려 부르는데, “휘인아, 빨리 내려오렴, 손님이 오셨단다!” 하니, “알겠어요, 곧 내려가요”하는 맑고 깨끗한 음성의 대답과 함께, 계단에서 “또각또각”하는 힐 굽의 바닥 닿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마치 한 가락의 우아한 노래가 계단을 따라 굴러 내려오는 듯하였습니다. 계단을 내려서니 그녀의 흰색 치마가 바람에 하늘거렸습니다. 서지마는 고개를 돌려 큰 두 눈을 뜨니, 마치 천상의 선녀를 본 듯, 눈동자도 움직이지 못하고 임휘인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자료출처 : 民国美女林徽因 一个不食人间烟火的女子 百科TA说


그로부터, 서지마와 임휘인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첫 만남에서 알 수 있듯이 서지마는 이미 임휘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황이고, 임휘인은 사랑의 감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존경하는 마음으로 서지마에게 호감을 표명하였습니다. 결국 서지마가 임휘인에게 고백을 하게 되는데, 이에 임휘인은 우선 현재의 부인 “장유의(张幼仪)와 이혼을 하고 오면 받아주겠다.”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당시 아직 미성년이었던 임휘인이 이런 말을 실제로 서지마에게 했다 안 했다의 의견이 분분한데, 어찌 되었든 서지마는 본처인 장유의와 다음 해에 결국 이혼하고 맙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이 자기 뜻대로 되면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일까요. 이 사실을 안 임휘인의 아버지 임장민은 서지마에게 실망하고 그에게 귀국 사실도 알리지 않은 채 임휘인과 귀국합니다. 임휘인의 귀국 사실을 나중에 안 서지마는 박사과정도 포기한 채 뒤따라 귀국하여 임휘인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의외로 싸늘하게 거절합니다.

여기서 둘의 이런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 사랑의 배경이 있는데, 먼저 서지마와 장유의의 결혼은 집안의 정략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가 서양문화를 접하면서 자유연애를 간접 경험하였고, 이에 대한 실행이 장유의와의 이혼과 임휘인과의 재혼이었습니다. 역시, 임휘인도 서지마에 대하여 약간의 사람의 감정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로부터의 현실 인식은 자칫 자신이 한 가정을 파괴한 파렴치범 정도로 세상에 인식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스스로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객관적인 판단하기에는 너무 어렸습니다.


林徽因 (中国建筑师、诗人、作家、教师)

사진출처 : 바이두백과 百度百科


2. 相思夢 (꿈속에서라도 볼 수 있다면)


그러나 서지마는 이런 싸늘한 그녀의 변화에 결코 의지를 쉽게 꺾지 않았습니다. 이에 임휘인도 서지마가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냉대했으며, 결국 1924년 아버지가 정해준 양사성(梁思成, 梁启超의 아들)과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곧 떠나는 임휘인과의 짧은 만남과 그 헤어짐으로 인한 단장(斷腸)의 애끓는 눈물을 흘리는 서지마.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이를 본 그의 친구는 서신이라도 전달해주마 말하는데, 다음은 그 내용입니다.


나는 진정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미 수차례 붓을 들어 쓰려고 하면, 매번 완성하지 못하니. 요 며칠 머리가 어지럽고 몽롱한 것이 눈을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엊그제 저녁의 모호한 달빛만 보이고, 우리가 원치 않았던 이별의 차량을 비추면서 천천히 거친 들판으로 사라져 가는군요. 이별! 어떻게 나에게 믿으라는 것인지요? 생각하면 바로 아파지겠지요. 이렇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누가 좀 끊어주었으면? 눈앞이 또 암흑으로 변하는군요.

[주석] 王树荣, 《林徽因徐志摩的人间真情》, p.17.


나중에 임휘인도 호적(胡适)을 통해 고백한 바 있지만, 그녀 스스로 당시에는 너무 어렸고, 그래서 서지마의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냉대한 것을 이해해 달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인이 되고 보니 당시의 서지마의 자신에 대한 사랑이 진심이었으며, 그때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의 감정은 그 범위가 모호하여 오히려 성인 이전의 순수함이 성인이 된 후에는 이성에 묻혀 변질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어쩌면 두 사람 사이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결과적으로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회자하고 있는 원인인 듯합니다. 1931년 이미 양사성과 결혼하여 딸도 하나 있는 임휘인이 병으로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서지마는 열 일 제쳐 두고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미련의 끈을 놓지 않았으며, 늘 마음 한구석에 아리도록 간직하고 있던 사랑에 대한 안위를 확인코자 떠난 그 설레는 여정이 안타깝게도 그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서지마를 태운 비행기가 도중에 기상 악화로 추락하여 34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이에 임휘인은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대성통곡하였습니다. 나중에 임휘인이 서지마와 케임브리지에서의 추억을 시로 표현한 것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그날 밤 나의 배는 강 한가운데로 밀려갔다네. 영롱한 쪽빛 하늘엔 빼곡한 별이 널려 있었지.

그날 밤 너의 손은 나의 손을 이끌었고, 아득한 밤의 별은 겹겹의 우수를 잠재웠다네.

그날 밤 너와 나는 서로의 마음을 정하고, 삶의 방식을 이해하였네.

지금도 나의 배는 여전히 바다를 표류하고, 가냘픈 돛대는 수시로 파도 바람에 흔들리네. 

지금도 태양은 내 뒤에서 배회할 뿐, 층층의 음영만 내 주위를 지키는구나.

지금도 나는 아직 그날 밤의 하늘을 기억하니, 별빛, 눈물, 온통 끝없이 빛나던 강변의 모습도.

[주석] 高文翔, 《无辜的爱, 幸运的诗——林徽因与徐志摩的爱情经历及爱情诗写作》, p.55.


현실적으로 보면 분명 둘 간의 이런 교감은 결코 도의적으로 용납이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자는 「孔子家語」「禮運」에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何謂人情? 喜怒哀懼愛惡欲七者, 不學而能.” : 도대체 인정, 즉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무엇이냐? 그것은 기뻐하고, 노여워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증오하고, 욕심내고 하는 일곱 가지 감정인데, 이것은 인간이 배우지 않고서도 매우 잘하는 것이다.

[주석] 도올 김용옥, 『중용 인간의 맛』, 통나무, 2018, p.79-80.


사랑은 단지 이런 칠정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배우지 않고도 잘하는 이런 감정은 다른 말로 이해하면 본능인 것인데, 그 본능을 스스로 구속하면서 사는 것이 현실 사회입니다. 서지마의 임휘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 역시 당시 사회적 도의를 떠나 단지 본능적인 감정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임휘인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생긴 감정이었으며, 이미 그의 마음에는 세속의 관념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습니다.

“남자는 사랑이라는 명분 앞에서 가끔은 과한 대가를 치를 만큼 맹목적이 될 수 있다.”라는 말처럼 또, 황진이의 相思夢 중의 내용처럼 꿈에서라도 해후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감정과 또, 현실 앞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의 고뇌는 우리들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결코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라고 보며, 오히려 동병상련의 감정까지 느껴집니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영혼은 없습니다. 그 속에서 욕망하지 않는 인간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삶이 끝나는 날까지 수많은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혹은 그 과정에서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받게 됩니다. 자신과 상대의 비교를 통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자신과 상대를 통해, 미성숙한 자신과 상대를 통해 상처를 주고받게 됩니다. 이러한 것들이 한편으로는 인격 장애를 갖게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인격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즉 부정적인 영향 관계일 경우도 많지만, 긍정적인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결국 상처와 그 속에서의 욕망의 지향은 그 상처를 스스로가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인격적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주석] 장만식, 《황진이 작품 속에 내재된 트라우마와 욕망 탐색 》, p.37.


본문의 내용과 부합되는 듯하여 영화 노팅힐의 OST인 <She>의 URL을 공유합니다.



이상으로 서지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으며, 다음 호에는 산해경의 흥미 있는 이야기로 소설로서의 신화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기억해두기 


《단어》

词语(어휘):一见钟情 (유사 표현 一见倾心)

拼音(병음):yī jiàn zhōng qíng


《예문》

一见钟情指男生或女生一见面就对对方产生了感情, 

“Yíjiànzhōngqíngzhǐnánshēng huònǚshēngyíjiànmiàn jiùduìduìfāngchǎnshēnglegǎnqíng, 

一见面就喜欢上他(她), 反之于日久生情, 

Yíjiànmiànjiùxǐhuanshangtā(tā), fǎnzhīyúrìjiǔshēngqíng

区别在于喜欢上对方的速度。”

Qūbiézàiyúxǐhuanshangduìfāngdesùdù。”

’첫눈에 반하다’는 남자 혹은 여자가 한 번 보고 바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한 번 보고 그(그녀)를 좋아한다는 말인데, ‘오래되어 감정이 생기다’의 반대 표현으로써, 상대방을 좋아하게 되는 속도로 구별된다.

[주석] 一见钟情 (产生爱情的方式) 百度百科




WRITTEN BY 송희건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
“군자는 배움으로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로써 인의를 다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