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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일본 특파원] 고려인의 숨결이 있는 고려신사 (高麗神社)

by 앰코인스토리 - 2018. 4. 18.

▲ 고마진자 문


봄의 향연을 알려왔던 벚꽃의 물결이 파릇파릇한 잎사귀로 탈바꿈하고, 울긋불긋한 봄꽃의 가로수길이 새삼스럽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4월입니다. 앰코인 가족 여러분! 올해 벚꽃축제는 다녀들 오셨는지요? 일본은 하나미(花見)축제가 있어 행락의 계절이지만,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예전 같은 축제의 기분은 들지 않네요. 일본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겨온 지도 10년 가까이 흘러가니, 일본 속에서 한국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서 지난해 가을에 찾아가본 곳이, 사이카마현(埼玉県) 히다타시(日高市) 고려향에 있는, 일명 ‘고구려 신사’로도 알려진 고려신사(高麗神社)입니다. 일본 이름으로는 ‘고마진자’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 고마진자 전경


▲ 고마진자 경내


고려향은 668년에 고구려가 당나라와 신라에 멸망하자, 당시 일본에 거주하고 있던 고구려인들이 일본에 귀화해 살 수 있도록, 야마토 일본 조정이 716년에 무사시국고려군을 설치해주고 도쿄 주변에 살던 고구려인들을 이주시킨 곳입니다. 고구려가 멸망하기 전인 666년 야마토 조정 사신으로 고구려에서 약광으로 하여금 고려군을 다스리게 하고 일본 왕의 성을 하사하였다고 하네요. 고마진자는 이 약광을 모시고 있는 신사입니다.


당시, 고마진자는 ‘자손번영’과 ‘가내안전(家内安全)’을 기원하는 고려도민의 서낭신으로서 숭배하였던 곳입니다. 최근에는 고마진자에 빌면 이뤄지는 것이 많다고 알려지는 바람에, 일본의 유명한 정치가를 비롯하여 문학자, 역사가들이 참배를 많이 하지요. 특히, 참배 후 내각총리 대신으로 등용되는 정치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출세명신(出世明神)으로서 각계에서 일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숭배하는 곳으로 되었습니다. 또한, 약광은 백발을 하고 있어서 민중으로부터 ‘백발신’으로도 일컬어져, 연명장수나 질병쾌차를 기원하는 사람들로 끊이지 않습니다. 


▲ 고마진자 내부


지난 2017년 9월에는 일본 황후가 천황과 함께 개인적인 여행길에 고마신사에 참배했다고 하여, 일본 천황이 고구려 신사에 참배한 것은 창건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알려져 관심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지요. 1976년에는 당시의 황태자가 참배한 적은 있었습니다.


▲ 고마진자 장승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고구려 신사 입구 부근에는 2005년 10월 23일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에서 기증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낯익은 하얀 장승이 우뚝하니 서서 관광객들을 맞이합니다. 1992년에 설치된 목조로 된 것이 손상되어 다시 기증한 것이라 하네요. 그렇게 입구로 들어가면 목조로 만든 방명판이 있는데, 방명판에는 각계 일본 유명인사는 물론이고 한국의 정치계, 연예계, 스포츠계의 많은 유명인사의 이름이 있어 고마진자의 유명세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 방명판


▲ 고마진자에서 내려다본 마을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고마진자 경내는 가을이 주는 풍요로움과 안락함이 묻어나와 관광객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고마진자 옆에는 조선인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도 있어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경내에 들어서기 전 입장료를 받는 곳에서는 가을 향을 머금은 노란 유자를 관광객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어 상큼한 유자를 손에 가지고 다니면서 경내를 관광할 수 있었답니다.


▲ 고구려 민가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그렇게 고마진자 경내를 돌고 안으로 들어가면 고구려 민가가 재현되어 있어서 수백 년 전 당시 고구려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고구려 민가의 건축양식은 동일본의 민가 중에 가장 오래된 건축 양식으로, 1971년에 중요문화재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고마진자를 방문할 때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세이부이케부쿠로선 고마역에서 15분 정도 걷다 보면, 킨자쿠다(巾着田)라는 공원이 있는데요, 이른 가을에는 상사화가 가득 피어있어서 상사화의 열정을 만끽할 수 있으니 꼭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긴자쿠타의 공원에 핀 상사화

사진출처 : https://ja.wikipedia.org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앰코인 여러분의 마음에도 봄의 꽃들이 활짝 피어나기를 기원하며, 고마진자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_^)




WRITTEN BY 유행순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문화를 생생한 체험과 함께 소개하겠습니다.